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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치료비 90% 지원에 펫로스증후군 보장까지… ‘펫보험’ 경쟁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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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지난 4일 경기 하남 미사경정공원에서 진행 중인 도요타 바른 도그 페스티벌에서 반려견이 어질리티 경기를 펼치고 있다. 어질리티 경기는 반려견이 견주의 지시에 따라 다수의 허들과 터널 등 장애물을 통과해 결승점 통과까지 시간을 측정하는 경기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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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이 최근 장기 반려동물보험(펫보험)을 출시하면서, 5개 대형 손해보험사가 모두 반려동물 보험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인 4명 가운데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울 정도로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자, 펫보험 시장 선점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8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7005건에 불과했던 펫보험 계약 건수는 지난해 7만1896건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KB금융이 지난 4일 낸 ‘2023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반려가구의 가장 큰 관심사로 ‘반려동물 건강 관리(55.0%)’가 꼽혔다. 지난 2년간 반려동물을 위해 치료비를 지출한 경험이 있는 반려가구가 전체 응답자의 73.4%에 달했다. 이들은 연평균 78만7000원을 지출했다.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 구조 변화로 저성장 위기에 처한 보험사들은 펫 시장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최근 ‘KB 금쪽같은 펫보험’을 출시하며 펫보험 시장에 진출했다. 2019년 장기 펫보험 상품을 보험업계 최초로 출시한 메리츠화재에 이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 5곳이 모두 반려동물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펫보험이란 금융소비자들이 가입한 실손보험처럼 동물병원에 갔을 때 받을 수 있는 상해, 질병 관련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이다. 기존 실손보험과 사실상 같은 보상 방식을 강아지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적용했다고 보면 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보험을 판매하는 보험회사는 2017년 3개사에 불과했다.

KB손해보험이 내놓은 ‘KB금쪽같은 펫보험’은 치료비 보장비율을 최대 90%까지 확대하고, 자기부담금이 없는 플랜을 추가했다. 반려 강아지와 고양이의 나이가 생후 91일부터 만 10세까지라면 가입할 수 있고 3년 또는 5년 단위 갱신으로 최대 20세까지 보장할 수 있는 상품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보호자의 위험을 보장했다는 점이다.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과 우울증상인 펫로스(Pet Loss)증후군을 보장하는 정신질환특정진단비와 반려인의 사망 이후 안정적인 반려생활을 위한 ‘반려동물양육자금’ 보장도 탑재했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1년여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이번 신상품을 선보이게 됐다”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대부분 높은 진료비 부담으로 펫보험 가입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보험료 부담으로 가입을 주저하고 있다는 분석을 토대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양육하는 견종의 보장보험료를 5만원 이내로 책정했다”고 말했다.

펫보험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2019년 메리츠화재가 가장 먼저 장기펫보험 상품을 내놓으며 현재 펫보험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이 잇달아 펫보험 시장에 진입하며 시장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달 기존보다 28% 저렴한 펫보험을 내놨다. 다른 회사들이 펫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기존보다 보험료를 낮춰 신규 유입을 노리고 있다.

메리츠화재와 선두 경쟁을 하고 있는 삼성화재도 최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9월 장기펫보험 ‘위풍댕댕’을 출시한 데 이어, 펫보험을 특화해 펫보험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금융 당국이 생명보험사를 포함해 기존 보험사가 펫보험 판매에 특화한 자회사 설립을 허락해 삼성화재는 내부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펫보험 자회사 설립을 논의 중이다. 지난해 11월 이 회사가 출시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비자를 위한 반려동물 정보 공유 커뮤니티 서비스 ‘오모오모’의 경우, 6개월 만에 가입자 10만명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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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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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전체 반려동물 시장을 고려하면 아직은 가입률이 낮은 수준으로 그만큼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에 대한 전문 건강 관리와 장례 문화까지 생길 만큼, 반려동물 양육 문화가 성숙화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크다”면서 “회사 내부에서는 보험 보장 개발과 함께 펫 시장과 연계한 홍보·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펫보험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반려동물은 모든 진료항목이 비급여다. 이 때문에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다른데, 보험회사로선 손해율 관리와 보장 한도 확대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려동물에 대한 진료비용 체계가 비표준적이고 불투명해 진료비 예측이 어렵고, 동물병원마다 진료비 편차가 크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반려동물 진료 체계 표준화와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 등을 통해 반려동물 진료기록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반려동물보험 청구전산화 도입 등 소비자의 보험금 청구 편의성을 향상시킬 수 제도 개선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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