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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日 왜곡 교과서 '찬물'…한일관계 원점으로 돌아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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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해법 '과거사 문제삼지 않겠다' 신호 줘"

"왜곡 교과서, 갈 길 가는 日 태도 확인"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병의 강제성을 희석하고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한 내용이 담긴 초등학교 역사 교과서 검정을 통과시킨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한일정상회담을 계기로 물꼬를 튼 양국 관계 정상화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승적 결단'을 내세워 강제징용 배상 해법안을 제시하고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기대했던 정부의 입장도 난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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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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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날 2024년도부터 초등학교에서 쓰일 교과서 149종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초등학교 3~6학년이 사용할 사회 교과서 12종과 3~6학년이 함께 배우는 지도 교과서 2종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조선인 징병 관련 기술이 기존과 달리 변경됐다.

'징병됐다'는 표현은 '참가했다'로, '끌려왔다'는 '동원됐다'로 강제성을 희석하는 방향으로 교체됐다. 또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주장도 공고해졌다.

일본의 역사 왜곡 교과서 문제는 예고된 악재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매년 3월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초·중·고 교과서에 대한 검정 결과를 주기적으로 발표해 왔다. 특히 이번 검정 결과 발표는 강제징용 배상 해법안 발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등 양국 관계 개선 국면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됐다.

정부는 강제징용 해법안 발표 후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기다려 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한국이 선제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해 나간다면 분명 일본도 호응해 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로 정부의 입장이 사실상 무색해지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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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부과학성이 28일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2024년도부터 초등학교에서 쓰일 교과서 149종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중 일부 초등학교 사회와 지도 교과서에서는 한국 땅인 독도에 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강화됐다. 사진에서 오른쪽 책은 독도에 대해 현행 "한국에 점거돼"라는 표현을 "한국에 불법으로 점거돼"로 바꾼 도쿄서적 지도 교과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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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주한 일본 대사대리를 초치하는 등 강력한 항의 조치에 나섰다. 그러나 일본의 태도를 예상하지 못하고 사전 조치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통 크게 양보를 하고도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강창일 전 주일대사는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에 대해서 제대로 몰라서 잘못을 저질렀다"며 "우리가 통 크게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고 했을 때, 일본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때렸더니 말 잘 듣는다' 이렇게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사회는 점점 더 우경화되고 있다. 그리고 (일본 여당인) 자민당도 그 세력들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다"며 "그런 것(성향)을 면밀히 파악해서 대책을 냈어야 했는데 (일본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오태규 전 오사카 총영사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가 내놓은 강제징용 해법은 결국 일본의 주장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것"이라며 "일본이 볼 때는 '(한국이)우리 주장을 받아들인 거구나' '과거사에 대해서는 더 이상 크게 문제 삼지 않겠구나' 이렇게 볼 수 있는 충분한 신호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교과서를 비롯한 일본의 우경화 작업이 더욱 강하고 빨리 전개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아무리 옆에서 (관계 개선 노력 등을) 해도 '우리는 갈 길 가겠다' 이런 자세를 확고하게 보여준 것이 이번 교과서 검정 결과 같다"고 평가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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