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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용자와 매출 사이서 BM 고민 깊어진 게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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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W서 벗어나 글로벌 공략
"게임업계 머리 맞대야 할 때"


비즈워치

엔씨소프트 '쓰론앤리버티(TL)'/이미지=엔씨소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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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모델(BM) 개선을 두고 게임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매출 상당 부분을 의존해왔던 '페이투윈(이기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P2W)'에서 벗어나 새로운 과금 체계를 도입하고 있지만 낮은 과금 체계에서 예전만큼의 매출을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위주인 모바일 게임에서 탈피해 PC나 콘솔로 플랫폼을 확대하고 국내 대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가 '페이투윈'에서 벗어나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착한 과금' 표방한 게임사들

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들은 최근 출시 예정인 신작에 이전과는 다른 과금 구조를 적용하겠다고 예고했다.

엔씨소프트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 '쓰론앤리버티(TL)'에 구독형 모델인 '시즌 패스'와 '꾸미기' 중심의 BM을 적용했다.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과도한 과금을 유도하는 대신 돈을 많이 쓰지 않아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문영 수석개발책임자(PDMO)는 지난달 말 개발자 노트에서 "TL에 관해 가장 우려를 하고 있는 지점이 비즈니스 모델인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비즈니스 모델 또한 글로벌 시장의 유저들이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하겠다는 것이 개발진의 의지"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넷마블 역시 준비 중인 '신의 탑: 새로운 세계', '그랜드크로스: 에이지오브타이탄', '세븐나이츠 키우기' 등 신작 3종에 가벼운 과금 체계를 적용할 계획이다. 소수 고과금 이용자에 의존하지 않고 과금 장벽을 낮춰 대중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달 초 열린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넷마블 관계자는 이러한 전략을 '박리다매'에 비유하기도 했다.

앞서 넥슨은 올해 초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출시하며 '3NO' 정책을 공개했다. 페이투윈과 캡슐형 아이템, 확률을 없애 플레이 경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를 원천 차단한 것이다.

당시 넥슨은 "오로지 유저의 숙련도와 주행 실력만이 레이싱 승패의 기준으로 작용하게 되는 공평한 기반을 마련했다"며 "게임 내에서 사용 가능한 모든 카트바디는 '레이싱 패스'와 상점을 통해 직접 획득할 수 있고 게임 내 시스템 전반에 확률 요소가 작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믿었던 확률형 아이템에 발목

주요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포기하게 된 데는 더이상 같은 BM을 유지할 수 없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확률형 아이템은 뽑기를 통해 게임 내 아이템을 얻는 것을 말한다. 도입 초기에는 게임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였으나 희박한 확률 탓에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2021년 초 불거진 확률형 아이템 정보 조작 의혹은 논란에 정점을 찍는 계기가 됐다. 불만이 커진 이용자들이 트럭시위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자 국회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해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문제는 확률형 아이템이 국내 게임사들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를 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A 게임의 경우 '착한 과금'을 표방해 이용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았지만 출시 이후 매출 순위가 떨어지면서 힘을 잃기도 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신작에 낮은 수준의 과금을 적용할 경우 매출이 기대에 못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매출 순위가 높다고 해서 좋은 게임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게임사들 역시 상장사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며 "게임사로서는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페이투윈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은 통하는 국가가 한정적이기도 하지만 페이투윈이 통하던 국가에서도 경쟁력 있는 중국이나 유럽 게임이 나오면서 사실상 자리를 잃고 있다"며 "매출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게임사들이 페이투윈 방식의 BM을 탈피하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진출로 매출 우려 극복"

이에 게임사들은 글로벌 진출을 통해 매출에 대한 우려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소수 '핵과금' 유저들에게서 매출을 얻는 대신 해외 시장에 나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수준의 비즈니스모델을 적용해 일인당 매출액은 줄어들더라도 전체적인 모수를 키워 글로벌에서 성공하는 게임을 만들면 외부에서 우려하는 부분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바일 게임의 경우 구글·애플 순위를 통해 게임 흥행 여부를 결론 내리는 경향이 있고 여기에 따라 주가도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게임사들도 부담을 안 가질 수 없는 구조였다면 PC·콘솔의 경우 유통 채널이 조금 더 다양해지는 만큼 매출 순위나 압박에서도 조금은 자유로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콘솔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처음에 패키지로 게임을 구매하고 엔딩을 볼 때까지 플레이하는 패턴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한국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해외에 나가면 이용자들이 플레이하려 하지 않는다"며 "결국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해답"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과금 체계가 자리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많은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 완전공개로 인해 운신의 폭이 줄어든 게 사실이고 확률형 아이템으로 낙인찍힐 소지가 있는 게임은 아예 만들지 않거나 완전히 다른 BM을 만드는 웃지 못할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런 문제는 한두 게임사가 해결하거나 1~2년 안에 답이 나올 수는 없다"고 했다.

이에 김 교수는 게임에서 무조건 확률 요소를 빼기보다는 공정성 등 문제가 된 부분을 개선해 과도기를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게임 개발사들도 책임을 통감하고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겜블형 아이템은 차단하되 우연 요소에 의한 보상 메커닉스(mechanics)를 세련되게 만들어서 F2P(부분유료) 플레이 모델을 개선·고도화할 필요가 있고 이차적으로는 시즌제라든지 정액제 모델을 잘 준비해 시장에 타격이 덜하도록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가적인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멀티 장르로의 확장이나 이런 것들은 금방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콘솔이나 아케이드 장르는 무주공산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라며 "전반적으로 게임업계가 계곡에 빠져들어가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적으로도 게임 플랫폼 쪽에 체계적인 지원과 R&D(연구·개발)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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