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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가족들 “30년 넘게 배 탄 남편…사고 났다니 믿기질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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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된 3명은 비교적 건강

안정 후 ‘정밀 조사’ 예정

경향신문

전남 신안 해상에서 전복된 배 위에서 선원들이 5일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까지만 배 타고 기술 배워보겠다는 아들이었는데….”

5일 청보호 전복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전남 목포시 신안군수협 회의실은 적막감이 가득했다.

실종자 구조와 가족 지원 등 사고수습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구조 당국의 약속이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위로도 되지 않는 듯했다.

선원 이모씨(45)의 아버지 A씨(75)는 이날 새벽 부랴부랴 이곳을 찾았다. A씨는 “지난 설 명절에 아들이 이번을 끝으로 더는 배를 타지 않다고 약속했는데, 사고가 날 줄은 몰랐다”며 허망해했다. 그는 “큰아들은 이민을 갔고, 이제 이곳에 혈육이라곤 하나 남았다. 아들이 잘못되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며 울먹였다.

기관장 김모씨(64)의 부인 B씨(64)도 고개를 떨군 채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렸다. 그는 지난 1일 ‘진도에 입항했다는 남편의 전화가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B씨는 “남편은 30년 넘게 배를 탔다”며 “평소와 같이 잘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사고가 났다니 믿기질 않는다”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B씨는 “남편이 내년에는 뱃일 그만두고, 가정에 충실하겠다고 했다”며 “이제 고생 그만하고 편안한 삶을 보낼 일만 남았는데, 이처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무사히 구조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구조 당국이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선장 이모씨(50)의 부인 C씨는 하염없이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C씨의 카카오톡 대화방은 결혼식 때 촬영했던 사진이 배경으로 설정돼 있었다. C씨는 “남편과 4일 오후 10시24분쯤 영상 통화를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상은 없었다”며 “구조 소식이 들리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11시19분쯤 전남 신안군 임자면 재원리 대비치도 북서쪽 16㎞ 해상에서 24t급 근해통발어선 청보호가 전복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선원 12명 중 3명을 구조했다. 유모씨(48), 손모씨(40), 인도네시아인(23) 등이다. 구조된 선원 3명은 이날 오전 사고해역에서 목포해경전용부두로 들어와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부축을 받으며 하선했지만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부두에서 구조된 선원들과 재회한 가족들은 눈물을 쏟아냈다. 한 여성은 울음을 터뜨리며 남편에게 “괜찮냐”고 물었고, 이에 구조된 선원은 “응, 괜찮아”라고 힘겹게 답하기도 했다.

구조된 선원은 병원으로 옮겨져 검사와 치료를 받았다. 이들이 안정을 되찾으면 정밀한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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