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루닛 인사이트' 영상 판독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우리나라는 세계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후발 주자이지만, 정보기술(IT)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을 바이오, 의료 분야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우리만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제품은 환자의 진료 데이터를 분석해 의료진의 질환 진단을 돕는 AI 의료영상검출보조 소프트웨어이다. '의료 AI'라고도 부른다.

만성질환자가 급증하는 고령화 사회에서 이름난 의사에게 진료받을 기회는 한정적이다. 소득 수준이 낮거나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거주하는 환자는 질환을 제대로 진단받기 어렵고 결국 치료도 제때 받지 못한다.

그러나 진단 데이터의 집약체인 의료 AI가 구석구석 보급되면 작은 병원도 진단 역량이 높아지므로 사람들이 병을 진단하고 치료받을 기회가 늘어난다.

대형 병원에서도 의료 AI는 의사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질병을 보다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게 돕고 빠른 속도 덕에 응급 환자의 질환을 골든타임 내에 찾아내도록 보조한다.

루닛 인사이트 CXR(왼쪽)와 루닛 인사이트 MMG [루닛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에선 루닛[328130], 뷰노[338220] 등이 의료 AI를 개발했다.

루닛의 '루닛 인사이트 CXR'은 사람의 뇌 신경망을 본뜬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폐질환을 검출해 의료진을 보조하는 의료기기다.

이 제품의 AI는 실제 환자의 엑스레이 데이터 약 22만건을 학습해 폐질환을 진단받는 경우 엑스레이에 어떤 특징이 나타나는지 분석한다. 이후 의사가 새로운 환자의 엑스레이 데이터를 입력하면 기존에 학습한 패턴과 비교해 폐 결절 여부를 파악하고 의심 부위와 정도를 색깔 등으로 표시해 진단에 도움을 준다. 비슷한 방식으로 유방암을 검출하는 '루닛 인사이트 MMG'도 있다.

뷰노도 안구 뒷부분인 안저 영상을 분석한 후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녹내장 등 질환 존재 여부와 병변 위치 등을 제시해 망막 질환 진단에 도움을 주는 '뷰노메드 펀더스 AI'를 보유하고 있다.

두 기업이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의사가 이들 제품을 활용해 진단한 경우, 활용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비슷하거나 더 높은 진단 정확도를 보였다.

최근 루닛은 어떤 암 환자에게 어떤 종류의 항암제가 잘 반응할지 예측하는 AI 소프트웨어 '루닛 스코프'의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해외에선 구글 딥마인드와 미국 엔리틱(Enlitic) 등 기업이 의료 AI 기술을 개발 중이다.

뷰노 CI [뷰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들은 국내 건강보험이 잘 마련된 만큼 풍부한 진료 기록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의료 AI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AI 개발을 위해선 방대한 양의 실제 환자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를 공급받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기업들은 국내외 병원과 협력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지운 데이터를 공급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또 의료 AI가 널리 활용되려면 보험 급여 등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hyun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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