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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슈 국방과 무기

러, 日과 영토분쟁 쿠릴 열도에 미사일 추가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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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총리 우크라 방문 직후 발표

사정거리 500㎞ 지대함 미사일

“美·日의 군사력 증강에 대응”

조선일보

21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밝게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기사다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5억달러(약 6500억원)의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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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22일(현지 시각)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쿠릴 열도에 대함 방어 미사일을 추가 배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일본은 평화가 회복될 때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한 직후다. 일본 정치·외교가에선 미사일 배치를 ‘러시아의 경고’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측은 ‘공식 유감 표명’과 같은 날 선 반응은 삼가는 모양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쿠릴 열도 북부 파라무시르(일본명 호로무시르) 섬에 러시아의 ‘바스티온’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바스티온 미사일은 사정거리 약 500㎞의 이동형 초음속 지대함 미사일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이 섬에 군사 기지를 설치하고, 바스티온 미사일을 배치한다고 예고했다. 앞서 2021년 12월에는 쿠릴 열도 중부 마투아(일본명 마쓰와) 섬에 바스티온 순항 미사일을 배치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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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이구 장관은 이번 미사일 배치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일 동맹을 겨냥한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미사일 배치는 쿠릴 열도 주변의 안보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 견제를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고, 동맹국들과 정치·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말 자위대에 반격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을 부여한 일본에 대한 견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반격능력은 적국이 미사일 등으로 일본 영토나 동맹국에 대한 공격이 임박한 경우에 일본 자위대가 먼저 적의 미사일 발사대 등을 공격하는 것이다.

일본에도 러시아의 쿠릴열도 방어 미사일 배치는 껄끄러운 이슈다. 쿠릴열도는 러시아의 캄차카반도와 일본 홋카이도 사이에 길게 이어진 섬들로, 오호츠크해와 태평양을 잇는 군사적 요충지다. 총 25개 섬이 있는데, 러시아는 모든 섬을 쿠릴 열도로 간주하고 실효 지배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홋카이도에 가까운 4개 섬은 쿠릴열도가 아니란 입장이다. 이를 ‘북방 영토’라고 부르며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에 러시아가 방어 미사일을 배치한 파라무시르는 캄차카반도 인근에 있는 섬으로, 양국 간 영유권 분쟁이 있는 지역(북방 영토)은 아니다. 일본의 한 소식통은 “러시아가 영유권 분쟁 지역이 아닌 자국 영토에 방어 미사일을 배치하는 데 대해 일본 정부가 반발하는 건,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다”며 “일본 정부로선 북방 영토는 언젠가 다시 러시아와 협상해야할 사안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이 문제로 잡음이 커지는 건 피하고 싶은 게 속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21년까지만 해도 러시아와 일본은 쿠릴열도의 최남단 4개 섬(일본명 북방 영토)을 놓고 반환 협상을 벌여왔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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