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코로나 총대 멘 대가, 내년 헬파티" 1000조 빚 자영업자 비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 구로구에서 20년 이상 음식점을 운영한 박모(65)씨는 당장 내년을 생각하면 잠을 설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빌린 대출의 상환 기간이 내년부터 도래해서다. 코로나19때 나온 자영업자 관련 신용 대출 대부분은 거치 기간을 1~2년으로 뒀다. 박씨는 “처음 빌릴 때만 해도 이자가 2%대로 저렴해 1억원에 약 20만원 정도 이자만 냈는데, 최근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60만원 정도로 늘었다”면서 “내년부터 원리금까지 갚으면 한 달에 100만원 넘게 돈을 갚아야 한다”고 했다.



자영업 1000조 ‘빚더미’…내년 본격 상환



중앙일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가 내년부터 ‘부채의 역습’에 본격적으로 시달릴 전망이다. 최근 이자 부담이 코로나19 초창기와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올랐는데, 내년에는 원리금 부담까지 함께 지게 됐다.

자영업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박씨처럼 대출 부담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A씨는 “진짜 큰일 난 건 임차료 대출이 내년 1월부터 거치기간이 끝난다는 점. 내년은 ‘헬파티’ 원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B씨는 “코로나19때 (방역 정책 등)에 총대 멘 대가다. 바보처럼 당하고만 있었으니”라고 했다.

이미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역대 최대로 불어났다. 28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은 총 1014조2000억원으로 처음 1000조원을 돌파했다. 2019년 4분기 말(684조9000억원)과 비교해 약 3년 새 48.1% 급증했다.



정부지원 없이 39조 부실화 위험



중앙일보

서울시내 식당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영업자 대출 부실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내년에도 고금리 상황은 이어진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00%포인트 오르면 자영업자 이자 부담은 7조4000억원이, 1.50%포인트 오르면 11조1000억원이 는다. 자영업자 1인 기준으로는 평균 1년에 각각 238만원, 357만원의 추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그나마 믿을 구석이었던 정부 지원도 조만간 끊길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자영업자·중소기업에 최대 3년의 만기연장과 최대 1년의 상환유예를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내년 9월부터는 본격 빚 갚기에 나서야 한다. 이마저도 2020년 4월 이전에 받은 대출이 대상이라 코로나19 이후 대출은 해당 사항이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영업자의 어려운 사정은 알지만, 금융 원칙을 무너뜨리면서 마냥 상환을 미룰 수는 없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정부 추가 대책이 없다면 전체 대출 잔액 1014조2000억원 중 내년 말 39조2000억원(3.86%)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부실화는 연체를 시작하거나 세금을 체납한 차주를 뜻한다. 특히 저신용·저소득자인 자영업자의 부실화 비중은 정부 지원책이 없다면 내년 최대 19.1%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영업자 3명 중 1명 폐업 고려



중앙일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불확실한 경기 전망도 자영업자를 더 벼랑 끝으로 내몬다. 지난 7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3.0%는 폐업을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 고려 이유로 ‘영업실적 감소’(32.4%), ‘임차료 등 고정비 부담’(16.2%), ‘자금 사정 악화 및 대출 상환 부담’(14.2%), ‘경영관리 부담’(12.1%)이 꼽혔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 부채 문제는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경제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갚을 수 있는 사람과 갚을 수 없는 사람을 구분해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