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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게임정책과 업계 현황

위정현 게임학회장 “확률형 아이템 게임으로는 세계시장서 성공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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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성 자극해 돈 쓰도록 유도

카지노 등 도박과 다를게 없어

게임 사용자들 정화노력 빛발해

'확률 정보 공개' 법개정안 통과

지속성장 위해 사업모델 다양화를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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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한국게임학회에서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 공개 문제를 제기해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기까지 6년이 걸렸습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여야 대선 주자들의 공약이었는데도 게임 업계와 일부 국회의원의 반대로 법안 통과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국내 게임 업체들은 게임의 본질에서 벗어난 확률형 아이템 기반 게임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20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확률형 아이템 사업 모델에 집중하는 국내 게임 업계의 한계를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게임 업체가 특정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정가에 판매하는 대신 무작위 뽑기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게임 사용자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반복적으로 구매하며 과소비를 부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그간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자율적으로 공개해왔다.

위 학회장은 “확률형 아이템의 가장 큰 문제는 도박성과 사행성”이라며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으로 사행성을 자극해 게임 사용자들이 계속 돈을 쓰도록 유도하는 것은 카지노 등 도박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게임 사용자들이 2년 전부터 트럭 시위 등을 통해 아이템 확률 조작 등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 개정안 통과의 강력한 원동력이 됐다”며 “게임 산업을 정화시키기 위한 게이머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위 학회장은 게임의 본질은 ‘투입 시간의 함수’라고 했다. 시간을 많이 투입한 사용자가 게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이 보편화하면서 국내 게임은 돈을 많이 쓰는 사용자가 우위를 점하는 구조로 변했다. 위 학회장은 “1년에 수천만 원, 수억 원을 확률형 아이템에 쏟아붓는 사용자가 게임의 지배자가 되는 현실은 게임의 본질에서 심각하게 이탈한 것”이라며 “게임이 사용자를 즐겁고 행복하게 하려면 투입한 시간과 돈 간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위 학회장은 확률형 아이템 위주의 사업 모델이 국내 게임사들의 세계시장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대표 게임도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유럽 소비자들이 돈을 써야 하는 확률형 아이템 게임을 게임의 본질에서 벗어났다며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법안이 통과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위 학회장의 판단이다. 특히 개정안에서 다중 뽑기인 ‘컴플리트 가챠’를 금지하는 내용이 빠진 점을 문제로 꼽았다. 컴플리트 가챠는 확률형 아이템 뽑기로 나온 결과물을 모아 특정 조합을 완성하면 희귀한 아이템을 보상으로 주는 시스템으로 사행성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는다.

위 학회장은 “컴플리트 가챠는 아이템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사게 만들기 때문에 게임사 수익의 핵심인데 이번 법안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며 “일본은 게임 업계의 자율 규제로 컴플리트 가챠를 금지하는데 우리는 게임사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있다”고 말했다. 위 학회장은 또 확률형 아이템의 구체적인 정보 공개 범위와 방식, 감독 주체 등이 담길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이해관계자 간 첨예한 의견 대립과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위 학회장은 국내 게임 업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확률형 아이템에 기대 손쉽게 수익을 올리는 구조에서 벗어나 사업 모델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내 게임 업계는 사업 부서에서 기획한 확률형 아이템을 개발자들이 찍어내는 구조다 보니 게임 개발에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완성도 높은 신규 게임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단일 게임 리스크에서 탈피하고 월정액, 게임 패스, 광고, 장식용 아이템 판매 등으로 사업 모델을 다원화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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