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45%)보다 50대(56%)가 반대 더 많아
“국가에서 장담못하니 반대” vs “돈 더 내더라도 소득대체율 높여야”
“국가에서 장담못하니 반대” vs “돈 더 내더라도 소득대체율 높여야”
1월 9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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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보험료 인상률을 두고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5차 추계’에 따르면 현행 보험료율(9%) 유지 시 2041년 중 적자로 전환해 2055년에는 완전 고갈에 이른다고 나타났습니다. 고령화·저출산 심화로 5년 전 4차 추계와 비교해 고갈 시점이 2년 앞당겨진 것이죠. 수지 적자 시점은 2042년에서 1년 앞당겨졌는데, 국민연금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17~24%로 현재 9%의 배가 넘게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국민연금 개혁은 대부분 국민이 연금 개혁의 영향을 받는 데다 개편 방향에 따라 세대·계층 간 이해가 크게 엇갈리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과제 중에서도 최대 난제로 꼽힙니다. 24년간 미뤄온 연금 개혁 부담을 짊어지게 된 MZ세대 사이에서도 “차라리 안 내고 안 받고 싶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죠. 현재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1998년부터 9%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업장가입자의 경우 근로자(4.5%)와 사업주(4.5%)가 반씩 나눠 부담하며, 지역가입자의 경우 가입자 본인이 전액(9%) 부담하는 구조죠.
연금 개혁 방식은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 1월 1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5%로 올리는 방안에 합의를 이룬 것으로 확인됐죠. 다만 현행 40%인 소득대체율 인상 여부를 두고는 자문위원들 간 이견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어요. 소득대체율은 연금가입자가 수령액으로 생애 평균 월 소득의 몇 퍼센트를 받는지를 뜻합니다. 현재 소득대체율은 43%로, 2028년까지 40% 낮아지죠. 소득대체율이 높아지면 개개인의 노후보장엔 도움이 되지만 연금 고갈 시기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국회 연금특위 위원장을 맡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 공감’ 공부 모임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대략 15% 정도까지 가는 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루었다고 보고받았다”며 “다만 소득 보장에 대해서는 현행 40%를 그대로 가져가느냐, 50% 정도로 올리느냐를 두고 아직 의견 일치를 못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어요.
아울러 권문일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장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너무 낮기 때문에 최소 50%까지 올려야 한다는 입장인 ‘소득보장론자’들은 그간 보험료 인상에 인색했는데 이번에 전향적으로 보험료율 15% 인상을 제안했다. 이건 굉장히 이견이 좁혀진 것으로 환영한다”며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재정안정 강화론자’들은 인구 고령화, 저성장 등을 고려해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를 유지하고 보험료율은 19%까지 인상해야 한다면서, 대국민 수용성을 고려해 15%까지만 하고 나머지 4%는 기금운용수익률 제고 등을 말한다. 기금운용 수익률을 강조한 게 눈에 띈다”고 말했습니다.
특위는 국민 500명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 등을 구성해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연금개혁을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갈 방침입니다. 특위는 활동 시한인 4월 말까지 국회안을 확정하고, 정부는 국회안과 별개로 10월 말까지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죠.
현재 국내 연금 보험료율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낮은 수준입니다. 최근 기준(2020년 연금연 자료) 주요국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독일(18.6%), 스위덴(17.2%), 일본(18.4%) 등으로 우리나라보다 대략 두배 정도 높죠.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대해 여론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20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정치 커뮤니티 플랫폼 옥소폴리틱스가 ‘내 월급에서 떼어가는 국민연금, 4.5%에서 7.5% 인상 찬성하세요?’라는 주제로 설문조사 한 결과(응답자 290명) 40.3%의 응답자가 ‘반대한다’고 답했습니다. ‘찬성한다’는 의견은 34.9%, 중립은 24.9%로 집계됐죠.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는데요. 특히 중도진보(50.7%)와 중도보수(42.5%)성향에서 반대 의견이 많았죠. 중도 성향에서도 반대 (38.5%) 비율이 찬성(34.6%)보다 높게 조사됐습니다. 중도진보 성향 20대 응답자는 “미래에 MZ세대에게 연금을 확실히 줄 수 있다면 찬성이지만, 국가에서도 장담을 못 하니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 중도보수 응답자는 “일정 세대 이상에서는 많이 걷고 그대로 주는 형태로 하는 대신 반대로 일정 세대 이하에서는 덜 주는 방식으로 하면 어떨까 싶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반면, 보수 지지 성향이 강할수록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찬성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졌어요. 특히 보수 성향 응답자 52.5%가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한 보수 성향 응답자는 “결국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다. 청년들이 부담할 상황이 되니까 전 세대에서 바꾸겠다는 건 속보이지만 우리도 그냥 모른척 하고 다음 세대에 넘기는 건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도 성향 30대 응답자는 “연금 고갈도 고갈인데 돈 더 내고서라도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한다고 보는 편이라 지금이라도 올리기 시작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연령이 높을수록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은 점도 눈에 띄는데요. 10대와 20대, 30대에서는 “반대한다”는 응답이 각각 22.7%, 45.2%, 38.6%로 집계됐지만, 40~50대에서는 55.9%와 56.3%로 반수를 넘었습니다. 다만 60대에서는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27.3%로 조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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