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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자 먼저 주자 하루에 300억” 인터넷은행 수신경쟁 심화, 건전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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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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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떨어지자 ‘금리 노마드족’이 인터넷은행에 몰리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물 들어올 때 노 젓듯 ‘선이자 지급’과 같은 파격적인 서비스로 자금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수신(예금) 경쟁이 인터넷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신이 늘어난 만큼 여신(대출)을 늘리지 못하면 고객에 대한 이자 지급 부담만 커지기 때문이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4월 말 기준 930조6000억원으로 올해 들어 13조7000억원 줄었다. 지난 3월 8조8000억원에 이어 4월에도 6조4000억원 감소하는 등 ‘머니무브’가 가속화되고 있다. 분기별로 봐도 올해 1분기 축소가 두드러졌다.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 정기예금 잔액은 총 824조3000억원으로 한 분기 만에 13조5000억원(1.6%) 감소했다.

시중은행은 지난해 4분기 연 5%대 금리 정기예금 상품을 출시하는 등 블랙홀처럼 자금을 흡수했다. 높아진 자금 조달 비용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금융당국은 지나친 수신 경쟁 완화와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고, 한은의 기준금리 연속 동결로 시장금리도 떨어지면서 올해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19개 은행의 정기예금 기본금리(만기 12개월)는 현재 평균 3.17% 수준으로 내려왔다.

반면 주요 인터넷은행의 예금은 크게 늘었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예금 잔액은 40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1.5%(7조1000억원) 급증했다. 2017년 카카오뱅크 출범 후 분기 기준으로 가장 큰 증가 폭이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 예금은 16조6000억원으로 13.7%(2조원), 토스뱅크도 23조2000억원으로 14.3%(2조9000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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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인터넷은행 간 수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케이뱅크의 만기 12개월 정기예금의 금리는 기본금리 기준 각각 연 3.40%, 3.50%, 3.60%로 다른 시중은행보다 높은 편이다. 적금 금리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의 26주적금 금리는 최고 7%이고, 케이뱅크의 ‘코드K자유적금’은 6%다. 토스뱅크가 최근 내놓은 ‘굴비적금’은 6개월에 최고 5%를 받을 수 있다.

인터넷은행은 높은 이자뿐 아니라 이자 지급 주기를 앞당기는 등 새로운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3월 업계 최초로 ‘지금 이자 받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말 그대로 고객이 원할 때마다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반응이 좋자 케이뱅크도 지난 1월 파킹통장 플러스박스에 ‘바로 이자 받기’ 기능을 추가했다. 카카오뱅크도 오는 24일부터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파킹통장인 세이프박스의 이자 지급 시기에 ‘고객이 요청한 날’을 추가하는 식이다.

토스뱅크가 지난 3월 선보인 ‘선이자 지급’ 방식의 정기예금 상품도 다른 인터넷은행에서 잇따라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1억원을 3개월간 맡긴 고객은 세전 금액 기준 약 88만원의 이자를 즉시 받아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토스뱅크에 따르면 선이자 정기예금 상품은 출시 33일 만에 1조원을 돌파했고, 일평균 약 303억원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문제는 수신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출혈’도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금이 늘어난 만큼 대출을 늘리지 못하면 고객에게 지급할 이자 부담이 커진다. 카카오뱅크의 1분기 대출 잔액은 2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1조4000억원) 증가했다. 케이뱅크는 11조9000억원으로 10.2%(1조2000억원), 토스뱅크는 9조3000억원으로 8.1%(7000억원) 늘었다.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직까진 인터넷은행의 예금 대비 대출 비중이나 연체율이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처럼 위기 징조가 있을 때 시중은행보다 더 빨리 ‘런(자금 인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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