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군집 위성 발사로 간섭 현상 발생"
"우주 관측 등 천문학 연구에 심각한 지장"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대학교 천문학 연구팀이 지난 2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장문의 편지를 게재해 동료 천문학자들에게 호소한 내용이다. 최근 허블 우주망원경이 찍은 사진을 보니 별 사이로 수많은 인공위성들이 마치 손톱으로 길게 긁은 모양처럼 찍혀 있어 도저히 천문 연구를 할 수 없는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천문 관측 사진에서 실제 촬영된 위성 간섭 현상. 사진출처=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대 연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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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들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발사한 스타링크 위성 등이 이같은 '위성 간섭' 효과의 주범이라며 투쟁을 호소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도시의 조명, 지구 저궤도에 가득 찬 인공위성 등 '빛 공해(Light pollution)' 때문에 도저히 천문학 연구를 할 수가 없으니 대규모 군집 위성 발사 금지 등 즉각적이고 엄격한 규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천문학자들은 1957년 인류 최초 인공위성이 발사된 후부터 지난 60여년간 천문학의 주요 수단인 지상 망원경의 관측 작업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특정 지점에 빛을 집중시킬 수 있어 에너지ㆍ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발광다이오드(LED)가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오히려 실제론 빛 공해를 더 악화시킨다는 사실이 드러나 집중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당초 수명이 10년 정도로 알려졌던 LED는 이전까지 많이 사용됐던 나트륨램프보다 수명이 4배나 더 긴 24년이나 사용할 수 있어 빛 공해를 악화시킨다. 이에 따라 천문학자들은 도심의 불빛을 피해 외딴곳에 천문대를 세워 왔지만 이제 그나마 설치 조건을 충족시키는 곳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지구 저궤도에 설치된 우주망원경들도 비슷한 처지다. 최근 한 아마추어 천문학 연구팀은 허블이 찍은 천문 이미지 중 5%가 넘는 것에서 스페이스X사가 발사한 우주 인터넷용 스타링크 위성의 궤적이 찍힌 것을 발견했다. 스타링크 위성은 현재 3700개가 넘게 발사돼 운영 중이며, 앞으로 3만개를 더 발사할 계획이다. 아마존, 원웹 등 다른 업체들도 독자 우주 인터넷 망 구축을 위해 각각 수백개의 위성 발사를 예고한 상태다.
천문학자들은 이런 인공위성들이 값비싼 천체 망원경들의 경쟁적인 관측에 큰 장애물이 되자 문제를 제기해왔다. 스페이스X가 2020년 첫 번째 스타링크 위성들을 쏘아 올렸을 때도 모든 천문학자들은 해당 위성들의 본체와 태양광 패널에서 반사되는 밝은 빛들 때문에 맨눈으로도 볼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었다. 실제 지난 수년간 천문대들은 인공위성이 지나갈 때 셔터를 닫거나 주변 하늘이 텅 빌 때만 잠깐씩 관측하는 등 불편을 겪어 왔다.
올해 초 미국 과학재단(NSF)과 스페이스X가 위성 간섭을 줄이기로 합의했지만 천문학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우주 개발 업체들이 스스로 자율 규제를 통해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하기 짝이 없는 태도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대규모 군집 위성에 대한 기준 강화, 궤도 위성 숫자 제한, 인공 조명 총량 규제 등 좀 더 강력한 규제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특히 기존 위성이 고장나면 대체 위성 발사 전에 궤도에서 이탈시키도록 의무화하는 등 전체 위성 숫자를 엄격히 관리해야 하며 대규모 군집 위성 운용 자체를 제한하는 규정의 검토 필요성도 제기했다. 연구팀은 "지금이 바로 대규모 군집 위성 운용을 금지하고 야간 인공 조명을 대폭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할 때"며 "지구는 확실히 밤을 위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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