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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은행 힘 빼려다 더 키울수도" 금융 허들 없애면 과점체제 완화될까 [공공재 규제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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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구조개선 TF 구축
업무별 인허가·특화은행 논의
비금융 넘어 신사업 진출 독려
금산분리 등 허들 없어지면 경쟁 더 치열
기존보다 은행업 더 쎄질 수도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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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 손질을 예고한 가운데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메기’ 역할이 기대됐던 인터넷은행이 기대와 달리 시장의 판도를 흔들지 못한 데다 소수의 고객이 세분화된 은행들을 이용하더라도 현 체제를 흔들 만큼 큰 위협이 되기 힘들다는 전망이다.

은행이 완전한 경쟁체제로 가기 위해서는 금산분리 등 다양한 허들을 없애거나 완화해야 하는데, 규제 장벽 해소로 오히려 은행업이 강화돼 정부의 추진 방향과 상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정부 주도로 은행이 통폐합됐는데 마치 은행이 주도적으로 독점한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은행권 경쟁 촉진과 구조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하면서 경쟁 시스템 강화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이달 22일 제1차 TF 회의를 연다. TF에서는 대형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를 완화하기 위해 업무별 인허가를 내주는 스몰 라이선스 도입 및 챌린저 뱅크 확대, 은행업 인허가 심사 대상 확대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점 구조를 낮추면 경쟁 체제가 활성화돼 ‘이자 장사’ 관행을 깰 수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글로벌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은행 시장집중도가 높지 않다고 지난해 12월 발표한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의 결과가 순식간에 바뀌었다고 당혹해한다.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는 최근 내놓은 은행업 경쟁도 평가결과 보고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한국의 은행산업 시장 집중도는 중하위권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은행 자료에 근거해 총자산 상위 3개사의 점유율 합산 수치(CR3)로 평가할 때 한국은 일반은행(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 기준 23위, 시중은행 기준 18위라는 것이다. 즉, 대통령과 금융당국의 지적과 달리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은행이 글로벌 대비 오히려 많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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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은행업 인가 대신 영국의 챌린저 뱅크를 모형으로 은행업 라이선스를 기능별로 세분화하는 스몰 라이선스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챌린저 뱅크는 기존 대형은행의 지배적인 시장 영향력에 도전하는 핀테크·혁신사업자 등 소규모 특화은행을 말한다.

정부가 그리는 은행 개혁에서 규제 완화 및 겸영 업무 확대도 다소 상반되는 부분으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산분리는 금융·비금융 회사를 동시에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다. 대기업과 같은 산업자본이 자기자본이 아닌 고객의 예금으로 금융산업을 지배하는 것을 막고자 마련됐다. 마찬가지로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소유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처럼 업종 간 벽으로 인해 은행권도 비금융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데 제한적인 부분이 있었다. 다만 KB국민은행 ‘리브엠’의 알뜰폰 시장 진출, 신한은행 ‘땡겨요’의 배달앱 시장 진출처럼 일부 서비스는 금융위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며 최대 4년간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만일 금산분리가 완화돼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들을 부수 업무로 지정하면 연장 허가를 받지 않고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타 은행들의 신사업 추진이 활발해지면 기존 은행들의 힘이 더 커질 수 있다. 겸영 업무 확대도 마찬가지다. 물론 은행들이 버는 만큼 사회공헌에 사용하면 정부가 지적한 ‘과점의 폐해’ 논란은 사그라들 수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방향이 은행권의 힘을 빼려는 것인지, 오히려 더 강화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지금 상황을 보면 단순히 은행권에 ‘당근과 채찍’을 들고 길들이기를 하려는 것으로만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투데이/이재영 기자 (ljy0403@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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