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급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지난 26일 서울 도심의 한 주택 계량기 앞을 한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 |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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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급등, 쇼크, 대란… 난방비 인상을 수식하는 이런 표현들은 급등한 고지서를 받아든 민심의 당혹감을 보여준다. 많게는 수십만원씩 오른 고지서를 받아든 집들이 들썩였고 온라인에서는 폭탄 인증 릴레이가 이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덜 썼지’ 난방비 폭등이 모두의 얘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당혹감은 공분으로 번졌다.
난방비 폭탄은 예견된 것이었다. 고지서에 찍혀 날아들지 않았을 뿐, 지난해 네 차례 도시가스 요금을 올린 정부는 올겨울 찾아올 난방비 대란을 이미 알고 있었다. 터지는 시간이 정해졌다는 점에서 난방비는 그냥 폭탄이 아니라 ‘시한폭탄’이었다.
난방비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시작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은 시민의 삶을 무겁게 내리눌렀다. 가파르게 오른 등유값·비료값에 농민들은 1년 전부터 허리가 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간신히 버텨낸 자영업자들은 급등한 식량·에너지 물가의 직격탄을 맞았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직장인들의 푸념은 시간이 갈수록 현실이 됐다. 저소득층은 남들보다 먼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1~3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연료비는 1년 전보다 12.4% 상승했다. 상위 20% 상승폭(6.8%)의 약 두 배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올해 1분기부터 전기요금이 오른다. 상·하수도 요금,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도 오른다. 서울에서는 1일부터 택시 기본요금이 1000원 오르고, 상반기에는 버스·지하철 요금도 인상된다. 인천과 경남, 울산 등도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다. 생수·음료·과자 가격에 이어 4월부터는 주세도 오른다.
경향신문은 여러 계층과 직업의 시민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난방비 폭탄을 맞기 전부터 고물가·고금리의 압박은 이들의 삶을 옥좼다. 한 장의 고지서로 갑자기 날아든 난방비 폭탄은 이들에게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회색 코뿔소(위험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큰 위험에 처하는 상황)’였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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