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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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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손석구·이상이 등장에…연극 티켓 11만원까지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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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배우에서 청춘스타로 성장한 김유정, 스타 배우들을 배출한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전설의 10학번’ 이상이 김성철을 비롯해 정소민·채수빈·정문성이 출연하는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연극계 ‘티켓플레이션’의 주역이다. [쇼노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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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아역배우에서 청춘스타로 성장한 김유정, 스타 배우들을 배출한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전설의 10학번’ 이상이 김성철, ‘만인의 연인’이 된 손석구, ‘오징어게임’의 박해수….

TV와 스크린에서나 보던 스타 배우들이 연극 무대로 쏟아지고 있다. ‘직관’이 쉽지 않았던 배우들을 직접 볼 수 있다보니 모처럼 연극계도 활황을 맞았다. 다만 스타 배우들의 티켓 파워로 관객 동원의 일등공신이 되고 있지만, 이들의 출연이 티켓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티켓플레이션’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유정·손석구·이순재…안방 스타들, 연극무대에 총집합1일 공연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개막한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캐스팅이 공개된 직후 공연계를 술렁이게 했다. 연극 마니아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공연계 관계자들조차 “이 캐스팅이 실화냐”는 감탄이 나왔다. 배우 김유정·정소민의 연극 데뷔작이며, 김성철·이상이·채수빈·정문성까지 출동하니 ‘청춘스타’들의 셰익스피어로 입소문이 났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비롯해 현재 공연 중인 연극 ‘갈매기’, ‘레드’, ‘미저리’ 등에도 스타 배우들은 등장한다.

배우 이순재가 연출을 맡은 ‘갈매기’에는 김유정과 함께 ‘잘 자란 아역 배우’로 꼽히는 진지희를 비롯해 소유진·김수로·오만석이 출연한다. 안톤 체호프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갈매기’는 젊은 작가 지망생 뜨레쁠례프와 배우를 꿈꾸는 니나의 좌절된 꿈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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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레드’를 통해 30여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배우 유동근. [신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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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레드’와 ‘미저리’엔 중견 배우들이 출동한다. 조선왕조 500년을 관통, 왕 역할을 섭렵한 배우 유동근과 안방 스타 정보석은 ‘레드’(2월 19일까지·예술의전당)에, 배우 김상중과 서지석, 이일화는 ‘미저리’(2월 5일까지·세종문화회관)에 출연하고 있다. 배우 손석구는 연극 ‘나무 위의 군대’(6월 20일 개막·LG아트센터 서울)에, 박해수는 연극 ‘파우스트’(3월 31일 개막·LG아트센터 서울)에 출연 예정이다.

티켓 파워와 함께 가격도 '동반 상승'스타 배우들의 출연은 티켓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 연극 ‘레드’를 제작한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몇 차례 시즌을 이어오며 사랑받은 작품인데도 TV를 주름잡던 배우가 출연하니 동세대 관객들의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 효과도 좋다. 배우 이일화는 연극 ‘미저리’에 첫 출연하며 MBC ‘라디오스타’에 나와,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수로·강성진은 SBS ‘돌싱포맨’에 출연해 ‘갈매기’를 홍보하기도 했다.

인지도 높은 스타들의 출연은 티켓 파워로 이어진다. 지난해 상반기 연극 티켓 예매 순위 상위권에 오른 작품들은 스타 배우들이 출동한 연극이었다. 황정민·장영남이 출연한 ‘리차드 3세’가 1위, 신구·오영수·이상윤이 출연한 ‘라스트 세션’이 2위였다. 공연계 관계자는 “인기도 많고 연기도 잘하는 스타 배우들이 출연하면 화려한 무대와 볼거리로 무장한 뮤지컬 장르에 밀려 연극을 떠났던 관객들이 연극에도 다시 관심을 가질 수 있으니, 여력이 된다면 제작사 입장에선 스타 캐스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가 말했다.

문제는 ‘티켓 가격’이다. 스타 배우들의 출연은 티켓 가격 상승을 부르고 있다. 최근 공연계는 티켓 가격 인상이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뮤지컬 ‘물랑루즈!’가 VIP석 역대 최고가인 18만원 선을 넘긴 이후, 개막을 앞둔 ‘오페라의 유령’은 19만원까지 치솟았다. 창작뮤지컬 ‘베토벤’과 내한공연 ‘캣츠’가 최고 17만원으로 관객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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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통해 무대에 데뷔한 배우 김유정. [쇼노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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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았던 연극계 역시 ‘티켓플레이션’ 역풍이 불고 있다. 티켓플레이션의 근원지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 연극계 티켓 가격은 대학로 기준 최고가 6만원대, 대극장 기준 최고가 8만원대였다. 하지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린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최고가 11만원, 최저가 5만5000원으로 책정됐다. ‘갈매기’ 역시 VIP석 기준 9만원, ‘미저리’도 VIP석 기준 8만 8000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미저리’의 경우 지난 시즌보다 가격이 1만1000원 올랐다.

‘진입장벽’ 높아지지 않도록 대책 필요물론 기획사들은 가격 인상의 원인을 인건비, 대관비용 등 물가 상승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제작사 쇼노트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따라 무대 세트, 조명, 의상, 인력 등의 제작 비용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셰익스피어가 살던 16세기를 고증하기 위한 의상과 무대 고증으로 제작비가 많이 들었다. 쇼노트 관계자는 “화려한 의상 제작과 대형 턴테이블, 대형 리프트 등의 무대 세트가 필요한 작품”이라며 “무엇보다 초연 작품이기에 이 모든 것을 모두 새롭게 제작해야 한 만큼 제작비가 높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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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통해 무대에 데뷔한 배우 김유정. [쇼노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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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작품은 출연 배우가 많다. 4인조 라이브 뮤지션을 포함해 총 22명의 배우가 서는 대규모 연극이다. 공연계 관계자들은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데다, 조단역 배우의 숫자가 늘면 개런티가 제작비 인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티켓 가격을 책정할 때는 같은 공연장에서 진행한 이전 공연의 티켓 가격, 공연장의 규모와 작품의 제작비, 손익분기점, 관객들의 정서 등 다양한 요소들이 반영된다. 생활 경제 전반에서 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때문에 문화 영역에서만 ‘현상 유지’를 요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티켓 가격 인상에 대한 관객들의 심리적 저항이 생긴 상황이다 보니 자칫 모처럼 공연계에 이어진 관객들의 발걸음을 망설이게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티켓 가격 동결로 제작사에 부담을 지게 하는 것보다는 달라진 여건을 반영한 진작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티켓 가격을 구성하는 요소 중 낮출 수 있는 요인과 방안을 연구해 관객을 진입 장벽을 낮춰, 공연 콘텐츠를 폭넓게 즐길 수 있는 제도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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