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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조사방해 여부만 판단했다더니…공정위, 고발 결정서엔 “화물연대는 사업자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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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고발 결정서에 “화물연대는 사업자” 단체 명시

언론에는 “사업자 단체 여부는 판단 안해” 설명

노동계 “불충분한 조사·근거로 무리한 고발했다는 방증”

경향신문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공정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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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를 조사 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고발 결정서에 ‘화물연대는 사업자단체’라고 명시했다. 검찰 고발 과정에서 화물연대의 사업자단체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던 기존 입장과 배치된다. 준사법기관으로 불리는 공정위가 스스로 판단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가 공개한 화물연대 검찰 고발 결정서를 보면 “피심인(화물연대)은 화물운송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들의 공동의 이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규정된 사업자 단체”라고 규정했다. 화물연대의 조사방해 행위를 다룬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화물연대를 사업자 단체로 결론을 낸 것이다. 그러면서도 고발 결정서에 화물연대를 사업자단체로 판단한 구체적인 판단 근거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12월 2일 공정위는 화물연대 파업 과정에서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와 부당한 공동행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12월 2일·5일·6일 사흘에 걸쳐 현장조사를 시도했으나 화물연대와 조사 방법을 놓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했고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현장 조사를 방해하고 기피했다며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화물연대는 사업자단체” 고발 결정서에 명시 해놓고 거짓 해명


화물연대의 사업자단체 여부는 이번 검찰 고발 결정의 핵심 쟁점이다. 화물연대가 사업자 단체여야 고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상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사업자와 사업자단체의 사무소 또는 사업장을 현장 조사를 할 수 있다. 화물연대를 노동 3권이 보장되는 노조로 보면 화물연대는 공정위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고, 공정위 조사 역시 그 자체로 위법·부당하기 때문에 조사방해죄도 성립되기 어렵다.

공정위는 검찰 고발 결정을 했으면서도 ‘화물연대의 사업자단체 여부’는 차후 본안에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달 18일 공정위는 화물연대 검찰 고발 백브리핑에서 “사업자단체 여부는 조사 방해와 별개”라며 “최종적으로 본안에 가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고발은 화물연대의 조사방해 행위에 한해 이뤄진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공식 결정서에 사업자단체로 명시해놓고도 대외적으로 불명확한 입장을 낸 셈이다.

지난 3일 공정위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언론 브리핑 전에 (화물연대로 사업자단체로 명시한)결정서가 나온 것은 맞다”며 “나중에라도 화물연대의 사업자 단체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으면 다시 한번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고발 둘러싸고 논란 거듭…공정위 신뢰 떨어져


이 같은 말 바꾸기 논란 속에 공정위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있다. 거듭된 논란이 이번 고발이 충분한 조사·근거 없이 이뤄진 조처라는 사실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화물연대 사건을 대리하는 조현주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검찰 고발이 이뤄지려면 화물연대가 사업자단체하는 사실이 전제돼야 한다”며 “공정위 스스로 죄가 된다는 확신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노조 탄압을 위해 성급하게 화물연대 고발을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노동계는 이번 고발 결정서 공개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사실 공표라며 반발하고 있다. 화물연대 측은 지난 2일 공정위에 ‘결정서 공개에 대한 의견서’를 보내고 “해당 사건 결정서는 조사방해죄 형사사건의 피의 사실을 담고 있다”며 “공소제기 전에 공정위가 피심인에 대한 조사방해죄 형사사건 피의사실을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행위는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사방해죄 유죄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피의사실을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행위는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에 위배된다”며 비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공정위의 화물연대 고발을 둘러싼 논란은 조사 초기부터 끊이지 않고 있다. 공정위가 화물연대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한 당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는 화물연대에 소속된 화물차주를 사업자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조사 사건에 대해 고수해 온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원칙을 위원장이 깨뜨리고 주요 쟁점을 예단한 것이다. 중립성 논란이 일자 한 위원장은 지난 16일 화물연대 고발 조처를 결정하기 위한 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공정위는 처음부터 화물연대가 노조가 아니라고 결론내려놓고 심판하고 있다”며 “공정위의 이번 결정서는 한마디로 기만”이라고 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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