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3 (화)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6월 파업 반면교사 삼은 정부…'원칙대응'에 화물연대 동력상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선복귀 후대화' 못박아…"적당히 눈치보다 타협하는 일 없다"

자격정지·유가보조금 제외 카드…생계압박 커지자 코너몰린 화물연대

연합뉴스

파업 철회 투표 참여하는 화물연대 조합원들
(의왕=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9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에서 조합원들이 파업 철회 찬반 투표를 위해 줄을 서있다. 2022.12.9 xanadu@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화물연대가 15일 만에 파업을 철회하고 사실상 빈손으로 현장에 복귀한 데는 '원칙을 고수한다'는 기조로 예상보다 수위를 높인 정부의 강경 대응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파업 초기부터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 '타협 없는 엄정 대응'을 앞세워 강도를 높여갔다.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이어 유가보조금 지급 제외 카드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 검토 방침이 잇따라 나왔다.

안전운임제 3년 연장마저 없던 일이 될 위기에 처하자 화물연대는 결국 파업 철회를 결정했다.

◇ 정부, 처음부터 "협상은 없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에도 8일간(6월 7일∼14일) 파업을 진행했다.

이번 파업과 다른 점은 당시엔 정부와의 '협상'이 있었다는 점이다. 파업 철회 결정이 정부와 화물연대의 5차례 공식 협상 끝에 나왔다.

타결이 이뤄진 5차 협상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를 찾아가 "오늘 밤에라도 대화하자"고 발언한 뒤 시작됐다.

이후 다섯 달 만에 화물연대가 2차 파업을 벌이자 정부 대응은 180도 달라졌다. "협상이라는 것은 없다"며 용어에서부터 선을 그었다.

국토교통부는 화물연대와 지난달 28일과 30일 두 차례 마주 앉았지만 단순 '면담'이라고 선을 그었다.

두 번째이자 마지막 대화는 40분 만에 끝났다. 원희룡 장관은 "이런 식의 대화는 안 하는 것이 낫다"며 아예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김태영 화물연대 수석부위원장은 "진정성 있는 협상안을 갖고 나갔으나 협상이 불가하다는 정부의 이야기에 대화를 더 이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업무개시명령 심의 국무회의 입장하는 윤석열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 관련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하기 위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2.11.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jeong@yna.co.kr



◇ "법과 원칙 따른 엄정 대응"…원칙론 고수

화물연대의 6월 파업 종료 이후 일각에선 '정부가 일방적으로 양보했다', '백기투항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노사관계에 정부가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으나, 시간이 갈수록 산업계 피해가 커지자 결국 정부가 나서 사태를 봉합했다.

화물연대의 박연수 정책기획실장은 지난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에 출석해 "6월 총파업 교섭 때 국토부가 실제로 백기투항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2003년 이후 19년 만에 화물연대가 한 해 두 차례 파업을 벌이자 윤 대통령은 초반부터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 기조를 고수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화물차 기사들에 대한 쇠구슬 투척 등 폭력 행위에 대해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정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을 3년 연장하되 품목 확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세운 뒤 물러서지 않았다.

원희룡 장관은 "노조가 파업으로 힘을 과시하면 정부는 적당히 눈치 보다가 타협하는 일은 더 이상 없다"며 "불법과 억지, 비상식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화물연대 파업은 '윤석열 정부를 흔들기 위한 정치파업'으로 규정했다.

파업 기간이 열흘을 넘어서자 정부 대응은 더 강경해졌다.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제안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며 '선복귀 후대화' 원칙을 내세웠다. 당근이 아닌 채찍을 가한 것이다.

파업을 철회하더라도 화물연대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는 점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화물연대가 정부·여당의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제안도 거절하며 파업부터 강행해 국민 경제에 수조 원대 손실을 입힌 것 아니냐"며 "일단 '머리띠부터 둘러매자'는 그릇된 관행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인천 시멘트 업체 찾은 원희룡·이상민 장관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삼표시멘트 인천사업소를 찾아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운영 차질 상황을 살피고 있다. 이 업체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수송이 끊기면서 시멘트 제품 제조·포장에 차질을 빚고 있다. 2022.12.1 tomatoyoon@yna.co.kr



◇ 파업 첫날부터 업무개시명령 발동 예고

총파업 과정에서 정부는 가용한 모든 행정 조치를 동원했다.

헌정사상 최초의 화물운송 분야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파업 첫날부터 예고됐다. 처음부터 강경 기조가 분명했던 셈이다.

정부는 2000년(의약분업), 2014년(원격의료반대), 2020년(전공의파업) 등 세 차례 의사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적이 있지만, 화물차주들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한 차례도 없었다.

시멘트 분야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파업 닷새째 발동됐다.

윤 대통령이 직접 업무개시명령 심의·의결을 위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정부는 이어 운송을 거부하는 화물차주들에겐 1년간 유가보조금을 끊고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대상에서도 제외하겠다고 압박했다.

기업들이 화물연대에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업무개시명령 발동 분야는 철강·석유화학으로 확대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광주본부 "화물노조 파업 정부 탄압 멈춰라"
(광주=연합뉴스) 차지욱 기자 = 6일 오후 광주 서구 국민의힘 광주시당 앞 도로에서 민주노총 광주본부가 화물연대 총파업 투쟁을 지지하며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하고 있다. 2022.12.6 uk@yna.co.kr



업무개시명령 발동 이후 비조합원뿐 아니라 조합원 일부도 업무에 복귀하면서 물동량이 빠르게 회복되자 파업 동력은 떨어졌다.

파업으로 일을 못 해 안 그래도 생계가 어려운데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으로 30일 운행정지 처분을 받고 유가보조금까지 끊길 수 있다는 경제적 압박이 이탈을 불러왔다.

정부·여당이 안전운임제를 아예 없애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더불어민주당마저 일몰 시한 3년 연장안을 받아들이면서 화물연대로선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와 운수 사업자가 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다. 최저임금제처럼 수출입 컨테이너나 시멘트 화물 등을 운송하는 차량에 지급하는 일종의 최저임금을 규정한다.

chopar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