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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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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 어른도 포복절도…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희극 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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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팩토리 '빨간모자와 늑대'…서울오페라앙상블 '돈 조반니'

연합뉴스

어린이 오페라 '빨간모자 늑대'
[오페라팩토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용숙 객원기자 = 제14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어린이 오페라 '빨간모자 늑대'와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가 어린이와 어른 관객 모두를 포복절도하게 했다.

이달 25일까지 진행되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는 '혹부리 할아버지의 노래주머니'와 '빨간모자와 늑대' 두 편의 어린이 오페라가 참여해 호평받았다.

이 가운데 박경태 예술감독의 오페라팩토리가 선보인 '빨간모자와 늑대'는 20세기 미국 작곡가 바랍의 세계적인 히트작 '빨간모자'를 번안한 작품이다.

원곡도 오케스트라 편성이 작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음악코치 조은혜와 피아니스트 최요한의 포핸즈 피아노(두 사람이 한 대의 피아노를 연주), 최수은의 플루트, 강다애의 다채로운 타악기 연주 정도로 더 압축됐다. 그런데도 박해원의 정교하고 치밀한 지휘로 만들어낸 음악은 음량과 음향에 있어 아쉬움이 없었다. 악기로 연출한 전화벨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가 희극적 효과를 더욱 강화했다.

연출가 조은비는 원통형 집을 지어 벽이 열리는 방향에 따라 무대 배경이 달라지게 했다. 하나의 세트를 매 순간 전환해 빨간모자의 집, 할머니 댁, 숲속으로 사용한 무대는 동선이 효율적으로 짜였고, 대담하고 유쾌한 할머니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할머니 댁 인테리어에서 특히 연출가의 탁월한 유머 감각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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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오페라 '빨간모자 늑대'
[오페라팩토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3일 오전 공연에서 '빨간모자' 역을 노래한 소프라노 김동연, 엄마·할머니 역을 맡은 소프라노 권혜원, 늑대·사냥꾼 역의 테너 위정민은 감탄할 만한 연기력으로 어린이 관객들을 웃기고 긴장시키며 무대 위에서 종횡무진으로 달렸다.

위정민은 배우가 늑대로 변신하는 분장 과정을 보여주는 첫 장면부터 어린이 관객과 능숙하게 소통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공연 시간 60분 내내 어린이와 부모들은 랩송과 콜로라투라 테크닉이 뒤섞인 신나는 공연에 연이은 폭소와 돌발적인 코멘트로 동참했다.

'빨간모자와 늑대'가 어린이 관객들의 웃음보를 터트렸다면, 장수동 예술감독이 이끄는 서울오페라앙상블이 공연한 '돈 조반니'는 어른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돈 조반니'가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돈 조반니' 전곡은 3시간 분량이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주요 아리아들은 살리고 음악이 붙은 레치타티보(대사를 말하듯이 노래하는 형식의 창법) 부분을 대사로 전환해 2시간 20분 정도로 축약했다.

레치타티보와 아리아의 유기적 연결로 팽창하고 고조되는 모차르트 음악을 100% 즐길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웠지만, 이는 초심자 관객이 다수를 차지하는 페스티벌의 특성을 감안한 선택으로 보였다. 등장인물들의 코믹하고 현실적인 대사가 매 순간 웃음을 터트리면서 관객들은 극의 내용을 훨씬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연출을 맡은 장수동은 중세 스페인이 아닌 가상의 현대 항구도시로 무대를 옮겨놓았고, 원작에서 생존과 창조의 동력으로 표현된 돈 조반니의 충동적인 삶을 남성적 폭력으로 해석했다. 철제 구조물과 영상 배경을 사용한 오윤균의 무대디자인은 도시의 그늘과 욕망의 삭막함을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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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돈 조반니'
[서울오페라앙상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3일 오후 공연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베이스바리톤 우경식은 배역에 최적화된 음색과 표현력으로 관객을 무대에 집중시켰다. 주인을 닮고 싶은 하인 레포렐로 역의 바리톤 양석진은 탄탄한 가창력과 유연한 연기력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테너 조철희는 단단하게 빛나는 경질의 음색과 깊이 있는 해석으로 가장 이상적인 돈 오타비오를 보여줬다. 소프라노 손주연은 돈나 안나 역의 고난도 가창을 충실하게 소화하며 캐릭터에 적합한 연기를 보여줬다.

돈나 엘비라의 캐릭터가 지나치게 코믹한 방향으로 설정된 것은 아쉬웠지만, 소프라노 이종은의 치밀한 가창은 무대를 압도했다. 소프라노 임수연이 연기한 체를리나는 투명하고 찬란한 음색과 관능적인 표현력으로 귀를 사로잡았다. 재치가 담긴 가창과 연기를 보여준 마제토 역의 바리톤 김태성, 기사장 역의 베이스 심기복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성악 앙상블이었다.

스페인 지휘자 우나이 우레초 주비야가가 이끈 프라임필하모니오케스트라는 눈에 띄게 완급을 강조하며 역동적인 음악을 만들었고, 노이오페라코러스(합창지휘 박용규) 단원들은 장면 전환에 맞춰 다양한 연기력을 자랑했다.

두 공연 모두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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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돈 조반니'
[서울오페라앙상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osina@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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