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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동유럽은 러시아의 ‘에너지 볼모’... 벨라루스는 거의 100% 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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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는 거의 100% 의존

냉전이 끝나고 구(舊)소련이 붕괴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동유럽 국가는 러시아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천연가스와 원유 등 러시아가 공급하는 에너지가 가장 큰 이유다. 러시아는 공급 중단이라는 ‘채찍’과 국제 시세보다 낮은 가격이라는 ‘당근’을 활용, 옛소련 및 동유럽 국가들을 옭아매고 있다. 높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친러 세력 집권으로 이어지고, 이들의 친러 정책이 다시 러시아 종속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극적인 사례가 벨라루스다. 2020년 기준 벨라루스의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의존도는 각각 90%, 100%에 달한다. 단 하나뿐인 원전도 러시아산 우라늄으로 돌아간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셈이다. 네덜란드의 클링엔달 국제관계연구소는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벨라루스의) 경제적, 정치적 종속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로 30년째 벨라루스를 통치하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러시아 지원이 없으면 정권 유지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체코 등 동유럽 옛공산권 국가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분석에 따르면 2021년 슬로바키아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는 49%에 달한다. 헝가리는 36%, 체코는 25%다. 러시아는 이들 동유럽 국가에 국제 시세보다 30~50% 싸게 에너지를 공급하며 정치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러시아가 에너지 공급을 중단하면 난방용 에너지와 휘발유·경유 가격이 급등해 국민의 큰 반발을 부르고, 정권 실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지난해 5월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안에 끝까지 반대, 결국 “(동유럽 국가들이) 기존 송유관으로 받는 러시아산 원유는 제외한다”는 예외를 이끌어냈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EU의 러시아 신규 제재 시도 때마다 반대 의견을 내놓으며 강한 친(親)러 성향을 보이고 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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