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인력 불균형 심화 우려
시중은행 인력재편 움직임 가속
올해말 내년초 희망퇴직 규모 ↑
비대면·IT기술 중요성 확대에도
인재들 “기존 은행권 매력 없다”
능력발휘 조건·파격적 성과보상
IT인력 인뱅·핀테크에 속속 합류
억대 연봉을 받이 한 때 ‘신의 직장’이라고 불렸던 시중은행의 행원들이 짐을 싸고 있다. 일차적으론 비대면 디지털 전환 전략에 따라 점포수가 줄고 있는 데다 인건비가 많이 드는 책임자급이 몰린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재편하는 움직임 때문이다. 장기적으론 인터넷은행(인뱅)에서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다고 판단한 IT(정보기술) 인재들이 인뱅에 몰리면서 전통은행은 맨파워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인뱅은 입사 1년차에게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주는 공격적 보상체계로 인력을 빨아들이는 양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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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4300명 시중은행 떠나...인뱅은 인력 34% 보충=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국내 시중은행의 정규직원 수는 5만7000여명으로 지난해 동기(6만1300명) 대비 4300명 가량 줄었다. 2020년 3분기(6만3400명)~지난해 3분기 약 2100여명이 빠져나간 것보다 인력 감소 폭이 커졌다.
이런 추세는 은행의 영업 환경이 변해서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전환의 필요성을 체감한 은행은 꾸준히 점포 수를 줄이고, 비대면 서비스 영역을 키우고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 국내 시중은행의 영업점포 수는 3111개로, 2년 전 동기(3659개) 대비 약 600개 이상 감소했다.
은행권의 고질병인 ‘항아리형’ 인력구조도 한 몫했다. 책임자급이 많은 이 구조는 높은 직급과 연차에 지불하는 인건비 비중이 큰 탓에 비용증가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에서 희망퇴직을 한 직원은 총 2092명이다. 전년 대비 약 300여명 늘었다. 올해 가장 먼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NH농협은행은 희망퇴직 보상 규모로 최대 39개월치 급여를 내걸며 지난해(최대 28개월치)에 비해 보상 규모를 키웠다. 나머지 시중은행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희망퇴직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돼 보상 규모가 주목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전에 비해 희망퇴직의 조건이 좋아져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인력 개편의 목적이 있지만 은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인재가 빠져나가는 사례도 있어 마냥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인력 관리에 골머리를 앓는 시중은행과 달리 인뱅의 인력은 계속 늘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국내 인뱅의 정규직원 수는 1950명으로 지난해 말(1454명)보다 약 34%(496명) 가량 증가했다.
이는 5년 전 처음 출범한 인뱅이 서비스와 사업체의 규모를 계속 키우고 있는 영향이다. 아울러 대면 영업을 하지 않는 인뱅의 특성상 비대면 전환에 따른 생산성 악화를 고민할 상황도 아니다. 실제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약 3억5000만원으로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평균(2억6500만원)에 비해 약 30%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 IT 인재 구하기도 ‘하늘에 별 따기’=신규 인력 확충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최근 은행권 채용 시장은 금융권의 비대면 전환에 발맞춰 IT 인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시중은행도 IT 인력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을 지망하는 IT 인력은 인뱅이나 핀테크 업체로 쏠리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디지털 인력을 중심으로 조직이 구성된 인뱅과 달리 기존 금융권의 디지털 인력은 시스템 관리 등 부수적인 업무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서다. 시중은행도 최근 비대면 전환 사업을 추진하며 디지털 업무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대면 영업을 중심으로 짜여진 조직이어서 업무 자유도나 직무역량 개발 등의 매력 요인이 뒤쳐진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한 시중은행의 IT담당 직원은 “인원이나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당장 은행의 개발 업무와 관련해서도 주요한 부분은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신입들이 어떤 역량을 키울 수 있겠나”라며 “조직의 관점 자체가 IT로 돌아가느냐 마느냐는 생각보다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4대 은행의 IT 인력은 총 4493명으로 전체의 8.2%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인뱅 3사(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의 IT 인력 비중은 34.4%(734명)로 시중은행과 견줘 약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톡옵션 등 성과보상도 매력=인뱅이 스톡옵션 등 성과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몸값이 높아진 IT인력이 기존 은행보다 인뱅을 찾는 이유다. 토스뱅크는 최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입사 1주년을 맞은 임직원 47명을 대상으로 스톡옵션 48만7000주(액면가 기준 주당 5000원)를 주기로 했다.
스톡옵션을 받은 임직원은 부여일로부터 2년 뒤인 2024년 11월 30일부터 5년간 이를 행사할 수 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이번 스톡옵션은 전문성을 갖춘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주주와 임직원이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했다.
토스뱅크는 앞서 총 다섯차례에 걸쳐 임직원 151명에게 290만8000주를 부여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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