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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삼성, 美 특허청에 ‘자가 수리 앱’ 상표권 출원… 국내 도입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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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삼성전자가 지난 23일(현지 시각) 미국 특허청에 상표권을 출원한 ‘셀프 리페어 어시스턴트(Self Repair Assistant)’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의 아이콘. /미 특허청




삼성전자가 ‘셀프 수리’ 시장의 판을 키우는 모양새다. 올해 8월 미국에서 갤럭시 스마트폰, 태블릿PC를 대상으로 정품 부품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최근 관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출시를 위해 미국 특허청에 상표권을 출원했다. 삼성전자가 현지 시장에서 자가 수리 제도를 완전히 정착시킨 뒤 국내 도입을 추진할지 주목된다.

◇ 삼성, 美서 앱 상표권 등록… 수리 노하우 공유·커뮤니티 기능 예상

28일(현지 시각) 미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샘모바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3일 미 특허청에 ‘셀프 리페어 어시스턴트(Self Repair Assistant)’라는 이름의 안드로이드 앱 상표권을 출원했다. 삼성전자는 출원서에서 이 앱을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태블릿PC, 무선 이어폰의 자가 수리, 자가 관리, 자가 장비 설치를 돕기 위한 모바일 앱”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멤버스 앱처럼 자가 수리 시 필요한 설명이나 노하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커뮤니티 등의 기능을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출원서 속 앱 아이콘은 삼성전자 특유의 파란 색을 바탕으로 기어와 렌치가 겹쳐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미 전자기기 수리 전문업체 아이픽스잇(iFixit)과 손을 잡고 갤럭시 스마트폰, 태플릿PC의 수리 부품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갤럭시 S21 울트라 USB-C 충전포트 교체하는 어셈블리 키트는 66달러99센트에, 화면 및 배터리를 교체하는 키트는 239달러99센트에 판매 중이다. 이들 키트에는 부품과 더불어 수리에 필요한 도구, 설명서, 무료 반품 라벨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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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올해 8월 미 전자기기 수리 전문업체 아이픽스잇(iFixit)과 손을 잡고 갤럭시 스마트폰, 태플릿PC의 수리 부품 판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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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서구를 중심으로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에 대한 압박이 세지면서 자가 수리 제도 운영에 뛰어들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전자기기 제조사들의 수리 권한 제한 관행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뉴욕주의회는 올해 6월 제조사가 인증한 수리업체에서만 수리할 것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보다 앞서는 유럽의회가 지난 2020년 11월 수리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결의를 채택했다.

수리할 권리는 자원 순환(recycling) 관점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수리를 통해 기기의 수명을 늘리면 제품을 더 오래 쓰고 전자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유엔이 지난 2020년에 발간한 ‘세계 전자 폐기물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전자 폐기물의 재활용 비율은 22% 수준이다. 소비자 역시 기기 수리로 이득을 본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소비자 공익연구 단체인 US PIRG(미 공익 리서치 그룹)는 제품을 교체하는 대신 수리할 경우 가구당 연간 330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애플은 지난해 11월 아이폰 12·13 모델과 맥북의 정품 부품을 판매하고 수리 도구 설명서와 키트를 제공하는 ‘셀프 서비스 리페어(self service repair)’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을 시작으로 점차 대상 국가를 늘려 나갈 계획이다. 구글도 지난 6월부터 아이픽스잇과 협력해 자사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정품 부품을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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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달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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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도입은 언제?… “韓, 美보다 대면 수리 용이해 검토 후 추진”

현 시점에서 애플, 구글, 삼성은 모두 한국에서 자가 수리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 않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왜 미국처럼 삼성 스마트폰의 자가 수리를 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에 “한국과 달리 미국은 대면 수리가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다만 “자가 수리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도입 여부를 면밀히 검토한 후 추진을 결정하겠다”고 덧붙이면서 가능성은 열어뒀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 구글 등이 자가 수리 제도를 미국 외 국가로 확대하기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전자기기 제조사는 수리 권한을 고객과 공유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다. 지식재산권 침해 또는 기술 유출 가능성이 있는 데다, 신제품 구입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3사 중 가장 먼저 자가 수리 제도를 도입한 애플은 부품 비용을 서비스센터 수리 가격과 비슷하게 책정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용자가 선뜻 자가 수리를 시도하지 못하게끔 제조사들이 제품을 일부러 복잡하게 설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갤럭시S20 수리 설명서를 보면 화면을 분해하는 과정만 총 41단계에 달한다”며 “이용자가 제품을 직접 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데 진심이었다면, 제조사들은 애초에 수리가 쉽도록 제품을 설계했어야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자가 수리 제도 도입 시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안은 없다”며 “한국은 곳곳에 대리점과 수리 전문 센터가 마련돼 있어 미국과는 시장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박수현 기자(htinmak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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