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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무섭게 크고 있는 쿠팡···갑질당했다는 CJ제일제당, 내막은 [방영덕의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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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이런 광경도 봅니다. 이커머스 강자 쿠팡과 식품업계 강자 CJ제일제당이 서로 ‘갑질’을 당했다며 공방을 벌이는 모습 말입니다.

갑질 논란 이면에는 유통사와 제조사 간 가격 결정권을 사이에 둔 기싸움이 놓여 있습니다.

유통사와 제조사 간에 옥신각신하는 일은 사실 비일비재 합니다.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과 식품업계 공룡 간 불거진 갈등이라 더 주목을 받는 모양새입니다.

로켓배송으로 대변되는 쿠팡의 당일배송을 놓고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비슷한 갈등이 반복돼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 도대체 왜 싸우는건데?


매일경제

CJ제일제당의 햇반 제품 모습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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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갈등은 국내 최대 규모의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이 CJ제일제당의 상품 발주를 중단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아시다시피 CJ제일제당은 햇반부터 비비고 만두 등 인기 식품을 제조하는 식품업계 1위 기업인데요. 하지만 쿠팡이 최근 추가 발주를 중단하면서 기존 재고가 소진되면 쿠팡에서 더는 판매를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에 CJ제일제당 측은 “내년도 상품 마진율 협상을 진행하던 중 의견 차가 벌어지자 쿠팡이 일방적으로 상품 발주를 중단했다”고 주장합니다.

쿠팡이 유통사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마진율을 요구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흔히 말하는 갑질을 당했다는 것이죠.

쿠팡은 즉각 반박합니다. 상품 발주를 중단한 것은 마진율 협상 문제 때문이 아니라 CJ제일제당의 계약 불이행 탓이라는 겁니다.

쿠팡에 따르면 최근 CJ제일제당의 납품률은 계약 맺은 것과 달리 50~60%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100개 상품을 공급하기로 약속했는데 50~60개만 공급을 했다는 얘기입니다.

쿠팡은 여기에 제조사로서의 우월적 지위를 가진 CJ제일제당의 ‘꼼수’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이 식품 가격을 올리기 전에는 계약 물량보다 적게 공급을 하다가, 가격 인상 후 상품을 대량공급했다는 것입니다.

쿠팡 입장에서는 제조사인 CJ제일제당으로부터 갑질을 오히려 당했다고 주장을 하는 근거죠.

◆ 유통사와 제조사 간 ‘알력다툼’ 비일비재


매일경제

[사진출처 =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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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사와 제조사 간 알력다툼은 사실 비일비재합니다. 납품 단가나 할인 행사 등을 놓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는 것부터 법적 공방으로 번지는 일까지 종종 있습니다.

쿠팡은 과거 LG생활건강과 지금의 CJ제일제당과 비슷한 문제로 다툼을 벌였습니다.

2019년 LG생활건강은 쿠팡이 제품 판매 가격을 무리하게 낮출 것을 요구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는데요. 이에 쿠팡은 코카콜라와 엘라스틴 샴푸 등 LG생활건강 제품들을 로켓배송 목록에서 제외시켰습니다.

공정위는 당시 LG생활건강 뿐 아니라 101개 납품업체에 대해 쿠팡이 가격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경영간섭 행위로 보고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쿠팡은 중소기업인 크린?과도 갑질 논란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크린?은 지난 2019년 자사 대리점과 수년간 지속한 공급거래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며 쿠팡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는데, 당시 법원은 “쿠팡의 발주 중단이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쿠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유통사와 제조사 간 갑질논란 등 갈등은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다만, 갑을 관계가 대개 분명해 어느 한쪽의 목소리에만 힘이 실려 다른 측 목소리는 잘 듣지 못하거나 수면 위로 부상하질 않았을 뿐입니다.

그나마 쿠팡 정도 되니까, CJ제일제당 정도되니까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 분기 첫 흑자 낸 쿠팡...시장 지배력 계속 키울까


매일경제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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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가격 결정권을 놓고 대기업과의 마찰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쿠팡의 성장세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두드러집니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3월 미국 나스닥 상장 이후 분기마다 2500억∼5000억원대 손실을 냈습니다. 그러나 올해 3분기 약 1037억원으로 처음분기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2014년 로켓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8년만의 일입니다.

이번 분기 흑자는 미국 증권가에서 흑자 예상 시기로 내다본 2024년보다도 2년이나 더 빠르게 달성했습니다. 쿠팡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아마존조차도 이커머스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거둔 성과라 더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많은 이커머스 기업들이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규모의 경제를 이뤄낸 쿠팡 점유율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라 분석이 나오는데요.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이커머스 업체들 중 지난해 순결제금액 기준으로는 네이버가 36조5000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쿠팡이 32조원으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3위는 G마켓(16조7000억원)이었고요.

시장 점유율로 보면 네이버와 쿠팡이 지난해 각각 17%, 13%를 차지하며 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쿠팡의 경쟁력은 단연 빠른 배송에서 나옵니다. 쿠팡은 자체 창고에 미리 상품을 구입해 보관해뒀다가 주문 발생시 직접 배송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상품의 입고, 가격 결정, 발주 등을 쿠팡이 전부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쿠팡에 대한 제조업체의 의존도는 날로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해 제조업체들의 반발의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쿠팡이 시장 지배력을 더 키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현재 발주 중단이란 초강수를 뒀지만 쿠팡과 CJ제일제당은 다시 협상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쿠팡 입장에서 인기 식품 제조업체인 CJ제일제당을 놓치기는 쉽지 않아 보이고요. CJ제일제당 역시 국내 최대 규모의 유통사의 매출을 포기하는 일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양사 협상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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