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 곳곳서 게임 과몰입
폭력성향에도 휴대폰 수거 불가
질병등록 등 국가차원 관리필요
대면 수업이 재개된 학교 현장이 학생들의 ‘게임 중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한 기간, 게임에 빠진 학생들이 부쩍 늘어난 탓에 사실상 관리가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A군의 발언을 직접 들었던 인천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 황모(45)씨는 “교실에선 대놓고 게임을 하진 않지만, 쉬는 시간만 되면 복도나 계단이 게임을 하는 친구들로 가득하다”며 “등하굣길에도 요즘 유행하는 ‘포켓몬고’ 같은 게임을 걸어다니면서 하곤 해 위험해보일 때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수업을 하던 기간 부모님이나 교사의 통제 없이 마음껏 게임을 하던 친구들이 중독에 빠진 상태로 학교에 많이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게임에 빠진 학생들이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모습도 드물지 않다. 지난 27일 서울 용산구에서 발생한, ‘게임을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조카가 고모를 살해한 사건 역시 황씨에게 놀라운 일만은 아니다.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는 심각한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게임을 통제한다는 이유만으로 교사에게 반항을 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황씨는 “게임하는 소리가 너무 커서 줄여달라고 말만 해도 교사를 노려보거나, 거친 욕설을 내뱉는 학생들이 많다”고 했다.
게임중독 문제로 상담센터를 찾는 학생들도 늘었다. 최혜숙 나로심리상담센터 소장은 “체감상 코로나19를 계기로 게임중독 문제로 상담을 오는 청소년이 20%는 많아졌다”며 “대면 접촉이 줄어든 상황에서 학생들에겐 게임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해, 게임 중독에 빠지기 더 쉬운 환경이었다”고 진단했다.
이렇듯 학생들 사이에서 게임 중독이 만연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국가 차원의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임 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아 통계 집계가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면서, 같은 해 국내 도입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민관협의체가 구성됐지만 올해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여가부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127만명 중 약 18%(23만명)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3년 사이 7500명가량 늘어난 수치다.
여가부가 위험 사용자군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개인별 상담을 받은 학생도 같은 기간 11만7000여명에서 18만8518명으로 늘었다. 여가부 관계자는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이 늘어난 주요한 원인이 코로나19 당시의 온라인 수업에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을 관리하기는 어렵다. 우선 과거에는 일반적이었던 ‘휴대전화 수거’가 사라졌다. 휴대전화 소지를 제한하는 것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사회적 여론이 조성되면서다.
고양시 소재 고등학교 교사 이모(42)씨는 “스마트폰을 수업시간에 지속적으로 이용한 학생들의 휴대폰을 압수했다가 학부모의 민원을 받기도 해 요즘엔 압수까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인정해 국가적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상담심리학회 소속 최혜숙 나로심리상담센터 소장은 “자극에 취약한 학생들은 게임 중독 상태에서 폭력적 성향을 보이기도 쉬워, 사회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며 “정식적인 질병 등록을 통해 치료기관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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