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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시대 변화 맞춰 교육과정 혁신, 창의 융합형 미래 의학 인재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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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탐방 고려대 의과대학

중앙일보

고려대 의과대학은 흰 가운 속에 담긴 ‘의사 정신’을 되새기는 화이트코트 세리머니를 매해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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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화하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의사상(像)도 다양해졌다. 단순히 환자를 치료하는 수준을 넘어 사회적 문제와 의학 연구를 수행하는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미래 의학을 이끌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한 논의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이에 따라 의과대학의 교육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고려대 의과대학은 전통과 혁신을 결합한 ‘미래 의학의 산실’로 통한다. 인공지능·빅데이터 등을 활용하면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미래 의학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결과다. 고려대 의대는 ‘연구 중심 대학’의 면모를 갖춰가며 2028년 다가올 100주년을 준비하고 있다.

고려대 의대의 역사는 ‘도전’과 ‘혁신’으로 요약된다. 이 대학은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전을 지속해 왔다. 의대의 뿌리인 조선여자의학강습소는 구한말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한 여성을 돌보기 위해 만든 여의사 교육기관이었다. 산업화 시대에는 주요 공업 지역인 서울 구로와 경기도 안산에 병원을 세워 의료 취약계층을 돌봤다. 생명 존중과 인류애를 바탕으로 의학 교육 본연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이처럼 고려대 의대 역사에는 오랜 전통에서 묻어나오는 교육 철학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윤영욱 고려대 의과대학장은 “의대는 의학 지식만 전달하는 곳이 아니다”며 “고려대 의대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의술, 민족을 위한 의료’를 실천하며 의술과 인성, 연구 역량을 두루 갖춘 전인적 의사 양성을 주도해 왔다”고 강조했다.



기초의학, 국내 대학 첫 세계 100위권



고려대 의대는 특히 연구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 세계 최초 신증후출혈열 원인균 발견 및 백신 개발, 국내 최초 법의학연구소 개소 등이 대표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려대 의대는 국내 의대 가운데 유일하게 복수의 국가지정 연구중심병원(안암병원·구로병원)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최근에는 ▶BK21 플러스 사업 선정 ▶국가전략 프로젝트 정밀 의료사업단 선정 등 다양한 성과를 내며 ‘연구 중심 의대’로 자리매김했다. 나아가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최상의 라인업도 구축했다.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2019년, 2021년 2회 연속)과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2019년)에 선정되면서부터다. 이를 통해 고려대 의대는 학생-전공의-전임의-중견의사 단계에 따라 맞춤형 연구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고려대 의대는 다른 대학과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 첫째는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교육과정이다. 기초-심화-몰입의 단계적 교과과정을 통해 학생의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고려대 의대는 의학의 뿌리로 불리는 해부생리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9년 QS 세계대학 학과별 순위’에서 해부생리계(Anatomy & Physiology) 기초의학 부문에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100위권에 진입했다. 기초연구는 주로 ‘문숙의학관’에서 이뤄진다. 2014년 지상 7층 규모로 지어진 문숙의학관에는 예방의학·생화학·해부학·미생물학·생리학 등 기초의학 분야 교실과 연구실, 세미나실 등이 모여 있다. 아시아 최초로 가상해부대와 로봇시뮬레이터를 갖춘 실용해부센터도 개소했다. 이어 카데바(해부용 시신) 수술실, 현미경 수술실을 설치하는 등 교육·연구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갖춘 곳으로 유명하다.

최신 기술을 접목한 교과목도 마련된다. 전문 인력을 다수 채용해 임상 현장에서 필요한 각종 의료 정보를 과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의대 안에는 최신 의료정보학, R프로그래밍, 파이썬 등 다양한 교과목이 운영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의료 정보를 관리·가공하고 원격의료·가상병원 등 새로운 형태의 의료서비스를 개발하는 혁신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지난 1월에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데이터 사이언스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경험과 배움의 기회가 뒷받침될 때 의료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굿닥터’가 탄생한다. 그런 의미에서 고려대 의대는 굿닥터가 탄생하기 좋은 환경을 갖춘 곳이다. 편성범 고려대 의대 교무부학장은 “고려대 의대는 시대 변화에 따라 교육과정을 혁신하면서 국내 의학 교육의 ‘롤모델’을 제시해 왔다”며 “기초의학부터 임상의학, 첨단 미래 의학까지 모든 걸 아우르는 교육과정을 통해 창의 융합형 미래 의학 인재를 양성하는 데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신센터 등 최첨단 교육·연구 시설 구축



둘째는 수준 높은 진료 실습 환경이다. 고려대 의대 캠퍼스는 모두 다섯 곳이다. 안암병원·구로병원·안산병원이 각각 교육병원으로서 캠퍼스 구실을 한다. 2021년 문을 연 청담 고영캠퍼스와 정릉 메디사이언스 파크도 교육·연구 기능을 수행하는 새로운 캠퍼스다. 고려대 의대는 이 다섯 곳의 캠퍼스를 통해 수준 높은 실습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각오다. 각 캠퍼스에 학생들이 실제 병원과 동일한 환경에서 진료 실습을 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센터도 마련했다. 시뮬레이션센터는 전공의, 간호사, 의료기술직 등 각 병원 구성원의 임상 역량을 높이는 교육의 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2018년엔 의과대학 개교 90주년을 기념해 의학도서관 재단장을 마쳤다. 특히 국내 의학도서관 중 최초로 ‘상호대차(원문 복사) 서비스’를 도입해 의학 자료 활용에 혁신적 변화를 일궈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자료를 전산화해 ‘의학전자도서관시스템’을 구축했다. 편 교무부학장은 “의학도서관은 학생들에게 최적의 의학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며 ‘스마트 러닝 공간’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제1의학관 증축 및 리모델링 공사가 완료돼 학생들에게 더욱 수준 높은 학업 환경이 제공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셋째는 최첨단 연구 중심 시설이다. 정릉 메디사이언스 파크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혁신적인 미래 의사 양성과 다학제 연구를 수행하는 전초기지로 꼽힌다. 의료정보학교실과 관련된 연구시설이 있는 곳이다. 의료정보학은 광범위한 의학 영역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컴퓨터 기반의 IT 기술을 의학 영역에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4년 구축 예정인 ‘정몽구 백신혁신센터’는 메디사이언스 파크를 대표하는 시설 중 하나다. 백신혁신센터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백신·신약 개발을 목적으로 사재 100억원을 전달한 뜻을 기리기 위해 명명된 곳이다. 향후 이곳에선 백신 원천 기술 개발, 후보 물질 유효성 평가, 전임상 연구 등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질 예정이다.

마지막은 글로벌 의학 교류 시스템이다. 고려대 의대는 세계연구중심대학 연합체인 ‘Universitas 21’(U21)의 국내 유일 회원대학이다. 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보건의료 교과과정을 도입했다. 연구 중심의 국제 교류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국내 의학 교육의 표준을 이끌겠다는 목적에서다. 2017년에는 세계 유수의 8개 의대와 함께 ‘Global Alliance of Medical Excellence’(GAME)라는 국제 의학교육 및 연구 협의체를 창립했다. 세계 의과대학 간 공동 연구와 학술 교류로 공동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려대 의대는 의학교육 연구와 교류에 초점을 둔 TEI(Transnational Educational Initiatives) 프로젝트의 주관대학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다양한 주제를 논의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2019년부터 의대생 하계캠프(GAME-TEI Summer school)를 주도하고 있다. 윤 의과대학장은 “고려대 의대는 앞으로도 사회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의학교육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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