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4 (일)

    韓美 송환 갈림길 선 권도형, 국내 피해자 구제 받을 수 있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가상자산 루나·테라 폭락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되자 그를 수사 중인 한국과 미국이 범죄인 송환 경합을 벌이고 있다. 권 대표가 어느 국가로 송환되느냐에 따라 한국 피해자들의 구제 가능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몬테네그로 사법당국의 결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권 대표를 국내로 송환해야 피해 구제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권 대표에 대한 확정 판결이 나와야 범죄 수익금 등을 압류해 이를 피해자들에게 분배할 수 있다. 그러나 권 대표가 미국에 먼저 가게 된다면, 다시 국내로 송환돼 재판을 진행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피해자 구제는 그만큼 늦어질 전망이다.

    조선비즈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권도형, 미국 송환되면 자산 압류해도 현지 피해자에게 분배 가능성

    권 대표가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 혐의가 입증돼 자산을 압류한다고 해도 미국 피해자들에게 우선 분배될 가능성이 높다. 권 대표의 자산이 추정 피해액인 52조원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배상 판결이 먼저 나오게 되면 미국 피해자들만 피해금을 일부 구제 받고, 한국 피해자들은 구제를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코인 사기 전문인 홍푸른 디센트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주도적으로 수사나 재판을 진행하게 되면 은닉 자금을 발견해 이를 법원이 국내 피해자들에게 분배할 수 있다”며 “권 대표가 우리나라로 오게 된다면 검찰이 권 대표가 은닉한 범죄 수익금 등을 보전 조치 해둔 뒤, 확정 판결이 나오면 이를 피해자들에게 나눠주는 절차로 피해자 구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 변호사는 “권 대표가 미국에서 재판을 받은 뒤 다시 국내로 송환 될 가능성도 있지만, 미국도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다는 것은 처벌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며 “미국에서 처벌이 이뤄진 뒤 우리나라로 송환되면 이미 늦은 것이다. 반대로 우리나라로 먼저 오게 되면 미국 피해자들의 구제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국내 테라·루나 피해자 대리인인 김현권 LKB앤파트너스 변호사도 “미국에서 조사가 먼저 진행된다면 미국 피해자들을 위해 압류 재산 등이 사용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국내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공범들의 재산 환수까지 고려한다면 국내에서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 한국 송환해도 피해자 구제 쉽지 않아... “부패재산방지법 적용 여부 불투명”

    일부 전문가들은 권 대표가 한국으로 송환된다고 해서 피해자들이 반드시 구제받을 것이라 보기는 힘들다고 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정부가 권 대표의 재산을 몰수하려면 부패재산방지법을 적용해야 하는데, 해당 법이 적용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며 “부패재산몰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개인이 민사재판을 통해 피해를 구제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승 연구원은 “만약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라 범죄 피해 재산으로 판단해 몰수 하더라도 권 대표의 재산이 피해액에 비해 턱없이 적기 때문에 실질적 피해 구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경우 유죄 판결을 받지 않더라도 독립 재산 몰수할 수 있는 상황이고, 미국에서 범죄수익 안분배당을 해줄 때 우리나라 피해자들 포함시킬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현재 범죄인 인도에서 가장 유리한 입지를 점한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검찰은 이미 권 대표를 사기 등 8가지 죄명으로 기소한 상태다. 그간 상호간 범죄인 인도를 한 전례가 있고 외교력 측면에서도 우위라는 평가다.

    싱가포르는 권 대표가 설립한 회사 소재지이자 권 대표가 거주하던 곳으로, 800억원 규모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부터 외국인 범죄 송환과 관련한 법을 개정해 송환 할 수 있는 범죄 종류를 다양화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권 대표를 넘겨 받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8일 허정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는 남부지검에서 브리핑을 갖고 “우리나라로 데려와 처벌해야 피해자들이 우선 변제 받지 않겠냐”며 “범죄인인도 청구 등 서류상 필요한 절차는 모두 마친 상태다”고 말했다.

    다만, 범죄인 인도와 관련된 모든 권한은 권 대표를 검거한 몬테네그로 사법당국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수사력과 처벌 적극성을 어필하고 외교적으로 필요 최선의 조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권 대표는 지난 23일 한창준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함께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사용해 몬테네그로에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가려다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채민석 기자(vegemi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