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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日 소부장 기업, 국내 유치?…K 반도체, 득일까 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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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대규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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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일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의 국내 유치도 시사됐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득실을 두고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25일 소부장넷 온라인통계에 따르면 소부장 대일본 수입의존도는 지난해 기준 15%다. 지난 2018년 18.3%에서 3.3%p 하락했다. 수입액은 늘었다. 2018년 381억달러에서 지난해 395억달러로 상승했다. 대일본 소부장 무역수지에서 전자부품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가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 기존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의 무역수지는 줄어들었다.

지난 3년간 진행해온 소부장 국산화의 성적표다. 일본은 지난 2019년 반도체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제한했다. 일본 전범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반발이다. 이에 정부는 국내 소부장 육성에 나섰다.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일부 소부장의 국산화가 이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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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을 보고받은 뒤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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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색됐던 한일 관계에 훈풍이 불며 변화가 시작됐다. 정부는 한일회담 이후 일본과 반도체 분야 협력을 강조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일본과 신산업·공동투자·공급망 등 분야의 협력을 적극 추진·지원하겠다”며 “용인에 조성될 반도체 클러스터에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구체화하기 위한 관계부처 협의체를 가동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1일 “한일 기업 간 공급망 협력이 가시화되면 용인에 조성하는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의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을 대거 유치, 세계 최고의 반도체 첨단 혁신기지를 이룰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문제는 경쟁력을 키워가던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다. 어렵게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다시 일본 제품에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일본 소부장의 품질이 조금 더 우세한 상황이다. 인력 유출 우려도 나온다. 일본 소부장 기업이 국내로 진출할 시, 국내 소부장의 핵심 인력들을 채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면한 문제도 있다. 소부장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줄었다. 정부는 2023년도 예산안에서 소부장 특별회계 예산을 5.7% 삭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소부장 예산은 38%나 줄였다. 특히 소부장 특례보증 사업 예산 800억원 전액이 삭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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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웨이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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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본 소부장 유치 등이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막강한 경쟁자가 다른 경쟁자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메기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의 국내 유치로 반도체 시장에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연구·개발 역시 지금보다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기대도 인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단장은 “우리는 우리대로 기술자립도를 높이면서 일본과 협업해 일부 기술을 전수받고 발전시켜야 한다”며 “우리보다 앞질러 있는 기술력을 빨리 따라잡기 위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조중휘 인천대학교 명예교수도 “젊은 인재들이 국외가 아닌 국내에 있는 외국계 회사에서 일을 한다면 언제든 다시 국내 기업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며 “해외 기업 유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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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소인수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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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본 소부장 기업의 국내 유치는 확정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 또한 경쟁력 있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의 해외 진출을 반기지 않는 모양새다. 일본은 반도체업계에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기업 드림팀 ‘라피더스’를 출범시켰다. 일본의 차세대 반도체 양산을 위해 설립됐다.

일본 반도체 정책을 담당하는 노하라 사토시 일본 경제산업성 상무정보정책국장은 23일 일본 매체 프레지던트 온라인과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소재나 제조장치 등의 국제 경쟁력이 남아있을 때, 강점을 발판으로 (반도체 시장에서) 부활을 노력해야 한다”면서 “첨단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으면 소재나 제조 장치 회사도 언젠가는 고객이 있는 해외로 나갈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손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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