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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증인’ 유동규, 재판 내내 “이재명씨” 호칭…10년 넘는 인연에도 서로 눈도 안 마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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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사건 후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3회 공판 법정서 첫 대면

李 측 “패키지 여행 갔다고 다 친한가” VS 柳 “李, 세미나도 같이 했고 故 김문기 못 알아볼 사이 아니었다. 스스럼없이 지냈다”

세계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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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021년 9월 ‘대장동 사건’이 시작된 뒤 법정에서 처음으로 대면했다. 10년 넘게 이 대표 측근을 자처하다 돌아선 뒤 이 대표에 불리한 진술을 쏟아내고 있는 유 전 본부장은 재판 내내 ‘이재명씨’라고 부르며 “성남시장 시절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한 이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유 전 본부장은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3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의 관계를 증언했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2010년 3월 경기 성남시 분당 지역의 신도시 리모델링 설명회를 다룬 언론 기사를 제시하면서 “당시 성남시장 후보였던 피고인(이 대표)도 설명회에 참석했고, 김씨도 참석하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이에 유 전 본부장은 “(두 사람이) 참석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씨한테 ‘이재명씨와 따로 통화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제가 행사 주최자라 너무 바빠서 이분들이 설명회에서 따로 이야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김씨가 피고인과 따로 통화한다고 말한 것은 어떤 경위로 들었나”라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행사에 누가 오느냐’고 묻길래 이재명씨가 온다고 했더니 ‘나하고도 통화했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미나 때 봐서 서로 좀 아는 것 같았다”고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되고 김 전 처장이 공사에 입사한 뒤로 함께 여러 차례 성남시를 찾아가 이 대표에게 직접 보고했다고도 증언했다.

검찰이 “피고인이 공사 직원이 된 김문기를 기억하는 것처럼 행동하던가”라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알아봤다고 생각한다”며 “세미나도 같이 했고 못 알아볼 사이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또 2015년 이 대표, 김 전 처장 등과 함께 호주, 뉴질랜드로 출장갔던 당시 상황도 증언했다.

검찰이 뉴질랜드 오클랜드 알버트 공원에서 이 대표와 김씨가 나무를 양쪽에서 감싸안고 서로 손을 잡은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이며 당시 상황을 묻자 유 전 본부장은 “공원에 거목이 많아 길이(둘레)를 재는 모습”이라며 “사진에서 보듯이 (두 사람이) 서로 스스럼없이 지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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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맨 앞)가 3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3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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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측은 김 전 처장과 나란히 나온 ‘골프 사진’이 조작됐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 대표의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김 전 처장과 호주, 뉴질랜드에 함께 출장을 다녀와 친분이 있다는 주장을 반박하며 “패키지 여행 가면 매일 같은 차를 타고 같은 호텔에 묵고 식사하지만, 친해지지 않는다”고 반론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국민의힘이 피고인이 골프 모자를 쓰고 있다고 해서 4명 부분을 따로 떼 골프 사진이라고 공개했다”며 “그러나 이 대표는 이날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서 2021년 12월29일 종합편성 채널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4명 사진을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공개했던데 확인을 해보니 일행 단체사진 중 일부를 떼낸 것”이라며 “조작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의 변호인은 “수행비서 김모씨가 골프를 치지 않기 때문에 넷이서 골프를 쳤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공표 내용은 ‘사진을 떼냈더군요. 조작한 거지요’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골프를 했는지 안 했는지가 아니라 사진을 조작했다는 취지다.

이 대표의 변호인은 호주 출장 당시 찍은 또 다른 단체사진을 제시하면서 “김 전 처장이 (이 대표를) 따라다녔다면 바로 옆에 있을 텐데 떨어져 있다”며 “‘패키지 여행 갔으니까 친하겠네’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주 보는 장면도 없이 같은 프레임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아는 사이라고 판단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김 전 처장을 모른다’고 말했다는 검찰 주장을 두고도 “이 대표는 김 전 처장이 대장동 개발사업 핵심 책임자이자 실무자였다고 여러 번 얘기했다”며 “(이 대표 발언은) 김 전 처장이 보좌 직원 중 하급 직원이라 얼굴을 알지 못했다는 건데, 검찰이 이를 ‘보좌 받은 적 없다’로 해석해 기소했다”고 했다.

이어 “어떻게 창조적으로 해석해야 이런 결론이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며 “검찰이 주장하는 공표 자체가 행해지지 않았다”고 거듭 밝혔다.

이 대표 변호인은 정치인이나 변호사라는 직업 특성을 고려할 때 김 전 처장의 휴대전화에 이 대표의 휴대전화 번호가 저장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서로를 아는 사이로 단정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유 전 본부장이 증언하는 동안 바라보지 않았다. 이 사건의 첫 증인으로 출석한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이 이어지는 내내 이 대표는 자료만 쳐다보거나 눈을 감고 있었다.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자신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유 전 본부장에게 직접 질문한 것과 달리 이 대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유 전 본부장 역시 검찰을 바라보며 신문에 임했다.

재판부는 오는 14일 한차례 더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추후 재판에서는 정민용 전 성남도개공 전략사업실장, 황무성 초대 성남도개공 사장 등이 증인으로 소환될 예정이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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