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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해제로 ‘활기 가득’ 성탄절 거리···한파에 ‘실내 전전’ 시민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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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야외 거리두기 제한이 풀리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성탄절인 25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인파가 메워져 있다. 윤기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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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인 25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는 몰려든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쳤다.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은 인도네시아인 니나 위다사리(34)는 “팬데믹 이후 처음 온 해외여행지가 한국”이라고 했다. 그는 “집에 있는 동안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도깨비> <더킹>에 빠져 살았다”며 “지난 12일간 광화문광장과 스키장같이 드라마에 나온 곳들을 찾아다녔다”고 했다.

여행가방 5개를 들고 잡화점 앞에 서 있던 튀르키예 자매 필린 올로우츠크(33)와 멜리스 올로우츠크(25)는 관광 계획을 묻자 “명동에서 쇼핑을 할 것”이라고 했다. 거리 곳곳에 배치된 ‘움직이는 관광안내소’ 직원들도 관광객 맞이에 여념이 없었다. 물리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처음 맞는 성탄절인 이날 명동 풍경은 ‘공실’ 간판만 가득했던 종전과 확연히 달랐다.

내국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금색·은색·빨간색 방울이 달린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중심으로 명동거리 곳곳에서 캐럴이 흘러나왔다. 점심 시간 이 일대 맛집과 유명 노점 앞은 허기를 채우려는 이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노점 362곳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전날 인파 쏠림을 우려해 문을 닫았다가 이날 영업을 재개했다. 오후 12시쯤 ‘칼국수 맛집’을 찾는 시민들로 골목 한켠이 꽉 차기도 했다. 서울 강남과 홍대 등 다른 번화가 일대도 연말 분위기를 몸소 느끼려고 외출한 사람들로 붐볐다.

참석 인원수 제한 없는 성탄 미사와 예배가 3년 만에 재개되면서 대형 성당과 교회에도 사람 냄새가 물씬 났다. 명동성당을 찾은 태성원씨(51)는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기 위해 2년 동안 온라인으로 성탄 미사를 드렸다”며 “오늘 많은 분들이 미사에 참석해 기도문을 합송하는 것을 들으니 예수님이 탄생하신 것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대산성당, 부산 남천성당 등 전국의 성당과 교회에서는 성탄 축하 미사와 예배가 일제히 열렸다.

주요 놀이공원과 스키장 역시 휴일을 즐기려는 인파로 북적였다. 용인 에버랜드와 잠실 롯데월드, 과천 서울랜드를 찾은 이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새롭게 꾸며진 놀이시설을 이용하며 추억을 쌓았다. 최근 내린 폭설로 겨울 왕국으로 변한 강원지역 스키장에는 3만명이 넘는 사람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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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정통 회화의 마지막 계숭자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국내 첫 대규모 단독전이 열리는 서울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25일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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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9도를 기록한 이날 동장군을 피해 실내 다중이용시설을 찾은 사람들도 많았다. 중구의 한 영화관을 찾은 김태연양(14)은 “크리스마스를 즐기기 위해 엄마, 여동생과 함께 나왔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호텔과 쇼핑몰 등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를 기념 촬영하는 ‘트리투어 인증샷’이 넘쳐났다. 임모씨(42)는 자녀 두 명을 데리고 오전에는 뮤지컬을 보고 오후에는 농구 경기 관람을 했다. 임씨는 “날이 추워 차량으로 이동하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것들만 미리 준비했다”고 했다.

‘집콕’을 선택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윤모씨(28)는 “밖이 너무 추워 평일에는 출퇴근만 해도 진이 쭉 빠진다”며 “이런 날씨에 오들오들 떨 바에는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서 드라마를 보며 노는 게 훨씬 낫다”고 했다. 몇 년 전까지 야외에서 성탄절을 즐긴 황모씨(26)도 “집에서 음식을 직접 조리해 먹고 놀기로 여자친구와 합의했다”며 “어제는 와인을 마셨고 오늘은 집에서 케이크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SNS에는 전날부터 황씨처럼 ‘하우스 파티’를 즐겼다는 경험담이 곳곳에 올라왔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계기로 생긴 인파사고 우려도 집콕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 됐다. 한모씨(26)는 지난 22일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기념 전광판을 찍으려고 갔다가 인파에 휩쓸려 넘어질뻔 했다. 그는 “(사람이 많은 곳은) 위험하다는 것을 체감했다”며 “이번 주말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집에 있었다”고 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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