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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폐가전 2억개' 쓰레기산 쌓였다…"제발 재활용 좀" 中서 무슨 일[중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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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편집자주]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 150조원 규모의 가전시장을 가진 중국은 글로벌 IT시장의 수요 공룡으로 꼽힙니다. 중국 267분의 1 크기인 대만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호령하는 TSMC의 본거지입니다. 미국·유럽 등 쟁쟁한 반도체 기업과 어깨를 견주는 것은 물론 워런 버핏, 팀 쿡 등 글로벌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죠. 반도체와 가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화권을 이끄는 중국·대만의 양안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중국과 대만 현지의 생생한 전자 이야기, 여러분의 손 안으로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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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고물상에 폐가전제품이 쌓여 있다. / 사진 =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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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직원을 늘리고 공장을 키워도 밀려드는 '르쓰'(쓰레기)가 너무 많아 처치 곤란입니다."

베이징 인근의 한 사설 후에슈샹(재활용 업체)을 운영하는 A씨는 밀려드는 폐가전제품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최근 냉장고나 세탁기, 건조기 등 대형 가전제품을 버리는 사람이 크게 늘었지만 오래된 모델이어서 수익성이 낮은 반면 재활용 비용은 높아 처리가 어렵다. A씨는 "올해가 최근 몇 년보다 2배 넘게 폐가전이 늘어난 것 같다"라며 "재활용도 어려운데 그냥 방치할 수도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가전제품 소비지인 중국에 재활용 바람이 불고 있다. 매년 수억 개에 달하는 폐가전제품이 발생하면서 환경 오염과 자원 낭비가 심각해진다는 우려가 나오자 당국이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재활용 업체들은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가전 다시쓰기에 나섰지만, 아직 사회적 인식 수준이 높지 않은데다 구형 가전제품이 많아 여전히 회수율이 낮다.


"소도시·농촌에는 폐가전으로 된 '쓰레기산' 쌓였다…매년 수천만개씩 늘어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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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지혜 디자인 기자



통상적인 인식과는 다르게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 정책을 잘 수립하는 국가 중 하나다. 2000년대 중국 제조업 성장 후 탄소배출량이 급증했으며, 외화벌이를 위해 전세계의 쓰레기까지 수입해 오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홍수 등 자연재해가 크게 증가하자 위기의식이 커진 탓이다. 시진핑 주석이 UN회의에서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후 당 차원에서 탄소 감축 대응책을 잇따라 발표했으며, 지난해부터는 쓰레기 수입도 전면 중단했다.

사용 기한이 끝난 가전제품의 재활용도 환경 보호의 핵심이 됐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중국 내에서 사용 중인 가전제품은 21억개에 달하며, 매년 1억 2000만개~2억개의 폐가전제품이 발생한다. 중국 보건당국이 코로나19 대응을 강화하면서 올해 가전 시장은 소폭 위축됐으나, 상반기 개별 소비자가 구매한 금액만 3389억위안(한화 약 61조원)에 달하는 등 시장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현지 업계는 올해(2022년)부터 중국 폐가전제품의 절정기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09년~2011년 국가가 시행한 '이찌우환씬'(오래된 것을 새 것으로) 정책에 의해 막대한 가전제품이 소비됐는데, 통상 10년~15년인 안전 사용기한을 고려할 때 올해부터 교체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소 5년에서 최대 10년까지 폐가전 배출이 대폭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내 가전제품의 재활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데에는 사회 인식 수준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탓이 크다. 중국 정부는 2012년부터 폐가전제품 처리기금을 조성하고 2020년 징동닷컴과 티몰 등 주요 온라인 쇼핑 플랫폼과 함께 대대적인 보상 판매를 실시하는 등 적극 나섰으나 여전히 재활용 비율은 낮은 축에 속한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매해 정식업체가 처리하는 폐전자제품이 8276만개(2019년 기준)이라고 분석했는데, 연간 4000~5000만개의 전자제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소규모 후에슈샹이 대부분의 폐가전을 처리하기 때문에 재활용 역량도 높지 않다. 유커리 중국국립재생협회 사무총장은 "2011년 재활용 정책 강화 이전에는 중국 내 공식 폐가전 처리 기업이 거의 없었다"라며 "여전히 대부분의 폐가전제품이 소규모 후에슈샹들에 의해 산발적으로 처리되고 있어 안전에 위협이 있고, 일부 고가의 부품에 재활용이 한정돼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상하이·칭다오 등 대도시에 비해 개발 수준이 낮은 3~4선 도시나 농촌의 경우 중앙 정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는 것도 난점이다. 일부 업체는 폐가전제품을 불법으로 개조해 중고 가전제품으로 재생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쓰레기·탄소 배출이 되레 늘뿐더러 개선 효과도 크지 않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길거리에 막대한 폐가전 '쓰레기산'이 쌓여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라며 "(후진 도시에서는)다 쓴 제품을 재활용할 수 있다거나 보상판매의 대상이 된다는 것도 생소하다"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 열 올리지만 반응은 '글쎄'…"중국 환경 위해서는 규제 확대하고 보조금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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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길거리에 폐가전제품이 쌓여 있다. / 사진 = 소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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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빼든 칼날을 더 날카롭게 갈고 있다. 하이얼과 메이디, 그리전기 등 중국 주요 가전업체에 폐가전제품을 가져다 주면 새 가전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보상 판매를 대대적으로 확대할 것을 주문하는 한편 낙후된 지역에 적용되는 규제안을 잇따라 내놨다. 주로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씨아첸시장(3~4선 도시와 농촌 위주의 낙후된 시장)에 규제안이 집중됐다. 씨아첸시장은 연간 가전제품 소비가 60% 이상 늘고 있는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

현지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허가받지 않은 후에슈샹이 대부분의 가전제품 처리를 담당하고 있는데다 재활용할 수 있는 부품이 적은 구형 가전제품이 대부분이어서 재활용 동참 유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재활용 시설이 비싼 인건비와 토지 비용 등으로 주요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노인·저소득자가 전담하고 있는 폐가전제품 수거도 점차 어려워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지 업계 관계자는 "재활용되지 않고 누적되어 있는 폐가전제품이 늘고 있으나 보조금 지급과 규제안의 범위가 한정돼 있어 여전히 불법 개조를 양산하는 폐가전 처리가 심각한 문제다"라며 "국민들이 인식을 개선하는 한편 관련 인력을 확충하고 주요 가전기업의 보상 판매시 혜택을 늘리는 등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중요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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