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홍콩 도심에서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제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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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가 반정부 시위곡인 ‘글로리 투 홍콩(Glory to Hong Kong)’의 연주와 배포 등을 금지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홍콩에서 첫 금지곡이 지정되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 더 거세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콩 율정사(법무부)는 지난 6일 고등법원에 ‘글로리 투 홍콩’의 연주, 배포, 재생산 등에 대한 금지 명령을 신청했다고 명보 등이 7일 보도했다.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 당시 시위대가 만든 작자 미상의 곡인 이 노래에는 시위대의 대표 구호였던 ‘광복홍콩, 시대혁명(光復香港時代革命)’ 등 홍콩 독립을 지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노래는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이미 사실상의 금지곡이 된 상태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법원에 금지 명령을 요청한 것은 이 노래가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홍콩 국가로 오인·연주되는 사례가 잇따른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11월 인천에서 열린 ‘2022 아시아 럭비 세븐스시리즈’ 결승전에서 홍콩 국가 연주 때 이 노래가 흘러나와 홍콩 당국이 한국 총영사에게 강하게 항의한 바 있으며, 지난해 12월 두바이에서 열린 ‘아시아 클래식 파워리프팅 챔피언십’과 지난 2월 사라예보 ‘아이스하키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은 별도 국가가 없고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국가로 사용한다.
홍콩 율정사는 금지 명령 신청 이유에 대해 “법원은 이 노래에 독립에 대한 슬로건이 포함돼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면서 “이 노래가 실수로 홍콩의 국가로 연주되는 일이 반복돼 국가(國歌)를 모욕하고 국가(중국)와 홍콩 특별행정구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콩 정부는 기본법에 보장된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금지명령 신청은 국가 안보 수호를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가 신청한 금지 명령 대상에는 선동적인 의도를 갖고 ‘글로리 투 홍콩’을 연주, 방송, 배포, 재생산하거나 이 노래를 이용해 홍콩이 독립 국가임을 시사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또 정부는 중국어와 영어, 한국어 등으로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글로리 투 홍콩’ 관련 영상 32건도 삭제 조치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정부 요청에 따라 법원에서 금지 명령이 내려지면 ‘글로리 투 홍콩’은 1997년 홍콩 주권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첫 번째 금지곡이 된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사라 브룩스 국제앰네스티 중국팀장은 “노래를 불법화하려는 터무니없는 캠페인은 인권에 대한 존중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보여주며 국제 인권법과 기준에도 모순된다”며 “홍콩 정부는 점점 더 격렬해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을 끝내야 하며 국가 안보가 다른 정치적 견해를 표현할 권리를 부정하는 구실로 사용돼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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