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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시위와 파업

[사설] 경찰 법 집행으로 막은 불법 시위, 어렵지만 불가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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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이 지난 31일 서울 도심에서 연 집회는 불과 2주 전 같은 장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집회와는 확연히 달랐다. 민노총은 신고된 시각 이후에도 집회를 이어가려 했지만 경찰의 세 차례 해산명령을 받고 해산했다. 이어 청계천 근처에서 연 야간 추모 문화제에선 최근 분신한 노조 간부의 분향소를 설치하려다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다. 분향소 천막 철거 과정에서 경찰을 폭행한 조합원 4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민노총은 이후 계획했던 도심 행진 시위도 취소했다. 민노총은 달라진 게 없었지만 경찰은 달라졌다. 법을 집행하겠다는 경찰의 의지가 불법 시위를 막았다.

같은 날 경찰은 전남 광양제철소 앞 도로 한복판에 높이 7m 철제 구조물을 세우고 고공 농성을 벌이던 한국노총 산하 금속노련 간부 두 명을 긴급체포했다. 불법 망루를 세운 지 이틀 만이다. 과거 이런 고공 농성은 사고 우려 때문에 몇 개월씩 방치되곤 했다. 불법 망루의 존재 자체가 무너진 법치의 현장이었다. 경찰은 이것도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고 나섰다. 경찰은 체포 과정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한 노조 간부를 플라스틱 경찰봉으로 제압했다고 한다.

이 두 사례는 경찰이 원칙대로 법을 집행하면 만연한 불법 시위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경찰은 그동안 이 본연의 책무를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권이 경찰의 법 집행을 무력화한 영향이 컸다. 문 정부 당시 경찰개혁위는 ‘사소한 불법을 이유로 시위를 막지 말라’고 했다. 전 세계 문명국가에서 법을 어겨도 놔두라고 한 유일 사례일 것이다.

유죄가 확정된 불법 시위대는 사면하고 불법을 막은 경찰을 징계하고 처벌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데 어느 경찰관이 불법 시위를 막겠다고 나서겠나. 정권 교체 후에도 이런 경찰의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2주 전 서울 도심에서 돗자리를 깔고 불법 노숙 방뇨 시위를 벌인 민노총 건설노조원들 앞에서 경찰이 ‘불침번’을 서주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경찰은 이 일로 비판이 커지자 합법 시위는 보장하되 불법 시위는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앞으로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민노총은 “한국노총과 연대해 정권 퇴진 투쟁을 구체화하겠다”고 했고, 한국노총은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 불참을 선언했다. ‘건폭(건설 현장 폭력 행위) 수사 중단’을 요구하는 민노총은 분신한 간부 추모제를 매일 저녁 서울 도심에서 열겠다고 했다. 민노총은 추모제와 시위를 병행하며 경찰의 대응을 시험하려 들 것이다.

한국 사회에는 불법 폭력 시위를 동력으로 삼는 정치·사회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의 비호 아래 앞으로 경찰의 법 집행을 무력화하려는 각종 시도가 있을 것이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경찰 책임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하지만 어려움이 있더라도 법과 원칙만은 양보해선 안 된다. 작년 말 화물연대가 불법 파업을 철회한 것도 정부가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리고 운송 방해를 추적해 사법 처리하는 등 원칙 대응을 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어려움이 있어도 이 원칙에서 한 발도 후퇴하지 말아야 한다. 불법 폭력 시위를 근절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특성상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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