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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일회용품 규제 강화’ 시행 일주일...계도기간 다수 카페·편의점서 일회용품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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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 “친환경빨대 가격 인하, 편의점용 종량제 봉투 등 정부 보완책 나와야”

지난 29일 서울 마포구의 한 편의점. 계산대 위 천장에는 크기별로 다른 세가지 종이봉투가 주렁주렁 걸려있었다. 봉투 아래에는 각각 ‘50원’ ‘100원’ ‘200원’이라고 적힌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지난 24일부터 카페와 편의점 등에서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시행 규칙이 전국적으로 시행되며 생긴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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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서울 마포구의 한 편의점 카운터 위에 걸려있는 종이봉투들. /김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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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주 허모(59)씨는 “일반 비닐봉투가 500매 정도가 남았지만 크게 아까운 양은 아니어서 정부 지침을 따르기 위해 종이봉투를 판매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손님들이 종이봉투 200원에 대해서는 비싸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계산대 앞에는 ‘1회용 비닐봉투 판매 중단’이라는 스티커도 붙어있었다. 허씨는 “일부 손님들은 종이봉투를 권하면 ‘찢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며 비닐봉투를 달라고 한다”며 “그럴 때면 종이 봉투 두개를 구매하라고 안내하고 만다”고 했다.

30일을 기준으로 자원재활용법 시행 규칙이 시행 일주일째를 맞았다. 이 법은 매장 면적 33㎡(약 10평)를 초과하는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종이컵, 플라스틱 젓는 막대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동일 면적의 편의점이나 수퍼마켓 등에서는 일회용 비닐봉지도 판매할 수 없다. 시행 일주일이 지나면서 허씨 매장처럼 지침을 따르는 매장들도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카페나 식당들에서는 일회용품이 예전처럼 사용되고 있었다. 원래 일회용품 사용 제한 규정을 어기면 사업주에게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지난 1일 환경부가 ‘계도 기간’ 1년을 도입한 탓이다. 정부는 이 기간 규칙을 위반해도 과태료를 매기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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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일회용 비닐봉투 판매, 식당 종이컵·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된 24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손님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품을 종이봉투에 담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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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날 서울 관악구의 한 커피전문점에는 매장 선반에 검은색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요거트용 흰색 플라스틱 빨대 수십개가 꽂혀 있었다. 아르바이트생의 규제 강화 안내는 따로 없었다. 서울 동작구의 개인 카페 2곳도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빨대를 매장 이용 손님들에게 제공했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가격이나 내구성 등으로 종이봉투나 친환경봉투를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들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 여의도의 한 편의점 점주인 김모(45)씨는 “지난 28일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 경기 때 혼자 온 인근 손님이 캔맥주 20개와 안주를 사가는데 친환경봉투가 너무 약해 찢어질 것 같아 차라리 매장 안에서 쓰는 바구니 두개를 들고 갔다가 반납해달라고 했다”며 “무거운 물건들 많으면 종량제 봉투 사라고 권유하는데 사람들이 비싸니까 선호를 안한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편의점 점주 박모(40)씨도 “규제 안내문을 카운터에 붙여놨지만 종이봉투 사겠다고 하는 손님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환경보호를 위한 규제 강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1년 유예기간 동안 정부가 세심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아닌 자영업자가 홀로 운영하는 카페의 경우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교체해야 해 비용이 더 든다고 하소연도 나왔다.

전국 7100여곳의 카페들이 모여 만들어진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고장수 이사장은 “현재의 계도 기간은 1년 동안 플라스틱 빨대나 종이컵 등을 편히 사용하라고 시간을 주는 것밖에 안된다”며 “유예를 하더라도 계도 기간이 끝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고씨는 “플라스틱 빨대보다 쌀로 만든 빨대나 친환경 빨대는 단가가 5~7배는 비싼데 개인 카페들은 사장들이 모두 인상분을 부담해야 한다”며 “정부가 친환경 소재 빨대 생산·수입하는 업체들에 일부 지원을 해서 사장들이 손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계상혁 편의점가맹협회장도 “지금의 규제는 국민도 불편하고 물건을 파는 사람도 불편한 상황”이라고 했다. 계씨는 “플라스틱 통에 담긴 대형 맥주나 소주를 대량 구매하는 손님들에게 상대적으로 약한 친환경봉투나 종이봉투를 권했다가 병이 깨져 불만을 세게 항의하는 사례들이 있다”고 했다. 계씨는”정부가 전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괄적인 규격의 편의점용 종량제 봉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현재 편의점 등에서 종량제 봉투를 사서 물건을 담아간 후 집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기도민이 서울 편의점에서 이 봉투를 사면 집에서 쓸 수 없는 불편함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기왕 계도 기간이 생긴 김에 업계 의견을 많이 받아서 제도를 개선하면 좋겠다”고 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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