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계절근로자 수요 7년 만에 12배 이상 증가
법무부, 올해 계절근로자·숙련기능인력 비자 발급 확대
전남 완도군 청산도 김 양식장서 일하는 근로자 |
(서울=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25년 넘게 김을 양식하며 올해처럼 일할 사람이 없어 고생한 적은 없었어요.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제때 못 들어오는 바람에 인력소개소를 통해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내국인을 써야 했죠. 혹시나 물에 빠져 사고가 날까 걱정하고 하다 보니 마음고생이 진짜 많았습니다."
전남 완도군 청산도에서 웰빙수산을 운영하는 임인석(54) 사장은 9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전북 군산에서 건설장비 부품을 가공해 납품하는 직원 수 30여 명의 우남기공 문정수(57) 대표도 인력난을 호소했다.
문 대표는 "병역특례가 있는 마이스터고나 특수목적고 학생들을 주로 쓰고 있는데 졸업생의 대학 입학 비율이 아주 높아진데다가 젊은이들이 서비스업 등 편한 직종만 찾아서 직원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몇 개월 전 외국인 근로자를 신청해 지난달 말에 베트남 국적 근로자 2명을 받았지만, 언어 소통이 안 돼 현장에서 한국말을 가르치면서라도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숨지었다.
국가 기간산업의 뿌리가 된다고 해서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뿌리기업 인증을 받은 업체지만 인력난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중소 IT업체 성민네트웍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병·의원용 고객관리 솔루션을 개발해 보급하는 이 회사는 직원 추천제를 시행하고 있다.
직원이 지인을 추천해 면접을 통과하면 무조건 10만원을 주고, 추천한 지인이 1년 동안 근무하면 추천 포상금으로 100만원을 더 준다.
서광석 대표는 "많은 중소 IT업체들이 이러한 방법을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작년에도 실적이 좋았고 올해도 실적이 좋아서 사업을 더 확장하고 싶어도 인력을 뽑기가 너무 힘들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 상황이 장기화한데다 최악의 인력난까지 겹쳐 이처럼 전 산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 구직자와 구인 기업 간 미스매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코로나19로 인한 외국인 근로자 입국 제한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인력난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인력난을 겪는 나라 중에서는 이민 확대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계절근로자 및 고용허가제 확대, 지역특화비자 도입, 이민청 설립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남기공 작업 현장 |
지방자치단체들은 베트남, 라오스, 필리핀, 몽골, 키르키스스탄 등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직접 계절근로자 유치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며 인력난 해결에 골몰하고 있다.
계절근로자는 단기취업자격(C-4)의 외국인 입국을 허용해 최장 3개월 동안 농·어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하고자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됐다. 2020년부터는 계절근로(E-8) 체류자격이 신설돼 농업인력이 최장 5개월 동안 일할 수 있도록 했다.
2017년 24개 시·군에 1천547명이 배정됐고 1천85명이 입국했다.
이어 2018년 44개 시·군에 3천655명이 배정돼 2천824명, 2019년 54개 시·군에 4천211명이 배정돼 3천497명이 입국했다.
2020년에는 58개 시·군에 5천788명이 배정됐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 명도 입국하지 못했다.
2021년에도 58개 시·군에 7천340명이 배정됐으나 겨우 559명만 입국했다.
2022년에는 114개 시·군에 1만9천718명이 배정됐지만, 절반에도 못 미치는 9천784명만 입국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계절근로자를 필요로하는 시·군 수는 2017년 24개에서 2022년 114개로 5배가량 늘었다.
계절근로자 수요는 첫해 1천547명에서 7년 만에 1만9천718명으로 무려 12배 이상 증가했다.
법무부는 농어촌 인력난 해소를 위해 올해 상반기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 규모를 2만6천788명으로 확정했다. 지난해 상반기 배정 인원인 1만2천330명의 2.2배가량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또 외국인 숙련인력도 대폭 늘린다. 작년 2천 명이던 숙련기능인력(E-7-4) 비자 발급을 5천 명으로 확대한다.
올해 전체 외국인 근로자의 규모는 11만 명으로 확정됐다.
이는 전년 6만9천 명보다 4만1천 명 늘어난 것이다.
한편 정부는 최근 고령화, 저출생 등에 따른 산업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체류 기간을 10년 이상 늘리기로 하는 등의 고용허가제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영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장은 현행 제도하에서도 최장 9년 8개월을 체류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인력 수급에만 매몰된 단기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불허하는 것도 문제이고, 10년 이상 체류할 수 있게 한다면서 가족 동반을 허용하지 않는 비인권적 처사도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40만 명이 넘는 불법 체류자와 매년 2만∼3만 명씩 발생하는 체류 기간 만료자, 한국어 시험까지 마친 약 15만 명의 입국 대기자 등에 대한 대책과 기존 제도와의 연계 방안 등을 총체적으로 담은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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