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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샌디 훅’ 10주기에 모인 유명인사들 “총기로부터 안전한 나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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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4일은 대통령 재임 중 가장 어두운 날이었습니다. 다른 많은 사람처럼 내가 느낀 것은 슬픔뿐만이 아니라 분노였어요.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하는 분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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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10주기 자선 행사에 참석해 연설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로이터 뉴스1


6일 저녁 미국 뉴욕 지그펠트 볼룸에서 열린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10주기 자선 행사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굳은 표정으로 연설했다. 샌디 훅 총기 난사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들떠 있던 미 코네티컷주 소도시 뉴타운의 초등학교에 총기 난사범이 난입해 어린이 20명과 교직원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이다. 어린이 대부분은 6~7세였다. 전세계가 충격에 빠졌고, 총기 안전 문제가 미국 사회의 중대 현안으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이날 행사는 참사를 계기로 설립된 어린이 안전 단체 ‘샌디 훅의 약속(Sandy Hook Promise)’이 주요 후원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학교 안전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마련했다. 정재계 및 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최근 실적 부진 등 위기에 빠진 월트 디즈니의 사령탑으로 돌아온 로버트 아이거도 단상에 올랐다. 아이거는 총기 규제에 목소리를 높여온 대표적인 재계 인사다. 그는 “할아버지이자 아버지로, 월트 디즈니의 CEO로 나는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총기 관련 법을 바꾸든, 안전 문화를 확산하든,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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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아이거 월트 디즈니 CEO/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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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강력한 총기 규제론자인 할리우드 배우 매슈 매코너헤이도 이날 참석해 “총기 폭력과의 싸움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하고, 총기 피해자 유족들을 위로했다. 매코너헤이는 올해 5월 자신의 고향인 텍사스주 유밸디의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이 숨지는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지자, 희생자들의 유품을 들고 직접 백악관을 찾아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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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배우 매슈 매코너헤이./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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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는 실리콘밸리의 큰손으로 불리는 거물 벤처 투자자 론 콘웨이, 유명 패션모델 칼리 클로스 등이 참석했다. 진행은 TV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의 진행자이기도 한 유명 방송인 로빈 로버츠가 맡았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샌디 훅의 약속’은 당시 참사로 아이를 잃은 학부모인 마크 바든과 니콜 허클리가 공동으로 창립해 이끌고 있다. 총기 규제 입법과 학교 안전 강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특히 ‘샌디 훅의 약속’이 주도하는 교내 총기 난사 예방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미 전역 2만3000곳의 초중고교에 보급됐다.

이날 행사장의 연단 뒤 커튼은 샌디 훅 초등학교의 상징색인 밝은 녹색으로 꾸며졌다. 내빈을 맞은 마크 바든 역시 같은 녹색 넥타이를 맸다. 앞서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사건 현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지역사회가 주축이 돼서 조성한 추모 공원이 문을 열었다.

‘샌디 훅의 약속’은 참사 10주기를 맞아 아이들을 총기로부터 보호하자는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 소셜미디어 캠페인도 시작하고 녹색의 두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로고도 공개했다. 니콜 허클리는 “하늘에 있는 아이에게 ‘총기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더 많은 이와 하게 돼 뜻깊다”고 말했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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