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기차역에서 대낮에 벌어진 인종차별 폭행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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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뉴스1) 차현정 통신원 = "오랫동안 꿈꿔왔던 네덜란드 음대 유학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단 생각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어요."
지난 3월 15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기차역에서 신원미상의 십 대 청소년들에게 인종차별적인 언어폭력과 폭행을 당한 김모씨(23)는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네덜란드에 도착한 첫날부터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인종차별적 처사에 솔직히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제가 먼저 줄을 서 있어도, 식당의 종업원들은 제가 보이지 않는지 네덜란드어를 쓰는 백인 손님을 먼저 안내했어요. 하지만, 이런 일로 민감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김씨의 애매한 예상은 생각보다 큰 인종차별 사고에 휘말리게 되었다.
대학 졸업 이후 갈 길에 대한 여러 고민 이후, 그녀가 도전한 것은 암스테르담 콘서바토리 음악대학의 입학시험이었고, 이미 같은 학교에서 피아노 전공으로 유학 중인 친구 최씨의 도움으로 꿈꾸던 입학시험을 치르러 가는 길이었다.
3월 15일 현지시각 오후 2시40분경, 김씨와 최씨는 개찰구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는데, 이상하게 탈 때마다 멈추는 에스컬레이터에 단순한 고장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갈아타면 또 멈추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당황했다. 자칫 입학시험에 늦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할 무렵, 그녀들을 향해 인종차별적인 언어 희롱을 하고 있는 네덜란드 십 대 청소년들이 일부러 그녀들이 탄 에스컬레이터의 긴급 정지 버튼을 누르며 장난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네덜란드에서는 네덜란드어를 써라!"
"시험에 늦으면 큰일이고, 저런 십 대 청소년들과 싸워봤자 득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재빨리 개찰구로 나가서 시험 시간을 최대한 맞추려 발걸음을 재촉하는 그녀들에게 지속적으로 언어 희롱을 한 네덜란드 십 대 무리들은 "너희는 왜 영어를 쓰냐? 네덜란드에 오면 네덜란드어를 써라. 너희들은 중국인이냐?"라고 하며 위협을 가해 왔다.
입학시험을 위해 일부러 지구 반바퀴를 돌아온 친구가 사건에 휘말릴 것 같아 걱정이 된 친구 최씨는 친구의 손을 잡고 개찰구로 이동하며 "지금 너희들이 하는 것이 인종차별이다. 기차역에 많은 사람 중에 왜 우리에게 이러냐?"라고 항의를 하자, 소년 무리들은 김씨를 밀치고 발로 차서 넘어뜨렸다.
오직 시험 시간에 늦으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는 생각에 상황을 무시하고 재빨리 기차역을 벗어나려던 두 여성이 개찰구를 빠져나가려는 순간, 먼저 개찰구 밖으로 나가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던 십 대 청소년 중 한 명이 김 씨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서며 주먹으로 김 씨의 얼굴을 가격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 공포스러웠지만, 경찰에 신고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네덜란드 경찰이 출동을 했다.
◇인종차별 이해 못하는 네덜란드 경찰, 뒷짐 진 외교부 영사콜 센터
경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동안, 건너편에서 상황을 판단하고 재빠르게 핸드폰 영상으로 남겨 준 네덜란드 남성 덕분에 두 여성은 경찰에게 상황을 조리 있게 설명할 수 있었다.
몇 명은 폭행을 하고 달아났지만, 그 무리들의 일부는 계속해서 김씨와 최씨 주변에서 조롱을 멈추지 않고 있었기에 "저 친구들이 폭행을 한 무리들의 친구들이니, 도망간 친구들의 연락처라도 물어봐 주세요."라고 네덜란드 경찰에게 간곡히 부탁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경찰서에 와서 정식 조사를 받으라는 형식적 대답뿐이었다.
울면서 시험장으로 뛰어 간 김씨는 친구 최씨의 반주 도움에도 불구하고 긴장하고 당황한 상태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시험이 수포로 돌아간 뒤 김씨와 최씨는 경찰서로 찾아가 직접 신고를 하고 두 시간에 걸쳐 상황을 설명하고 또 설명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네덜란드 경찰은 "너희들은 네덜란드어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째서 그들이 하는 말이 인종차별적인 언어폭력이라고 판단하느냐?"라고 질문했고, 두 여성은 더 이상 도움받을 곳이 없다는 생각에 절망스러움을 느꼈다.
대한민국 영사 콜센터에 연락을 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희망에 24시간 카카오톡 상담 채팅을 신청했다. 김씨는 상황이 위급한 만큼 즉각적인 영사 협력 서비스를 기대했으나 영사 콜센터로 신고한 내용은 주 네덜란드 한국 대사관으로 전달되지는 않았으며, 피해자들이 직접 한국 대사관으로 신고해야 한다는 형식적인 안내만 받았다. 가해자들의 강력한 처벌을 요청하는 문의에도 돌아온 대답은 주 네덜란드 한국 대사관으로 문의하라는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출국 하루를 앞두고 이 사건이 이렇게 잊히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친구 최씨는 김씨를 위로하기 위해 마지막 희망과도 같이 네덜란드 한인 커뮤니티 SNS에 피해 사실과 관련 동영상을 올리며 교민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무차별적 폭행이 인종차별이 아니면 무엇이 인종차별입니까?
"이제 네덜란드 유학에 대해 주변에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친구가 대낮에 암스테르담 한복판에서 인종차별적 폭행을 당하는 것을 보니 저도 당장 짐 싸서 한국으로 가고 싶습니다." 친구 최씨는 본인도 옆에서 지속적으로 언어폭력을 당했기 때문에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씨가 네덜란드 한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확인한 뒤 재빠르게 네덜란드 경찰과 협력하여 추후 도움을 약속한 주 네덜란드 한국 대사관의 말을 믿고 김 씨는 3월 16일 아픈 기억과 멍든 몸을 싣고 네덜란드를 떠났다.
그녀들은 이것은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한 네덜란드 경찰에게 다시 묻는다. "그럼, 당신들이 생각하는 인종차별은 대체 무엇입니까? 얼마나 더 맞고 위협을 당해야 인종차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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