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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연합시론] 여야 무책임·무관심으로 부결된 한전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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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 부결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203인, 찬성 89인, 반대 61인, 기권 53인으로 부결되고 있다. 2022.12.8 uwg806@yna.co.kr



(서울=연합뉴스) 여야 합의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서 뒤집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8일 실시된 표결에서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 개정안이 재석 203명 중 찬성 89명, 반대 61명, 기권 53명으로 부결된 것이다. 한국전력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 개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합의 처리돼 본회의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반대 토론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회사채 발행 규모가 커지면 그 이자 비용을 결국 국민이 떠안게 된다'고 주장하자 이에 동조한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반대·기권하면서 사달이 났다고 한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에만 14조 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 당장 회사채 발행을 늘리지 않으면 채무 불이행으로 전력 거래 자체를 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여야가 현재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로 제한되는 회사채 발행 한도를 6배까지 늘릴 수 있도록 개정안을 마련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암초를 만난 셈이다.

여야는 개정안이 부결된 지 하루만인 9일 한전법 개정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다시 발의해서 조속한 시일 내 공백 없게 하겠다"고 밝혔고, 국회 산자위원장인 민주당 윤관석 의원도 "법안이 최대한 빨리 상임위, 본회의에서 의결되게 해 시장 불안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전법 개정은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공부하지 않고, 할 생각도 없는' 국회의원들의 민낯을 보여준다. 반대 토론에서 지적된 문제는 산자위 논의 단계에서 모두 걸러졌던 것들이라고 한다.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개정안의 내용이나 취지, 배경 등을 알아보지 않고 즉흥적으로 표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투표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 113명 가운데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36명에 불과했다. 한전의 심각한 경영난은 일반 국민들에게도 상식에 속한다. 당론을 정하지 않았더라도 의원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힘도 오십보백보다. 소속 의원 115명 중 절반가량인 57명이 본회의장에 나오지도 않았다. 이들 중 26명만 찬성표를 던졌으면 법안은 통과될 수 있었다.

여야의 무책임과 무관심으로 한전은 막다른 골목에 직면했다. 지난해 38조 원이었던 한전의 회사채 누적 발행액은 올해 약 72조 원, 그리고 내년에는 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발행 한도를 한참 초과하는 수준이다. 전기요금이 국제 에너지 가격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회사채 발행까지 막히면 결국 선택지는 요금 인상만 남게 된다. 정부는 단계적인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나 경제 위기 상황에서 물가를 자극하고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하는 대표적 공공요금을 단번에 큰 폭으로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내년 예산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등의 문제가 난마처럼 얽혀 있으나 적어도 한전법 개정만큼은 지체 없이 처리해야 한다. 개정안이 부결되자 정부도 관계 부처와 기관이 참석하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회와 협조해 한전법 개정을 조속히 통과시키는 한편 막대한 한전채가 자금 시장의 블랙홀이 될 가능성은 없는지도 면밀히 점검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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