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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또 나타난 '대한문의 아이히만'…윤 정부, 경찰을 '악인'으로 만들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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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하경 변호사(salixshine@naver.com)]
1. 2013년 여름 대한문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이다. 이 같은 변호사의 '존재 이유'로 인해 인권이 침해되는 현장에 변호사가 직접 나가는 일도 있다. 법정에서 다투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이미 피해가 생긴 뒤에는 권리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헌법 제2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때다. 이를테면 거리에서 집회, 기자회견, 1인 시위 등을 통한 공개적 의사표현을 공권력이 탄압하는 경우다. 현장에서 직접 구제하지 않으면 소송을 해도 아무런 이익이 없다. 의사표현은 적절한 시기와 장소가 필수 요건이어서 표현의 자유 중 특히 집회결사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보호하려면 현장에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은 당장 마주한 경찰에 합리적으로 항의하기 어렵고 물리력에서 차이가 크므로 변호사의 조력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에 따라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려면 법정보다 거리에 더 주목해야 할 때가 있다.

변호사가 시민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공권력과 대립한 극단적인 사건이 있었다. 2013년 뜨거운 여름 서울 중구 대한문 화단 앞에서 변호사들이 경찰에 연행되어 형사재판을 받은 일이다. 2012년부터 대한문 앞에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제주해군기지 건설반대 강정마을 주민, 용산 철거 참사유족 등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사회갈등으로 인한 소규모 집회가 연일 이어졌다.

2013년 경찰은 자살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분향소를 강제로 철거하고 다른 집회도 원천봉쇄하기 위해 대한문 앞 인도 위에 거대한 화단을 설치했다. 화단 앞의 집회는 물론이고 법률상 신고조차 필요하지 않은 기자회견 및 1인 시위도 모두 금지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는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멈추어 섰다. 그곳은 경찰로 인해 헌법과 법률이 기능하지 않는 치외법권 구역이 되고 말았다. 국회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당시 대한문 앞에 투입된 경찰병력은 전국에서 청와대 다음으로 많았다고 한다.

이렇게 대한문 앞은 집회 절대금지구역이 되어버렸다. 헌법에 반하고 법률 근거도 없는 기본권 침해다. 이에 양심의 가책을 참을 수 없었던 몇몇 변호사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이름으로 대한문 앞에 집회신고를 냈다. 2013년 7월 한여름에 열린 그 집회의 이름은 '집회통제를 위한 화단설치의 위법성 규탄과 집회의 자유 회복을 위한 시민강연 및 집회'다. 긴 이름에서 집회의 내용과 목적이 드러난다.

경찰은 집회신고 4일 만에 이를 제한하는 통고를 했다. 가만히 있을 변호사들이 아니었다. 우리는 행정법원에 '집행정지신청'을 해서 10여 일 뒤 법원으로부터 '경찰의 집회 제한은 부당하다'는 결정을 이끌어냈다.

쾌재를 부르며 집회현장으로 달려갔으나, 황당하게도 경찰병력이 집회장소에 가득 들어와 있었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노골적 방해였다. 변호사들이 법원결정문을 설명하고 집회장소에서 나가달라고 요청했으나 경찰의 방해는 며칠 동안 반복됐다.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신청까지 했고 그 결과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경찰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 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라는 취지로 권고를 내렸다.

경찰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변호사들은 최후의 수단으로서 '정당방위'를 행사하기로 했다. 2013년 7월 25일, 우리는 경찰의 공권력 집행이 왜 위법한지 법률 규정과 행정법원 결정문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후 형법에 따른 적법한 정당방위 행사를 공표하고 경찰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경찰은 권영국 변호사와 나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였다. 우리는 짐승처럼 사지가 들린 채 버둥거리고 소리 지르다 경찰버스에 실렸다. 이틀 밤을 유치장에서 보냈고, 석방 이후 불구속 상태에서 기나긴 형사재판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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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7월 3일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대한문 앞에 재설치된 쌍용자동차 희생자 간이 분향소에서 한 금속노조 조합원이 절을 하고 있다. 이전에 대한문 담에 설치됐던 분향소는 같은해 4월 4일 중구청이 경찰을 동원해 철거했다. 그로부터 약 2주 뒤 중구청은 대한문 앞 화단을 확장해 대한문 담을 활용한 분향소 설치를 막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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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피고인이 된 변호사들

기소된 변호사는 6인이었다. 첫 재판일, 피고인이 된 변호사들을 위해 동료 변호인 84명이 법정에 직접 출석했다. 민변의 이덕우 변호사님께서 일어나 변론을 시작했다.

"검사께서는 재범의 위험이라고 하셨습니까? 변호사들은 또 거리로 나갈 것입니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변호사의 활동을 재범이라고 한다면 재범의 위험이라고 부르십시오. 범행부인이라 말했습니까? 이 법정에서 거짓을 말하는 자가 누구입니까. 재판장님, 만일 이 변호사들을 벌한다면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을 삭제해야 합니다. 이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사건입니다."

1심에서 공무집행방해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 선고는 2019년 1월 10일이었다. 장장 6년에 걸친 형사재판이다. 1, 2, 3심 법원 모두 판단하기를, 경찰이 집회를 방해했고 변호사들의 행위는 정당방위이므로 체포 역시 위법하다고 했다. 대법원이 그대로 확정한 2심 판결문 중 주요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 사건 각 집회 당시 남대문경찰서에서 이 사건 화단 앞에 질서유지선을 설치한 행위와 경찰관을 배치한 행위는 모두 위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보인다."

"이 사건 각 집회 당시에 신고된 집회장소 내에 질서유지선을 설치하고 경찰관을 배치한 것은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그 적법성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이 위 각 일자에 그와 같은 공무집행을 하는 경찰관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하였다는 부분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도 없이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 이상, 피고인 등 집회 참가자들이 이를 치운 행위는 위법한 침해에 대한 방위행위에 해당한다."

한편 변호사들은 기소됨과 동시에 경찰 책임자들을 직권남용죄, 집회방해죄, 불법체포·감금죄로 고소했었는데, 검찰은 위 기소 사건의 1심 판결이 나기도 전에 경찰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항고, 재항고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재고소한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변호사들이 피해자이며 가해자는 경찰이라고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는데도 수사기관은 경찰에 책임이 없단다. 대법원이 틀렸단다.

3.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로 반격

우리는 경찰의 책임을 끝까지 묻기 위해 수사기관이 아닌 법원에 국가와 경찰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다. 우리는 일단 무죄가 확정되었고, 이제 반격의 시간이 온 것이다. 민사소송의 결과는 원고 승소였다. 원고는 당시 현행범 체포되었던 권영국 변호사, 류하경 변호사였다. 선고일은 2023년 2월 2일이다. 피고가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되었다. 이로써 우리는 형사법원, 민사법원 모두에서 경찰의 불법과 우리의 피해사실을 확인받게 되었다. 10년이 걸렸다. 민사 판결문 결론 중 주요부분은 다음과 같다(형사판결 내용과 같은 취지다).

"피고 대한민국 소속 경찰관들이 피고 연정훈, 최성영의 지휘 하에 이 사건 집회 장소인 이 사건 화단 앞을 점거하고 폴리스라인을 설정한 행위는 적법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어서 위법하다."

"집회 장소가 집회의 자유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등을 고려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대한민국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공무원인 피고 연정훈, 최성영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집회의 자유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4. '남대문의 아이히만'

가해자인 경찰 책임자는 2013년 사건 당시 남대문경찰서 서장 연정훈, 경비과장 최성영이다. 특히 최성영은 '남대문의 아이히만'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집회하고 투쟁하는 사람들이 지어준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따왔다. 이 책은 '악의 평범성'에 대해 말한다. 악이란 특별한 사람에게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사유하지 않음으로써 실현된다는 취지다. 유대인 학살 핵심전범인 아이히만은 법정에서 "지시받은 업무를 잘 처리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했을 뿐입니다"라고 했다. 방청객들은 그의 평범한 외모와 정중한 태도를 목격하고 충격에 빠졌다. 그는 악마가 아니었던 것이다. 끝까지 재판을 지켜본 한나 아렌트는 말한다.

"그는 아주 근면한 인간이다. 이런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유죄인 명백한 이유는 사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 최성영은 당시 박근혜 정부의 신공안탄압 흐름 속에서 조직의 명시적 지시 또는 묵시적 기조에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시 어느 기자와 사담 중 "제가 올해 총경으로 승진을 못하면 나이 제한이 있어서 어려워져요"라고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특별한 퍼포먼스, 성과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는 다른 경찰에 비해 구체적 행위에 있어 과도했고 그래서 악명이 높았다. 박근혜 정권 시절 대한문 앞, 시청광장 등 신고된 집회장에 난입하여 집회를 방해하고 시민들을 불법적으로 체포·연행하여 감금했다. 그리고 2013년 12월 22일 그 유명한 경향신문사 건물  민주노총 사무실 강제침탈이라는, 제6공화국 출범 이래 초유의 사태를 현장에서 지휘했다. 그리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2014년 1월 9일 경정에서 총경으로 승진한다. 최성영은 2008년 촛불집회에서 여대생 군홧발 폭행 사건의 지휘책임자로도 알려져 있다. 2009년 하이서울페스티벌 행사장인 서울광장에서 청소년 등 현행범이 아닌 사람들을 불법체포한 사실도 있다.

이처럼 끊임없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온 최성영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 차근차근 승진 절차를 밟았다. 1964년 전남 해남 출신으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간부후보 40기로 경찰에 입문한 그는 2014년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총경으로 승진했다. 이 승진은 두 정권이 국민을 대하는 태도와 경찰에게 기대하는 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총경 승진 이후에도 최성영은 충북 보은경찰서장, 서울청 1기동단장, 구리경찰서장, 금천경찰서장, 경기남부청 정보화장비과장, 광명경찰서장, 충북청 생활안전과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22년 8월부터 경기북부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으로 근무하다 2023년 당진경찰서장으로 발령받았다.

그랬던 그가 최근 다시 불미스러운 일로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5월 4일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제철 충남 당진공장 앞에서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사내 선전전을 진행하던 중 경찰에 연행되고 부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최성영 당진경찰서장은 미신고집회라는 이유를 들어 현장에 경찰병력을 투입해 선전전을 중단시키고 집회를 폭력 진압했다. 해산명령에 불응한 노조 간부들도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했다. '사내 옥외 집회는 경찰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미신고집회라는 이유로 그리한 것이다. 현저히 위법한 공무집행이라 해석된다. 이날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제철 당진공장에 방문하는 날이었다. 최성영과 경찰의 과잉충성 대상은 국가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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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2월 22일 경찰이 경향신문사 건물에 위치한 민주노총 사무실에 진입하며 비상계단에 놓인 의자를 치우고 있다. 당시 경찰의 목적은 박근혜 정부의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주도한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는 것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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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공권력의 본질

인류는 근대사회에 들어오면서 사적폭력을 금지하고 폭력행사의 권한을 국가에 위임했다. 경찰과 군대로 대표된다. 즉 공권력의 본질은 '폭력'이다. 폭력에는 이성이 없다. 폭력을 길들이고 통제하는 이성, 그것이 바로 헌법과 법률이다.

앞서 이야기한 2013년 대한문 사건과 최성영의 사례는 다소 이례적이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가 있으되 최성영과 같은 양상의 무도한 경찰, 공권력 행사는 많다. 우리가 긴장하고 견제하지 않으면 무도함의 정도는 심해지고 범위는 넓어진다. 다시 강조하건대 공권력의 본질은 이성이 없는 폭력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위임한 폭력행사 권한으로 치안·질서를 유지하는 경찰의 헌신과 희생은 늘 고맙다. 그러나 공권력은 '공인된 폭력'이므로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지 않게 행사하면 국민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돌변한다. 이를 우리는 지난 군부독재 시절 경험했다. 법치주의는 국가권력을 법에 따라 통치하라는 뜻이고 그래서 헌법과 법률은 공권력이 지켜야 할 '질서유지선'이다.

6.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

법은 경찰을 '국민의 봉사자'로 규정한다. 그런데 공권력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가장 자주 침해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공권력을 이용해서 집회를 원천 봉쇄하고 언론·출판을 막는 것은 국가권력자에게 참 편리한 방법이다. 듣기 싫고 보기 싫은 모습들을 가려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고, 보기 싫어도 보아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그 자체다.

인간으로서, 국민으로서 가지는 수많은 기본권이 있다. 그러나 헌법에는 그중 몇 가지만을 명시해 놓았다. 무척 중요한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은 제21조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명시해 놓았다.

표현의 자유가 왜 중요한지는 헌법 전문을 보면 알 수 있다. 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되어 있다. 20세기 초 일본 제국주의, 해방 이후 이승만 독재 정권 그리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부를 거치면서 우리 민주 시민들이 피와 땀으로 얻어낸 역사적 교훈이 바로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다. 다른 나라를 제 식민지로 만들려는 제국주의 또는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여 폭력적으로 국가를 통치하려는 독재주의, 이러한 세력들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엇나가게 하고 뒤로 가게 할 때 시민들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 최후의 보루는 헌법 제21조에 명시된 언론·출판, 집회·결사의 자유, 즉 표현의 자유다.

공인된 물리력도 없고, 사회·경제적으로 유력한 수단도 없는 힘없는 시민들이 못 살겠다고 죽겠다고, 억압당하고 착취당하여서 도저히 이대로는 비참해서 안 되겠다고 느낄 때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할까. 거리로 나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은 최고의 가치로서 표현의 자유를 헌법과 같은 최상위법에 명시하고 있다. 위와 같은 내용을 알고 체화한 사람 즉 일반적인 수준의 사회통념을 가진 사람이라면 2013년의 대한문과 같은 상황에서 경찰과 맞설 수밖에 없다.

7. '악'을 피하는 방법 : 사유

2013년은 변호사 1년 차 때다. 변호사 합격 통지를 받고 3개월 후에 위 사건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형사재판을 받기 시작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죄'는 교과서에서나 봤던 중범죄로 징역 7년까지 가능하다. 변호사가 되자마자 변호사 자격이 박탈될 위기에 처했다. 그 상태로 6년 동안 형사재판을 받았는데, 개의치 않고 변호사 일을 하면서 집회와 투쟁현장에도 꾸준히 나갔다. 다음에 또 '000의 아이히만'을 만난다면 2013년과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우리는 사유하는, 사유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8. 덧붙이는 글-윤석열 정권 경찰의 노골적 퇴행

지난 5월 25일 윤희근 경찰청장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적극적 법 집행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본인의 신청이 없더라도 적극 행정 면책심사위원회를 개최하겠다"며 "적극 행정으로 결정되면 징계 요구 없이 즉시 면책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징계 안 할 테니까 최대한 집회·시위를 제지하라'고 전국의 경찰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일선 경찰 입장에서는 투견의 목줄을 풀어주는 것으로 이해하고, 국민 입장에서는 숨거나 전력 도주하라는 것으로 이해한다. 경찰청장은 전국의 경찰들을 아이히만으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의 위헌적 명령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조 제1항에 따르면 "이 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 및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경찰관의 직무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고 특히 2항에서는 "이 법에 규정된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남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한다. 즉 국민의 기본권 보호가 경찰의 최우선 의무고 공권력 행사는 필요최소한에 그쳐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찰행정 영역에서의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표현한 것이다(대법원 2021. 11. 11.선고 2018다288631 판결). 윤석열 정권의 공권력 남용이 대단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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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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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하경 변호사(salixsh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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