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행복한 나라-독일]②남성 육아휴직 평균 8.7주·소득대체율 한국 2배
독일 베를린에서 한 아빠와 아이가 자전거로 함께 귀가하고 있다 /사진제공=여성가족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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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30대 초반의 워킹맘 레니 바우어(Leni Bauer)씨. 3년전 딸을 낳은 바우어 부부는 14개월간 출산급여를 포함해 부모수당과 부모수당 플러스(+) 등을 받았다. 그녀는 출산 후 반년이 지난 뒤 남편과 교대하고 경력단절 없이 직장에 복귀했다. 현재는 아동수당으로 딸에게 필요한 책과 생필품 등을 구입하고 있다. 바우어씨는 "월급의 3분의2를 보전해주고, 시간제로 일하는 동안에도 수당을 받아 돌봄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고민이 없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수당이 없었다면 쉽게 출산을 결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의 젊은 세대들에게도 출산과 육아는 과거와 달리 하나의 '도전'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가족주의보다 개인주의 가치관을 지닌 이들이 늘고, 1인 가구 등 다양한 선택지가 생기며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출산율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독일 현지에서 만난 레지나 쉐펠스(Regine Schefels) 베를린 주 교육·청소년·가족부가족정책과장은 "젊은 세대가 가족 이루는 것을 돕는 '좋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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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시간·인프라'..저출산 정책 3개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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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e(수입)·Time(시간)·Infrastructure(인프라).' 지난 25년간 독일 연방 정부와 베를린 주 정부에서 가족정책을 설계해온 쉐펠스 과장은 독일의 가족정책을 이 3가지 키워드로 설명했다. 젊은이들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겠다는 결심을 하기 위해 충족돼야 할 기본 조건이란 게 정책설계자들의 판단이다. 실제 현장에서 확인한 독일의 가족정책은 이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
만 18세 이하 자녀를 가진 양육자를 대상으로 매월 지급하는 '아동수당(킨더겔트)'이 대표적이다. 자녀가 18세를 넘어도 직업적 수입이 없는 학생이거나 직업교육을 받는다면 25세까지 연장해 받을 수 있다. 지원금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첫째·둘째를 기준으로 2016년 194유로(약 27만원)였던 액수는 지난해 219유로(약 30만원), 올해는 250유로(약 34만원)로 늘었다. 월 10만원씩 만 8세까지 지급하는 한국보다 훨씬 많다.
12개월간(최장 14개월) 실질소득의 67%를 지급하는 '부모수당(엘테른겔트)'도 있다. 최대 월 1800유로(247만원)까지 받을 수 있고, 이전 소득이 없어도 300유로(41만원)가 나온다. 조건도 까다롭지 않다. 부모와 아이 모두 국적 상관없이 부모가 세금을 내고 있다면 받을 수 있다. 쉐펠스 과장은 "독일에서 제일 효과적인 저출산 정책을 꼽으라면 부모수당"이라며 "아이를 돌보는 1년 정도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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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맞게 조합해 쓰는 '부모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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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독일은 2015년에 '부모수당 플러스'와 '파트너십 보너스'로 다시 한번 부모수당을 고도화했다. 목표는 상대적으로 낮은 아빠들의 육아휴직 비율을 높이는데 맞춰졌다. '부모수당 플러스'는 쉽게 말해 부모수당보다 액수는 적지만, 24개월간 더 길게 지원받는 제도다. 부모휴직을 전일 사용하면 부모수당만 받을 수 있지만, 시간제 근로를 하면 두 가지를 조합할 수 있다.
'파트너십 보너스'는 부모수당과 부모수당 플러스를 모두 수령한 부부가 이후에도 아이와 시간을 갖기 위해 전일제 대신 시간제로 근무하면 받을 수 있다. 최대 4개월까지 지원되며, 지원액수는 부모수당 플러스와 같다. 독일의 엄마 아빠들은 이렇게 부모수당과 부모수당 플러스, 파트너십 보너스 세 가지 제도를 각자의 상황에 맞춰 다양하게 조합해 사용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독일의 남성 육아휴직 기간은 약 8.7주이며, 소득대체율은 65%로 한국(32%)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다. 쉐펠스 과장은 "사람마다 가진 라이프스타일은 다르고, 가족정책은 이 모두를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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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전후 14주간 눈치 보지 않고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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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교육 및 가족 상담센터인 프뢰벨 가족상담센터를 방문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가운데)이 센터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여성가족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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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휴가와 부모휴직 등의 제도도 촘촘한 편이다. 1979년부터 독일에선 여성이 출산예정일 전 6주부터 출산 이후 8주까지 총 14주간의 법정 출산휴가를 갈 수 있다. 또 산모는 출산 후 8주간 의무적으로 일하는 것이 금지되며, 기존 월급의 100%를 출산급여로 받는다. 월급이 있으면 최근 3개월간 받은 금액을 평균으로, 주급은 지난 13주의 평균으로 계산한다. 부모휴직제는 자녀의 돌봄을 위해 부모가 합쳐서 3년까지 근로를 쉴 수 있는 제도로, 총 3번으로 나눠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독일은 2018년 모성보호법을 개정해 임신한 여성이나 출산한 여성의 해고에 대한 보호조항도 강화했다.
인프라와 관련해선 돌봄과 교육 시설, 가족 문제 관련 상담소 등을 확대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쉐펠스 과장은 "베를린엔 한 주에 49개의 가족센터가 있다"며 "양로원과 유치원을 같은 공간에 둔다던가. 아빠들을 위한 아빠센터와 엄마들이 모이는 엄마센터, 동성혼을 한 가족들이 찾는 무지개부모센터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가족을 위해 재정적 혜택을 주는게 아동 빈곤을 예방하는 측면과 연결돼 있는데 부모들이 아이들을 낳음으로써 내는 기회비용을 저희가 보상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베를린엔 가족지원법이라고 해 0~18세 아이들과 청소년은 재정적으로 안정을 확보해줘야 한다는 것을 법으로 명시해 놓고도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독일)=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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