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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연금이 은퇴 후 20년 목숨줄”…선진국 연금개혁이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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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남성 평균 은퇴수명 19.5년

정년 줄고 연금 평균 수명 늘며 연금 의존도↑

연금 개혁 시도마다 정치적 반발 직면

“기대수명-정년 연계 자동 조정 매커니즘 필요”

헤럴드경제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프랑스 시민들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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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선진국 국민들은 은퇴 이후 20년 이상을 연금에 의존해 살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몇 개월째 시위가 사그라들지 않는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연금 개혁에 대한 반발이 유독 거센 이유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금 정책 보고서를 인용해 “복지 정책을 가지고 있는 모든 국가는 연금개혁이라는 인기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출산율 감소와 평균 수명 연장에 따라 생산연령인구(20~64세 인구)에 대한 비생산연령인구(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인 노년 부양비는 OECD 회원국 전체에서 1990년 20%에서 50%로 크게 늘어났다.

이는 지난 50년 동안 사람들이 은퇴 이후 일자리 없이 보내는 시간이 2배 가까이 늘었기 때문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1970년 노동시장에 22세의 나이로 진입한 남성은 평균 66세에 은퇴하고 12년을 연금에 의존해 생활했다. 반면 2020년에는 평균 64세에 은퇴하고 19.5년을 연금에 의존해 살아야 한다. 50년 사이에 일할 수 있는 기간은 1년 줄었는데 연금 외에 별다른 소득 없이 살아야 하는 기간은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연금 개혁에 대한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프랑스 남성 노동자의 경우 23.5년을 연금에 의존해 생활해야 해 룩셈부르크(24년)에 이어 OECD에서 두번째로 긴 은퇴 수명을 살아야 한다. 2010년대 공적연금제도 문제로 재정위기를 겪었던 그리스와 스페인도 은퇴수명이 23년에 달해 만만치 않게 긴 노년을 견뎌야 하는 국가로 꼽혔다.

반면 한국과 일본의 은퇴수명은 각각 18.4년과 17.8년으로 OECD 평균보다 짧았다.

직장생활 동안 모은 돈과 연금 만으로 아버지 세대보다 2배 이상 긴 노년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선진국 국민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에 적대적일 수 밖에 없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연금 수령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미루는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10차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가 보르도 시청 외관에 불을 지르는 상황에 이르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 찰스3세의 국빈 방문을 연기해야 했다.

그 사이 프랑스 집권당의 지지율은 지난해 11월 27%에서 이달 22%로 떨어졌다. 반면 마리 르펜이 이끄는 극우 정당 국민연합의 지지도는 5%포인트 올라 26%를 기록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2010년 연금 개혁에 나섰다가 2년 뒤 치른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뒤를 따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연금 개혁에 나섰다가 정치적 후폭풍을 겪은 국가는 프랑스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연금 수급 연령을 2028년까지 68세로 상향하려던 아일랜드는 거센 반발에 직면하자 개혁 방침을 폐지했다. 네덜란드도 2021년 67세로 연금 수급연령을 상향 조정하려던 계획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2018년 니카라과에서는 연금 보험료를 최대 22%로 늘리되 전체 혜택을 5% 줄이는 연금개혁안이 발표되자 노동자, 학생 등 연금 예비 수령자들이 일제히 거리로 몰려나와 유혈충돌이 벌어졌다.

반면 국가 연금이 개인의 최종 소득의 20%에 불과한 영국은 2010년대 비교적 큰 반발 없이 연금 수령 연령을 남성 65세·여성 60세에서 남녀 66세로 상향 조정할 수 있었다. 앞으로 2027년에는 67세, 2046년에는 68세로 두 차례 더 인상될 예정이다.

OECD는 기대 수명을 퇴직 정년과 연결하거나 연금 혜택을 생산가능 인구 규모와 연계 시키는 자동 조정 매커니즘을 도입하면 연금 개혁과 관련된 정치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스웨덴은 1999년 이와 같은 자동 조정 매커니즘을 공적 연금에 도입했으며 현재 독일, 일본, 핀란드, 캐나다 등 OECD 회원국 3분의 2가 유사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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