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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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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극장 살려야 한국영화산업 존속 가능"...극장의 간절한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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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선 한국영화관산업협회장 인터뷰

중앙일보

김진선 한국영화관산업협회장이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극장가 위기에 대한 지원책을 호소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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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K콘텐트 위상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만, 한국 영화 산업에 돌아오는 이익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OTT에 ‘납품’하는 것일 뿐 산업 기반을 키우는 건 아니니까요. 영화 산업의 기반을 키우려면 결국 영화관이 살아나야 합니다.” 20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한국영화관산업협회 김진선(51) 협회장의 호소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한국영화관산업협회는 지난해 10월 국내 3대 멀티플렉스 사업자인 메가박스중앙, CJ CGV, 롯데컬쳐웍스가 회원사로 참여해 창립한 비영리단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초래된 업계 위기를 타개하고, 한국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김 협회장은 "극장은 코로나19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고, 지금 은행 대출이 안될 정도로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다. 정부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극장이 무너지면 한국 영화 산업이 고사한다”고 말했다.



"OTT 인기, 한국 영화 산업 못 먹여살린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2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가는 천만영화 ‘범죄도시 2’ ‘아바타: 물의 길’ 등이 잇따라 흥행하며 전체 극장 수입 1조 1602억원을 기록했다. 팬데믹 이후 5000억원대로 추락했던 연매출이 처음 1조 원대로 회복했지만, 여전히 팬데믹 전인 2019년에 비하면 5분의 3(60.6%)에 불과하다.

지난 한해 관객 수는 1억1281명으로 2019년의 절반(49.8%) 수준에 그쳤지만, 영화관람료 상승, 관람료가 비싼 3D영화‧특수관 열풍 덕에 그나마 이 정도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급한 불은 껐지만, 갈 길은 멀다.

글로벌 OTT에서의 K콘텐트 인기도 한국 영화 산업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게 영화관들의 입장이다. 국내 극장 연매출이 역대 최고(1조9140억원)를 기록한 2019년까지 극장 매출은 전체 영화 산업 매출의 70~80%를 책임져왔다. 팬데믹 시기 극장 매출이 줄어든 공백을 OTT 등 극장 외 시장 매출이 채웠을 것 같지만, 영진위 집계 결과는 그 반대였다.

한국 영화의 극장 외 매출은 2019년 5093억원을 기록했지만, 팬데믹 이후 2020년 4514억원, 2021년 3838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야 극장 회복과 발맞춰 4539억원까지 올라섰다. 극장 관객 감소로 배급사들이 신작 개봉을 미루면서 IPTV‧인터넷 VOD 수입도 줄어든 탓이다.

김 협회장은 “코로나 시기 극장 매출이 줄어든 만큼 OTT 수입이 늘었다면 (영화계가) 견딜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면서 “OTT는 100만이 보든, 1000만이 보든 한국 영화계 수입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가입자가 늘어났다고 판매 금액을 나눠 주진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티켓값 인상 배경…극장 운영난+한국 영화 제작비 상승"



팬데믹 시기 세 차례에 걸친 영화관람료 인상도 극장 운영난 외에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영진위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평균 영화 관람료는 1만78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1만원을 넘었다. 지난해 8월 주말 기준 일반관 관람료는 1만5000원선. GDP(국내총생산) 상위 20개국 중 중간 수준이지만, 2019년 대비 2022년 상반기 평균 관람료 상승률이 19.5%에 달할 만큼 인상률이 높아 관객 반발도 컸다.

김 협회장은 "국내 영화관들은 연간 관객수가 1억5000만명이 되지 않으면 높아진 인건비, 가스‧전기 요금, 임대료 등 운영 비용을 손해 보는 구조"라며 "운영비 손실에 따른 자구책으로 관람료를 높일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영화 제작비도 팬데믹 전후로 많이 올랐기 때문에, 투자‧배급사들이 자금을 회수할 길도 극장 가격 인상이었다. 질 좋은 블록버스터가 만들어지기 위한 시장 논리로 가격을 판단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안재홍·박서준·아이유 코미디 극장가 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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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영화 '리바운드', '킬링로맨스', '드림'. 연합뉴스, 각 배급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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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3사는 다음달 한국 영화 개봉 활성화를 위한 지원에도 나선다. 내달 개봉을 앞둔 영화 ‘리바운드’ ‘킬링 로맨스’ ‘드림’ 등 세 작품의 배급사에 개봉지원금을 지급한다. 순제작비 75억원선을 기준으로 장항준 감독, 안재홍 주연의 농구 영화 ‘리바운드’와 박서준·아이유 주연 축구 영화 ‘드림’은 관객 1명당 티켓값의 1000원씩, 이선균·이하늬 주연 코미디 ‘킬링 로맨스’는 2000원씩을 영화사에 돌려주는 형태다. 볼만한 한국 영화가 없다는 관객들의 불만에 영화관들이 플러스엠‧CJ ENM‧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NEW‧에이스메이커 등 주요 배급사들과 머리를 맞대 마련했다.

김 협회장은 “그간 한국 영화가 특정 장르에 쏠려 다양성이 안 보인 것도 외면받은 요소다. 새로운 흥행 가능성을 가진 영화들로 시장을 두드려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기간 일부 극장 상영작이 거의 동시에 OTT로 출시되면서 단축된 홀드백(극장 상영이 끝난 영화가 다른 플랫폼에 출시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종전처럼 늘어나도록 노력하는 것도 극장들의 숙제라고 김 협회장은 말했다. 그는 관객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영상·사운드 특수관도 확충하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영화로 잘된 감독들이 OTT에 도전하는 선순환이 이뤄지려면 영화 산업이 지탱돼야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하는 예술분야 기금을 영진위도 쓸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겠어요. 또 예술창작물 10% 부가세 면세 시행령 조항에 국내 창작 공연‧뮤지컬이 포함됐는데, 한국영화도 예술창작물로 인정해 10% 면세해 준다면 당장 시장을 살리는 데 보탬이 되리라 봅니다. 죽어가는 영화관을 살려야 합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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