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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밥 먹자. 그런데 지갑이 없네"…부하들에 갑질 반복한 대령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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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에게 평소 잘해야 한다" 개인업무 지시…거친 욕설도

감찰 조사 시작되자 "호박씨 까지 마라" 신고자들 노골 협박

해임 처분 받자, 불복 소송…法 "파면도 가능한 수준" 기각

이데일리

(그래픽=뉴스1)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해군본부에서 근무하던 한 해군 대령이 부하 직원들에게 쌍욕과 갑질 행위를 하다 적발됐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해당 대령은 감찰 조사가 시작되자 피해자들을 협박하고 신고자를 색출하려 해 결국 해임됐다. 그는 해임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해군 대령 A씨는 해군본부에서 근무하던 2020~2021년 부하 장교들에게 지속적으로 막말과 갑질을 일삼았다.

그는 이사 등 사적 업무를 부하 영관급 장교들이나 부사관에게 시켰다. 그는 부하 영관급 장교들에게 “선배들에겐 진급시기뿐 아니라 평소에도 잘해야 한다”며 이런저런 지원을 사실상 요구했다.

A씨는 개인용도를 마친 후 부하 영관급 장교들에게 연락해 숙소까지 개인차량 지원을 요구하거나, 평일이나 주말 개인적 식사를 강요한 후 ‘난 지갑을 갖고 오지 않았다’며 계산을 하도록 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자신의 식사제의를 거절한 부하 영관급 장교에게 회의 중 느닷없이 욕설을 하며 모욕을 하기도 했다.

해군서 주의 받았음에도 오히려 더 폭주 ‘인사 불이익’ 언급

참다못한 피해자들이 해군 측에 이를 알려 A씨는 해군본부에서 주의를 받았으나, 그 이후 그의 행동은 더욱 심해져 신고자 색출에 나서려고 했다.

A씨는 부하들에게 “누가 신고한 것 같으냐”고 묻거나, 아침회의 시간마다 “뒤에 가서 호박씨 까지 마라. 결국은 다 알게 된다”고 발언해 신고자를 겁박했다. 피해 부하를 따로 불러내 “내가 소송을 하면 소송 대상이 된 부대원들은 진급에서 제외될 것이니 길게 끌면 안 좋다”고 위협했다.

그는 또 자신에게 욕설을 듣거나 개인업무를 해준 부하들을 신고자로 특정한 후 다른 부하들에게 “걔네 잘 관리해라”, “전출 보내야겠다”등이라고 말하면 신고자들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시도했다.

결국 해군은 2021년 9월 A씨에게 해임 징계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곧바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호로새끼’라는 발언을 한 적 없고, 설령 했다고 하더라도 홧김에 혼잣말로 했을 뿐”이라며 “부하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개인적 업무를 지시한 부분에 대해선 “부하들이 도와준 것은 맞지만 전임자의 지시에 의한 것일 뿐 제가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차량지원시엔 미리 의사를 물었고, 강제로 식사를 하게 한 적이 없으며, 식사를 한 경우에도 대부분 제가 부담했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신고자를 색출하려 했다는 징계 사유에 대해서도 “저를 모함하면 안 된다는 취지를 전한 것일 뿐, 협박이 아니다”며 “일부 발언의 경우 감찰조사를 받는 괴로운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서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법원, 징계 사실관계 모두 인정…“비위 가볍지 않아”

사건을 심리한 대전지법 행정2부는 A씨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부하에게 욕설을 하거나 개인적 업무를 시키고, 식사비용을 결제하도록 한 사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감찰 과정에서의 부하들을 협박한 사실도 인정했다.

그러면서 “A씨의 비위행위는 수개월간 반복적으로 이뤄졌고, 상당수 부대원들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또 신고자 색출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협박 취지의 발언도 했다”며 “이러한 행위는 군 조직에서 하급자의 정당한 의견 제출 및 부당한 행위에 대한 신고를 보장하는 군인복무기본법을 위반한 것으로서 비위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결론 냈다.

재판부는 특히 “신고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도한 지시한 행위의 경우 해임보다 한 단계 중한 파면 처분이 가능하다”며 “A씨에 대한 해임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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