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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사라진 자영업자 봄] 길거리 나들이객 천지인데...고물가ㆍ불황형 소비탓 봄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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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짜장면, 칼국수 등 주요 외식값 줄인상

얇아진 지갑에 도매ㆍ명품 쏠림...소비 양극화 뚜렷

동네·나홀로 약국, 불황형 소비 탓 폐업 위기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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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사람이 많으면 뭐하나, 매장에 들어오는 사람은 없는데.”

23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은 엔데믹과 봄 나들이객으로 활기가 가득했다. 골목마다 가득 찬 시민들로 마치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3고(고물가, 고환율, 고금리)로 인한 어려운 경제 상황도 북새통에 무관한 일처럼 보였다. 하지만 밝은 얼굴로 손님을 응대하고 돌아선 상인들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남대문시장 내 ‘주경명품관’에서 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정모(59)씨는 “요즘엔 외국인 손님들도 많이 오고 해서 손님이 많아지긴 했다”면서도 “고물가 등으로 경기가 안 좋으니, 손님이 와도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고 토로했다.

거리에 사람들이 넘쳐도 자영업자들이 불황을 호소하는 이유는 삼겹살, 짜장면, 칼국수 등 대표 서민 외식 음식값조차 오르는 고물가와 얇아진 직장인 지갑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명 음식점이나 매장에만 사람들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날 명동거리 골목은 중심 거리를 제외하곤 사람 발길을 찾기 힘들었다. 골목마다 10개 매장 중 7~8개 매장에 ‘임대 문의’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여러 플래카드가 바람에 펄럭이는 소리와 텅 빈 거리는 을씨년스럽기까지했다. 같은 명동이 맞나 싶을 정도로 중심 거리와 한 블록을 두고 분위기 차는 확연했다.

명동에서 24시간 운영하던 대부분의 식당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운영 시간을 오후 10시 이전으로 대폭 줄였다. 엔데믹을 맞았지만 이들은 손님이 없어 운영 시간을 선뜻 이전처럼 바꾸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물가 상승으로 인해 최근 2~3개월 동안 울며 겨자 먹기로 메뉴 가격만 올려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이들이 태반이다.

짬뽕 가게를 운영하는 D씨는 “이전에 비하면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에 비하면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때보다 아주 조금 잘된 수준이고 이 일대가 외국인 손님들이 매출을 많이 차지했는데 관광객이 없으니 크게 나아지지도 못했다"며 ”최근에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원재료 값도 많이 올라서 어쩔 수 없이 메뉴 가격도 한번 올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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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찾은 동대문 평화시장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장 내에는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지만, 구매까지 이어지는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포 정리’ 간판을 내건 곳도 명동과 똑같았다. 평화시장 내에서 여성옷가게를 10년째 운영 중인 이모(64)씨는 “젊은 사람들은 다 백화점으로 가려고 하지, 시장에 오지도 않는다. 우리는 그나마 단골이 있어 버틸 만하지만, 지난달만 해도 못 버티고 폐업한 가게가 한두 곳이 아니다”라고 소비 양극화 현상을 지적했다.

동네·나홀로 약국, 불황형 소비 탓 폐업 위기 직면

동네 약국, 나홀로 약국도 양극화 현상 피해를 겪고 있다.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전국에 나홀로 약국이 35.3%, 직원 포함 2인 운영이 33.6% 등 70%에 육박한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동네 약국을 운영하는 이모(62)씨는 “저녁 6시만 돼도 사람 발길이 뚝 끊어진다”고 호소했다. 그는 “18년째 같은 자리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건 처음이다. 진지하게 폐업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대형 약국은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제약사와 거래하기도 해 약값이 더 저렴하다. 불황이 짙어질수록 대형 약국 쏠림현상이 심화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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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날 종로5가 약국 거리는 동네 약국과 달리, 점심시간을 틈타 약을 사러 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동네 약국보다 형편이 낫지만, 대형 약국도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종로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김모(41)씨는 “대형약국 쏠림현상은 하루이틀의 문제는 아니었다”며 “원재료 값 상승에도 의약품 특성상 '약값은 올리면 안 된다'는 소비자 인식이 강하다. 손님이 끊길까봐 몇 년째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고충을 밝혔다.

아주경제=이나경, 남가언 기자 nak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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