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회의록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것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진행된 회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전문은 아니지만 각 게임을 검토한 게임위 연구원들의 의견과 이에 대한 위원들의 질의 및 의견교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간 게이머 및 게임업계에서 게임위 등급분류에 대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부분은 공개된 등급분류 기준만으로는 연령등급 및 통과 여부를 예상하기 어려운 소위 ‘고무줄 심의’라는 것이다. 이에 등급분류에 관련되어 크게 회자됐던 주요 사건에 대해 게임위 회의록에 담긴 근거를 명확히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게임위 회의록 ①] 모탈 컴뱃 11 국내 출시 무산된 이유는?[게임위 회의록 ②] 스타듀 밸리와 림월드가 같은 15세 등급?[게임위 회의록 ③]; 블루 아카이브 문어 장면, 日 춘화 연상?
스팀을 중심으로 해외 인디게임을 즐기는 국내 게이머도 부쩍 늘었고, 이를 토대로 삼아 한국어를 공식 지원하는 타이틀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게임이 심의를 받았어?’라는 생각이 드는 해외 인디게임도 적지 않다. 지난 7일 한국어가 추가되며 눈길을 끈 ‘페이퍼즈, 플리즈' 역시 작년 11월에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았다.
이 중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인 힐링 게임으로 손꼽히는 농장경영 게임 스타듀 밸리와, 유저가 적극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장기적출이나 인육섭취 등도 가능한 림월드다. 이들은 둘 다 국내 등급을 받았는데, 눈에 띄는 점은 둘 다 ‘15세 이용가’ 등급이라는 것이다. 전체적인 플레이를 고려하면 두 게임이 제공하는 콘텐츠 수위 차이는 상당히 크다. 스타듀 밸리는 게임성에 비해 높은 등급을 받았고, 림월드는 반대로 낮은 등급을 받았다고 느껴진다.
그렇다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두 게임은 같은 연령등급을 받았을까? 우선 스타듀 밸리부터 살펴보자. 스타듀 밸리는 작년 6월 30일에 진행된 회의에 안건으로 올라왔다. 등급분류를 신청한 업체는 12세 이용가로 신청했으나, 게임위 연구원은 게임머니로 블랙잭, 슬롯머신을 즐기는 부분에서 사행성을, 유저 선택에 따라 맥주를 마실 수 있으며 취한 효과도 표현된 점 등에서 약물을 지목하며 등급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위원 역시 15세 이용가로 결정했다.
▲ 스타듀 밸리 연령등급 결정 게임위 회의록 내용 (자료제공: 게임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스타듀 밸리 스크린샷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림월드 연령등급 결정 게임위 회의록 내용 (자료제공: 게임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등급분류 당시에는 없었으나 작년 10월에 출시된 림월드 DLC 바이오테크에는 아동노동도 포함되어 있다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앞선 회의록을 보면, 게임위에서 모든 게임을 면밀하게 살펴서 등급분류를 하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게임 심의를 위한 분석 과정에선 체험 버전을 받아서 직접 해보며 파악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등급분류를 신청한 게임사가 제출한 설명서, 영상, 이미지 등만 참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부분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에 출시되는 게임 수에 비해 이를 분석하는 게임위 직원 수가 굉장히 부족하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게임위가 작년 12월에 발간한 2022년 게임 등급분류 및 사후관리 연감에 따르면 2021년에 게임위가 등급분류한 게임 수는 916개다. 이어서 게임위에서 신청이 들어온 게임을 검토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9명이다. 산술적으로 따져봤을 때 한 사람이 맡는 게임은 1년에 114.5개, 한 달에 9.5개, 1주에 2.2개다. 게임은 영상, 책과 달리 장시간 플레이가 요구되기에 통상적인 여러 업무를 하면서 1주에 게임 2개 혹은 3개를 플레이를 하며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위 인력을 무한정 늘리는 것도 답은 아니다. 인력을 확대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소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점점 등급분류를 내려놓고 사후관리에 집중하는 기관 흐름에 맞춰 모든 심의를 민간에 넘겨주되, 고의적인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적발된 게임사에 대한 처벌을 무겁게 하여 자정효과를 노려보는 것도 고려해볼 부분이다.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Copyright ⓒ 게임메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