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 격인 '마이넘버' 입력 실수 반복돼
정부 계획 포기·연기 제안도 '마이웨이' 고수
일본 도쿄의 한 시민이 일본판 주민등록증인 '마이넘버카드'를 신청하고 있다. 일본 국회는 지난 2일 건강보험증과 마이넘버카드를 통합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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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로 크게 상승했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지지율이 한 달 만에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그 결과 ‘지지하지 않는다’는 여론이 또다시 ‘지지한다’를 웃돌게 됐다. 한국의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마이넘버카드’ 정책에 대한 불만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19일 아사히신문은 지난 17, 18일 일본 시민 1,0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한 달 전보다 4%포인트 하락한 42%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6%에 달했다. 지난달 19~21일 열린 G7 정상회의에 힘입어 지지율이 46%까지 오르며 올해 처음으로 ‘지지한다’는 비율이 ‘지지하지 않는다’(42%)를 넘어섰지만, 불과 1개월 만에 다시 역전된 것이다. G7 효과가 ‘반짝 상승’에 그친 셈이다.
전날 발표된 마이니치신문과 교도통신의 여론조사(17, 18일 실시) 결과도 마찬가지다. 교도통신 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전달보다 6.2%포인트 하락한 40.8%였고,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선 무려 12%포인트나 급락한 33%에 머물렀다. 이달 21일 정기국회 종료 전에 기시다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고 다음 달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본 정가에서 강하게 대두된 것과 달리, 지난 15일 그가 “이번 회기에 해산은 없다”고 못 박은 것도 이 같은 지지율 하락세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주민등록증 격인 일본의 마이넘버카드. 일본 총무성 홈페이지 캡처 |
마이넘버카드, 공공서비스 연결 과정에서 오류 발생
지지율 급락의 배경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마이넘버카드 문제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주민번호에 해당하는 마이넘버를 각종 공공서비스와 연결해 카드 하나만으로 여러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마이넘버카드 가입자 정보를 지방자치단체,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에 수작업으로 등록하는 과정에서 잘못 입력하는 실수가 다수 발생했다. 이로 인해 편의점에서 마이넘버카드로 주민표(주민등록등본)를 발급받았는데 다른 사람 주민표가 출력된다거나, 지자체에서 아동수당 등 각종 지원금을 수령하는 계좌에 타인 계좌가 등록되는 사례 등이 잇따랐다.
연일 새로운 오류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 불안도 커지자, ‘내년 가을에 건강보험증을 폐지하고 마이넘버카드로 일원화한다’는 정부 방침을 포기 또는 연기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불만이 더욱 늘어났다.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마이넘버카드를 둘러싼 정부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응답은 72%에 달했다. 마이넘버카드 적용 범위 확대에 대해서도 ‘기대한다’(23%)보다 ‘불안하다’(73%)가 훨씬 많았다. 그러나 19일에도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건강보험증 폐지 일정을 바꾸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주특기 '외교'로 지지율 반등 노린다
마이넘버카드 등 내정 문제로 주저앉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시다 총리는 주특기인 외교 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내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담 참석과 중동 순방이 예정돼 있다. 8월엔 개각 및 자민당 간부 인사를 단행해 국면 전환을 꾀할 전망이다. 지지율 반등에 성공하면 임시국회가 열리는 9월에 다시 한번 중의원 해산 기회가 생긴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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