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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몸 푸는 여야 전직 대통령…MB는 '연극' 문재인은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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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야의 두 전직 대통령이 우연히도 비슷한 시점에 문화 행보에 나섰죠. 오늘(25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경남 양산 사저 인근에 '평산책방' 현판식을 열었는데요. 온라인 북클럽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MB는 내일 연극 관람을 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MB맨으로 꼽히는 유인촌 전 장관이 출연하는 연극입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한쪽은 전광훈 리스크, 한쪽은 돈 봉투. 최근 여야의 상황은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한데요. 여야가 동시에 위기를 맞으면서 각 당 출신 전직 대통령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죠. 내년 총선 국면에서 구원 등판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여당에서는 MB, 야당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슬슬 몸을 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먼저 MB부터 '줌 인' 해보겠습니다.

지난해 12월 사면·복권된 MB, 올해 들어 2번째 공개행보에 나선다고 합니다. 지난달 천안함 묘역 참배에 이어 내일은 연극을 관람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연극의 제목은 '파우스트'입니다. 굳이 직접 관람하려는 이유, 다름 아닌 이분이 출연하기 때문인데요.

[연극 '파우스트' : 난 언제까지 이 지식의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한단 말인가. 저 산처럼 높이 쌓여 있는 두꺼운 책들. 이 냄새 나는 서류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입니다. 올해로 배우 데뷔 50주년을 맞았죠. 유 전 장관이 "올해 제 첫 작품이 곧 무대에 오른다"며 MB에게 직접 관람을 요청했다고 하는데요. 유 전 장관은 문화계 대표 MB맨으로 꼽힙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거쳐 초대 문체부 장관을 역임했는데요. 다시 예술계로 돌아간 뒤에도 두 사람은 인연을 이어왔습니다. 유 전 장관은 다스 관련 사건 등으로 MB가 검찰에 불려 가거나 구속될 때도 여러 차례 배웅을 나갔는데요.

[유인촌/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2018년 3월 22일) : {심경 어떠신지 한말씀만 해주세요.} … {안에서 어떤 얘기 나누실 건가요.} …]

두 사람이 인연을 맺게 된 건 드라마 때문이라고 합니다. 1990년에 방영된 드라마 '야망의 세월'인데요. MB는 현대건설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12년 만인 35살에 최고경영자에 올랐던 바 있죠. 야망의 세월은 MB의 이런 샐러리맨 성공 신화를 다뤘는데요. 이 드라마에서 유 전 장관은 MB를 모델로 한 주인공 '박형섭'역을 맡았습니다.

[KBS '야망의 세월' : 민주주의가 죽어가고 있어. {그런 사치품때문에 유혈극을 벌릴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에요.} 사치품? {그래요. 배고픈 사람한테는 사치품 그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에요.} 재건복이나 입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깃발만 흔든다고 해서 배고픈 국민이 다 밥먹을 수 있는 건 아냐.]

유 전 장관은 이때 MB의 눈에 들었다고 합니다. 그때 시작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진 건데요. MB는 구속되기 전에도 유 전 장관이 나오는 연극은 종종 챙겨봤다고 하는군요.

이번 연극 관람에 굳이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자면 원조 MB맨 챙기기 정도일 텐데요. MB는 실제로 정치적 행보도 앞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서울 청계천과 4대강도 방문할 전망인데요. 둘 모두 여권에서 MB의 치적이라고 치켜세우는 곳들이죠. MB 측 관계자는 "일정을 정해두진 않았지만 방문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는데요. "구체적인 일정은 건강 상태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고 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일정이 아니더라도 MB는 물밑에서 국정 운영에 관해 여러 조언을 전하고 있는 듯합니다.

[유상범/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지난달 15일) : 다음 달에 있을 미국 국빈 방문에 대해서 이명박 전 대통령님께서는 '미국이 특히 윤석열 대통령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냥 가는 것보다 국빈 방문으로 가는 것이 훨씬 더 여러 가지 국가 외교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취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두 번째 인물로 넘어가 볼까요. 야당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입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야당에서 계속 거론되고 있는데요. 잊히고 싶다며 자연인의 삶을 추구했건만 쉽사리 잊히기 어려운 분위기죠. 이제 문 전 대통령도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은 것 같은데요.

[영화 '문재인입니다' : 일단 제가 자연인으로서는 잊혀질 수가 없는 것이지만 현실정치의 영역에서는 '이제는 잊혀지고 싶다' 그런 뜻을 이제 그렇게 밝혔던 것인데 우선은 끊임없이 저를 현실정치로 소환하고 있으니까요. 그 꿈도 허망한 일이 됐죠. 이렇게 끊임없이 저를 현실정치 속에 소환을 하게 되면 결국은 그것이 그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잊힐 수 없는 현실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나 봅니다. 조만간 공개될 다큐멘터리 '문재인입니다'의 한 장면인데요. 작심한 듯 현재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영화 '문재인입니다' : 5년간 이룬 어떤 성취, 제가 이룬 성취라기보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함께 이룬, 그래서 대한민국이 성취를 한 것인데 그것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또 과거로 되돌아가고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한편으로 허망한 생각이 들죠.]

윤석열 정부가 지난 5년 자신이 이룬 성과를 허물고 있다는 비판인데요.

[영화 '문재인입니다' : 그렇게 밤잠을 설쳐가며 (국정운영을) 했던 게 어느 순간 바닥을 치는 게 보이니 본인은 너무 허무하고, 이렇게 가는 건가 생각을 하시는 날도 있는 것 같다.]

여당에서는 곧바로 반발이 나왔습니다. "'잊혀지고 싶다'던 전직 대통령이 잊혀질세라 현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고 꼬집은 건데요. 대체 문재인 정부의 성과가 무엇이냐고 되물었습니다.

[유상범/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지난 19일) : 문재인 정권 5년은 소상공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소득주도성장'으로 시작해, 이념에 매몰된 '묻지마식 탈원전', 현재의 북핵 위기를 초래한 '짝사랑 대북정책', 그리고 26전 26패의 '부동산 정책' 등 불공정과 내로남불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 "어느 누구도 문 전 대통령을 현실 정치에 소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는데요. 오히려 "문 전 대통령의 한 마디가 우리 사회의 불행을 소환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서점 운영에나 집중하라"고 비꼬기도 했죠.

여당의 공격 때문은 아니겠지만 때마침 문 전 대통령은 오늘 서점의 현판식을 열었습니다. 경남 양산 사저에서 직선거리로 약 170m 떨어진 거리에 책방을 세운 건데요. 이름은 마을의 이름을 딴 '평산책방'입니다.

[문재인/전 대통령 (유튜브 '김경협TV' / 지난 24일) : 제가 이제 곧 오픈하려고 예정하고 있는 책방입니다. 보시다시피 책방하고 작은 도서관 부설하고 있는데 책방에도 작은 도서관에도 책들이 들어와 있는 상태고, 이제 절차만 다 마치면 언제든지 오픈할 수 있는 상태…]

지난 2월부터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해 왔는데요. 애초 3월 평산책방을 열 예정이었지만 공사가 늦어지면서 오늘에야 현판식을 열었습니다. 영업은 시작되지 않았는데요. 아직 행정 절차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책방 운영은 재단법인 평산책방과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맡을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마을 책방 겸 민주당원들의 사랑방 역할도 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문재인/전 대통령 (유튜브 '김경협TV' / 지난 24일) : 마을 도서관 역할뿐만 아니라 또 멀리서 오는 우리 당원 동지, 또 지지자들 이렇게 또 만날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하고, 또 이제 한편으로는 책방뿐만 아니라 앞으로 책방을 거점으로 해서 북클럽, 이름을 '책 친구들'이라는 이름을 지었는데 평산 책방의 책 친구들이라는 북클럽을 온라인으로 운영하려고 합니다. 그걸 통해서 함께 온라인상으로 함께 책 읽고, 함께 독후감 나누기도 하고… {어휴, 큰일났네.}]

시인 출신으로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도종환 의원도 법인의 이사로 참여한다고 하죠. 책방 앞마당에는 '19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바란다'는 문구가 적힌 조형물도 설치돼있는데요. 단순 마을 책방이라고는 하지만 정치적 의미를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문재인/전 대통령 (지난해 5월 9일) : 여러분 고맙습니다. 다시 출마할까요?]

자, 오늘은 전직 대통령 두 사람에게 '줌 인'해봤는데요.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향한다는 정치권에서 계속 과거의 인물들이 언급되는 현실이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 문화 행보로 몸 푸는 두 전직 대통령…MB는 '연극', 문재인은 '책' >

(화면 출처 : 유튜브 '공식채널LG Arts Center')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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