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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銀, 5억 넘게 주면서 내보내더니...상반기만 1500명 신규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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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의 압박 영향 분석

생산성 위해 IT인력 중심 뽑아

헤럴드경제

지난해 1인당 평균 5억원이 넘는 돈을 주면서 인력 감축에 나섰던 은행이 최근 되레 신규 직원 채용을 확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규모 희망퇴직과 채용확대라는 상반된 현상이 거의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공공재로서 은행의 역할’을 강조하는 금융당국의 주문이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이자 장사’ 비판을 받는 은행이 사실상 ‘울며 겨자먹기’로 채용을 늘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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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상반기에만 약 1500명의 신규 직원을 채용하기로 했다. 1년 전 채용 규모(950명)과 견줘 약 500명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은행연합회는 국내 20개 은행이 지난해 동기 대비 48%가량 많은 2300여명을 신규 채용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은행의 채용 확대에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많다. 은행권이 지난해 이자장사로 역대급 실적을 거둔 사실이 알려졌고,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과도한 이익 추구에 제동을 걸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월 “금융권도 경제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청년 일자리 활성화에 적극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규모 채용 확대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영업을 강화하면서 점포를 축소하고,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 감축에 나섰던 최근의 흐름과 정반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정규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6만5900여명으로 최근 5년 새 5300명 이상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점포수(출장소 포함)는 약 4700개에서 4000개로 18%가량 줄었다.

주요 시중은행에서 지난해 짐을 싼 은행원만 2200여명에 달한다. 5대 시중은행에서 희망퇴직한 은행원은 기본퇴직금 1억8000만원에 희망퇴직금 3억6000만원까지 합쳐 평균 5억4000만원을 수령했다.

은행이 큰 돈을 쓰면서 인력을 감축하고 있는 것은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해소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다. 직원 축소와 함께 이자이익 기반의 순이익이 증가하면서 5대 은행의 생산성은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기준 5대 은행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평균 2억9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7%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과 견줘 1인당 약 9000만원의 수익을 더 거뒀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생산성은 여전히 인터넷은행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1인당 생산성은 각각 4억3900만원, 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인하·경기둔화로 인한 실적 감소 전망은 시중은행의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은행으로선 인력구조상 문제를 해소해야 하지만, 과도한 희망퇴직금 지급에 대한 따가운 여론이 부담스럽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은행권에선 정보기술(IT) 인력을 중심으로 채용에 집중하고 있다. 이왕 인력을 채용한다면 비대면 전환·생산성 향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디지털 인력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에만 디지털 및 ICT 인력을 세 자릿수 규모로 채용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필요한 인력을 확충한다는 차원이 있지만, 은행에 바라는 요구가 반영된 부분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일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의미로 읽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이에 대해 “은행이 가진 ‘공공성’은 채용을 포함한 사회적 책임으로 귀결되는 부분”이라며 “금융당국에서도 채용 규모 확대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는 등 당근책을 활용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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