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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K팝 vs IT 공룡의 숨 막혔던 한 달의 기록 [SM인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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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3.0 발표 그 후, 카카오-하이브 등판

SM 인수 위한 머니 게일…극적 합의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K팝 사상 전례없던 엔터 공룡과 IT공룡의 ‘SM 인수전’은 카카오와 하이브의 ‘전격 합의’로 소란스러웠던 한 달을 마무리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SM 3.0’ 발표를 기점으로 점화된 경영권 다툼과 K팝 시장을 뒤흔든 ‘머니게임’은 서로가 한 발씩 물러서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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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하이브 의장,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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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3일 ‘SM 3.0’ 발표 그 후

시간은 지난달 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SM엔터테인먼트의 현 경영진인 이성수 탁영준 공동 대표가 이수만의 퇴진과 배제를 골자로 한 체제 개편안인 ‘SM 3.0’을 발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의 이별을 고했다. 이수만의 독점 프로듀싱이 아닌 글로벌 시대의 흐름에 맞는 멀티제작센터와 레이블 구축을 골자로 한 향후 계획이었다.

이후 지난 7일 카카오가 SM 지분의 9.05%를 유상증자 등의 형식으로 확보, 2대 주주로 떠오르면서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경영권 분쟁의 이면엔 SM의 지배 구조에 문제를 제기하며 불씨를 지핀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자리하고 있다.

얼라인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설립한 개인 회사인 ‘라이크 기획’이 SM으로부터 받아가고 있는 거액의 인세를 꾸준히 문제 삼았다. 라이크기획은 SM 소속 아티스트의 음반과 SM이 제작한 음반의 자문과 프로듀싱 업무를 맡고 있는 하청업체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SM으로부터 114억원을 받아갔다. 이 기간 SM의 영억이익은 386억원. 전체 영업이익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얼라인은 라이크기획이 엄청난 용역비를 가져가면서도 베일에 쌓여 있으니 ‘투명성 문제’로 공세를 벌인 것이다.

당시 카카오는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는 3자간 업무 협약을 통해 급변하는 음악 및 콘텐츠 환경 속에서 다각적 사업협력을 통해 K-컬처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데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대주주는 가만 있지 않았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2월 8일 서울동부지법에 SM을 상대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3일 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가 참전했다. 이 전 총괄은 하이브와 손잡고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4.8%를 주당 12만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전체 총액은 4228억원에 달했다.하이브는 이수만의 지분을 인수하며 SM 지분 공개 매수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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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영준(왼쪽), 이성수 공동대표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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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브 VS 카카오, 숨 막히는 머니게임

‘K팝 창시자’인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세계 무대에서 ‘K팝 최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하이브 방시혁이 만나, SM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업계는 전례 없는 격랑에 휩싸였다. 하이브의 참전 이후 ‘SM인수전’은 연합 전선이 만들어졌다. 하이브와 이수만, 카카오와 SM 현 경영진의 대결 구도였다. 양측은 서로를 공격하며 폭로와 경고를 주고 받았다.

하이브가 지난 달 16일 SM엔터 새 경영진 인선안과 지배구조 개선안을 공개하자,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역외 탈세’, ‘나무심기’ 관련 가사 요구, 에스파의 컴백 연기 배경 등 이 전 총괄의 각종 의혹을 담은 영상을 게재했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는 모습은 어지간한 드라마보다도 드라마틱했다. 하이브는 역외탈세 의혹에 대해 “하이브의 SM 인수 후에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며 “SM의 문제제기는 의미가 없다”고 대응했다. SM은 하이브의 인수 시도가 ‘적대적 M&A’라는 데에 방점을 두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후에도 SM엔터테인먼트는 공개매수 마감과 주주총회를 앞두고 하이브의 인수를 반대를 이유를 조목조목 밝히며, SM 구성원들의 입장을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 경영진과 이사진의 일괄 사퇴를 밝혔다. 이 전쟁이 자신들의 자리 유지가 아닌 새로운 SM을 만들고 SM의 유산을 지키기 위한 점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SM은 “적대적 방식의 공개매수 시도가 K-팝 문화를 선도하는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공헌해온 아티스트, 임직원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임과 동시에 당사의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훼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쟁사인 하이브가 인수할 경우 SM 소속 가수들이 활동이 후순위로 밀려날 수 있는 것은 물론 업계 전체의 건강한 발전이 아닌 하이브를 위한 합병이 될 것이라고 했다. “SM과 하이브가 합쳐진다면 전체 시장 매출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독과점적 지위”를 갖는다는 점도 우려했다.

하이브도 물러서지 않고 맞섰다. 하이브는 등판 2주도 되지 않아 2월 22일 SM의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당초 예정보다 12일이나 앞당겨 이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모두 사들였다. 하이브가 SM 지분 대금을 치른 날은 이 전 총괄이 SM을 상대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 양측의 첫 공방이 진행됐다.

박지원 하이브 CEO는 공시 직후, “하이브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SM 아티스트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SM이 글로벌 트렌드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하이브와 SM이 힘을 합쳐 세계 3대 메이저 음악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의 기업을 만들어보자”고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SM엔터테인먼트의 생각은 달랐다. SM 현 경영진이 선택한 ‘최적의 파트너’는 카카오였다. SM은 하이브가 1대 주주로 올라서자, ‘카카오와의 전력적 협력 의미’라는 발표를 통해 “카카오와의 협력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콘텐츠와 플랫폼 간의 만남을 의미한다”며 “어느 한쪽에 종속되는 것이 아닌, 둘 사이의 수평적인 시너지와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호 전략적인 협력 관계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분야의 경쟁자인 하이브를 겨냥한 이야기였다.

SM 인수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음모와 암투, 거대한 ‘머니게임’을 향한 두뇌싸움을 이어갔다. 이후 2월 23~24일엔 SM과 카카오간의 사업협력계약의 세부 내용이 알려지며 역대 최강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하이브가 SM과 카카오의 계약에 대해 우선적 신주인수권을 부여한 것과 SM 음원, 음반 유통에 기한 없는 배탁적 권리를 준 점에 대해 문제 삼았다. ▷ SM 신주 혹은 주식연계증권 카카오에 우선 부여 ▷ 카카오엔터가 SM 국내·외 음원에 대한 제한 없는 배타적 권리 획득 ▷ 카카오엔터가 북·남미에서 SM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관리 ▷ 카카오엔터에서 공연·팬 미팅 유통 총괄 등의 내용이다. 하이브는 이에 대해 SM이 카카오에게 회사의 ‘주요 먹거리’를 다 넘긴 ‘종속적 계약’이라는 입장이고, SM은 “수평적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전략적 협력”이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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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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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브에 유리했던 3월 첫 주, 이내 카카오 반격

3월이 되며 ‘SM 인수전’의 무게추가 하이브 쪽으로 먼저 기울었다.

3월 3일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는 이수만이 SM을 상대로 낸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법원의 판단으로 카카오는 SM 지분 9.05%를 취득이 어려줘지며, SM 인수전에서 하이브에 밀린 상황이 됐다.

법원의 판단으로 이 전 총괄은 후련하게 SM엔터테인먼트에서 내려왔다. 그는 법원 판결 이후 “지난 2년의 시간은 SM에게 가장 적합한 ‘베스트’를 찾는 시간이었다. 내게 ‘더 베스트’는 하이브였다”고 말했다. 특히 이 전 총괄은 “대중이 없으면 스타가 없고, 스타가 없으면 프로듀서가 없고, 프로듀서가 없으면 음악 산업은 성공을 할 수가 없다”며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은 저와 같은 음악 프로듀서로서 배고픈 시절을 겪어봤고, 음악에 미쳐 살았고, BTS 라는 대기록을 세운 인물이다. 그가 저와 같은 애정으로 아티스트들을 대한다는 것이 선택의 이유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하이브의 공개매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하이브는 이수만에게서 사들인 14.8%의 지분과 이수만에게 풋옵션이 걸린 채 남은 지분 3.65%, 공개매수를 통해 갤럭시아에스엠으로부터 사들인 지분 약 0.98%까지 약 19.5%의 SM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그러다 마침내 카카오가 지난 7일 주식 공개 매수를 선언하며 칼을 빼들었다. 카카오는 SM엔터 주식의 35%에 해당하는 833만3천641주를 주당 15만원에 매수, ‘SM 경영권’ 확보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면서 상황은 또 한 번 반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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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김범수 창업주와 하이브 방시혁 이사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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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쩐의 전쟁 그만…경영권은 카카오, 플랫폼은 협력

카카오의 공개매수 결단에 하이브는 장고에 돌입했다. 하이브가 나서지 않은 지난 며칠 동안 업계엔 하이브의 2차 공개매수설이 나돌았다. 주당 18만원 공개매수로 지분을 추가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SM 주가가 지나치게 상승 중인 상황에서 공개매수에 나서 지분을 확보한다 해도 과도한 출혈이 예상됐다. 말 그대로 ‘승자의 저주’가 현실이 되는 것이다. 이미 카카오가 공개매수를 시작, 하루 만이었던 지난 8일 SM 주가는 15만원을 넘었고, 2 거래일 동안 15만원대를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 10일엔 전 거래일 대비 4.58% 하락한 14만7800원에 마감했다.

양측은 이러한 와중에 지난 10일 긴급 회동을 가졌다. 업계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양측의 ‘쩐의 전쟁’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가장 컸다. 게다가 현재 SM의 주가는 하이브든 카카오든 승자의 윤곽이 그려지면 안정권에 접어들 것이라는 점에서 주주들의 피해도 염두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가 공개매수로 확보할 지분은 이달 말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없기에, 결국 주총에서도 ‘표 대결’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꾸준히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마음을 얻어라도,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한 상대방이 경영권을 흔들면 이후 SM엔터테인먼트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와중에 양측은 ‘극적 합의’로 결단을 내렸다. 하이브는 카카오에 경영권을 양보했고, 대신 플랫폼 협업을 마무리지었다.

하이브는 이날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협상 배경을 밝혔다. 카카오 역시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와 상호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는 파트너로서 K팝을 비롯한 K컬처의 글로벌 위상 제고를 위해 다양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26일까지 예정된 공개 매수를 계획대로 진행해 추가 지분을 확보하고,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와의 사업 협력을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번 합의로 오는 31일 예정된 SM 정기주주총회에서 앞서 공개한 하이브 측 사내이사 후보들은 사퇴한다. 사외이사 후보와 관련해서는 카카오와 협의하고 있다. 플랫폼 협력에 관련해서는 추후 구체적으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하이브 측은 “협력 방안에 대해선 현시점에서 정확한 협업 내용을 답변드리기는 어렵다. 실질적인 협력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브가 보유한 SM의 지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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