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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북일 고위급 회담’ 기시다 제안에... 북한 “만나지 못할 이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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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 북 외무성 부상, 담화 통해 발표
기시다 "구체적 진전 원해" 재차 피력
한국일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9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예고에 대한 입장을 말하고 있다. 도쿄=교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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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데 대해 북한이 “일본이 변한다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과 미국의 대화 제안에 일절 응답하지 않고 있는 북한이 일본에 대해선 열린 태도를 보인 것이어서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박상길 북한 외무성 부상은 29일 담화에서 “만일 일본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된 국제적 흐름과 시대에 걸맞게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대국적 자세에서 새로운 결단을 내리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모색하려 한다면, 조일(북일) 두 나라가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공화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말이 아니라 실천 행동으로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 27일 일본인 납북자의 귀국을 촉구하는 국민 대집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일 정상회담을 조기에 실현하기 위해, 북한과 고위급 협의를 갖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아베 신조·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에 이어 기시다 총리도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김 위원장과 전제 조건 없이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혀 왔으나, “고위급 협의를 갖기를 원한다”는 발언은 이보다 조금 더 나아간 것이다.

박 부상은 이에 대해 “일본이 전제 조건 없는 정상회담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납치 문제 및 북한의 자위권을 놓고 ‘문제 해결’을 운운한다”면서 “앞선 정권의 방식을 갖고 실현 불가능한 욕망을 해결해 보려는 것이라면 오산이고 시간 낭비”라고 말했다.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담화 발표 후 기시다 총리는 취재진에 “(납북 문제에) 내가 직접 맞선다는 각오로 임해 왔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진전시키고자 한다”며 대화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향후 교섭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1970, 80년대 일본인 17명이 북한으로 납치됐으며, 이들 중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의 방북 후 일시적 귀환 형태로 돌아온 5명을 제외한 12명은 여전히 북한에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북한은 12명 중 8명이 사망했고 4명은 아예 북한에 온 적이 없다면서 “해결할 납치 문제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일본 납치 피해자 가족들은 20년 넘게 진전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속히 북일 정상회담이 개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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