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부터 인생 설계 다시 해야"
중장년층 위한 전문 취업 플랫폼 '워크위즈'도 운영
"중장년층이 오래 일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 필요"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 /허영한 기자 youngh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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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중장년층의 경험과 지혜가 사회 혁신의 자원이 되도록 한다."
2013년 6월 설립된 '상상우리'는 이런 목표를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신철호 대표(46)는 30대 시절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컨설팅 강연을 하던 중 이들이 무엇보다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해 걱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퇴직 속도는 매년 빨라지고 퇴직자 수 또한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신 대표는 중장년층의 일자리 문제를 누군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기업은 전무했다. 이에 신 대표는 중장년층이 안고 있는 일자리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상상우리는 중장년층의 창업 및 재취업을 돕고 있다. 중장년층 인력을 중시하는 기업인 만큼 사무실 내에서도 연륜 있는 직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여느 직원과 다를 바 없이 모니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렸고, 때론 청년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며 함께 의논하기도 했다. 신 대표는 "'상상우리'는 '상부상조하는 우리'의 약자"라며 "'상상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이외에도 중장년층과 청년이 서로의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의미 또한 담겨있다"고 말했다.
상상우리는 현재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역량 강화교육 ▲창업·취업 컨설팅 ▲일자리 매칭 서비스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굿잡 5060'이다. 이는 상상우리·현대자동차·고용노동부·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2018년부터 협력한 프로그램으로, 중장년층이 재취업할 수 있도록 교육과 매칭 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신 대표는 "인생 3막에 대한 계획을 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관련 교육도 지원하고 있다"며 "50·60세대의 새로운 도전과 실행을 돕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또 상상우리는 4050세대를 위한 전문 취업플랫폼 '워크위즈'를 운영 중이다. 워크위즈는 4050세대를 원하는 기업의 채용 공고만을 모아놓은 플랫폼으로, 총무·인사·경리 등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중장년층 일자리는 보통 건물 경비·배달 노동자 등 단순노무직에 치중되는 경우가 많지만, 워크위즈는 여러 분야의 일자리 정보를 제공해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이외에도 상상우리는 중장년층이 사회적 기업을 창업할 수 있도록 2014년부터 매년 아카데미를 운영해 전문 멘토링과 교육 기회를 주고 있다.
상상우리가 선호하는 일자리는 무엇보다 '오랜 기간' 일할 수 있는 일자리다. 청년 시절에는 금전적 이윤을 위해 직장에 다녔다면, 중장년층은 돈을 적게 벌더라도 사회와 단절되지 않기 위해 직장에 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중장년층에게 돈은 우선순위가 아니다"며 "특히 나이가 들수록 재취업 가능성은 줄어들기 때문에 1~2년 일할 수 있는 일자리는 지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상우리에도 5060세대의 중장년층 직원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칠순 가까이 된 직원 역시 7년째 재직 중이다. 신 대표는 "203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중 절반 이상이 50세 이상이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중장년층과 함께 일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여러 세대가 함께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 전파하는 역할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 /허영한 기자 youngh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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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문일답.
- 설립 당시 30대였다. 30대가 중장년층을 돕는 기업을 설립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발도 있었을 것 같다.
▲ 그렇다. 30대가 중장년층의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느냐고 비아냥거리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사실 3~4년 전까지만 해도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다. 정부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자리 문제를 일반 기업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냐는 거였다. 그러나 저는 충분한 경험과 지혜를 가진 중장년층이 퇴직 후 그 능력을 표출할 기회가 사라지는 것을 보며 국가적인 낭비이자 손해라고 생각했다. 여러 비판도 최근 중장년 일자리 문제와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사그라들었다.
- 중장년층이 인생 3막을 어떻게 계획해야 할까.
▲ 우리는 40대 중반부터 인생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막연하게 '퇴직하고 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일단 전문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어떤 다양한 길이 있는지 많이 경험해봐야 한다. 보통 중장년층이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들이 변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변화보다는 확장해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드린다. 확장을 위해선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나봐야 한다. 여러 경험을 해나가다 보면 본인에게 맞는 길을 찾아 제2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
- 중장년층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 우리나라는 근로자 정년이 60세다. 그러나 실제 퇴직 연령은 평균 49.1세다. 65세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하기 때문에 결국 16년 정도의 간극이 생긴다. 또 현재 80만명에 가까운 분들이 퇴직 대상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가 26만명인 것과 비교하면 퇴직자 수가 굉장히 많은 것이다. 이런 출산율로는 앞으로 청년이 줄어들기 때문에 중장년층은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재 중장년층을 채용하는 시장 자체가 국내에 없다는 거다. 또 중장년층 일자리는 보통 경비·청소 등으로 국한돼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중장년층의 다양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장년층이 원하는 만큼 오랜 기간 일할 수 있으면서 충분한 보수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좋은 일자리다. 또 일하면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 젊은 세대와 비교해 중장년층 인력의 장점은 무엇일까.
▲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고, 오래 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청년들은 본인의 커리어가 쌓이면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려는 경향이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성장한 인재를 활용하려고 하면 이탈하는 거다. 반면 중장년층은 청년과 비교해 돈을 적게 벌더라도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고 싶어 한다. 회사와 근로자 간의 조건만 맞는다면 중장년층 인력은 회사 입장에서 오랫동안 활용할 수 있는 인재인 것이다.
- 상상우리가 제공하는 중장년층 일자리는 어떤 종류인가.
▲ 복지·관광·해외·지역 중소기업 등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 디지털 관련 업무를 하는 중장년층도 있다. 보통 디지털 하면 중장년층이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데이터 라벨링 같은 경우는 중장년층도 쉽게 한다. 인공지능(AI)이 학습할 수 있도록 데이터에 이름을 붙여주는 작업인데, 단순한 일이기 때문에 중장년층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내년에는 중장년층이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택시 기사가 많이 필요한 상태고, 자동차 정비공도 많이 필요하다. 중장년층이 이러한 분야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어떤 기업이 되고 싶은가.
▲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다. 우리나라가 고령화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대표 국가가 됐으면 좋겠고, 여기에 우리 회사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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