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폭염특보가 발령된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여의대로 일대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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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에 있는 한화오션 옥포조선소에선 요즘 돈갈비찜‧장어탕‧닭백숙 같은 고열량 보양식과 얼린 생수가 점심으로 제공되고 있다. 회사는 날마다 매점 쿠폰을 나눠주면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라고 권유하고 있다. HD현대의 조선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은 섭씨 28도가 넘는 폭염 때면 ‘에어쿨링 재킷’과 쿨 스카프를 나눠준다. 에어쿨링 재킷은 압축 공기를 순환시켜 체온을 냉각시켜주는 제품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한낮 온도가 35도 안팎에 이르는 때 이른 찜통더위가 덮치자 전국의 제조·유통 현장이 ‘폭염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뒤 현장 출근이나 야외 작업이 회복된 터라 기업들은 직원 건강을 지키면서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보양식·보냉품 지급부터 휴식시간 연장, 안전버스 운행, 아이디어 제품 활용까지 각양각색이다.
김영옥 기자 |
조선‧철강‧가전‧유통 업종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혹서기 대책이 시행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3사가 있는 울산과 전남 영암 사업장에서는 섭씨 28도 이상인 날에는 점심시간을 기존 1시간→1시간20분 늘린다. 현장의 더위를 식히기 위해 옥외 작업장의 블록과 탱크 등에 ‘스폿쿨러’(이동식 에어컨)를 가동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제빙기와 식염 포도당도 곳곳에 비치했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요즘과 같은 무더위에는 에어쿨링 재킷을 입어도 더위를 식혀주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현장 근로자들이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내에서 고온과 씨름해야 하는 철강 업계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포스코는 이달 1일부터 혹서기 온열 질환 예방 수칙을 적용하고 있다. 공장 곳곳을 운행하는 ‘안전버스’가 대표적이다. 열기가 집중된 장소나 상시 고열 노출 장소, 제한적인 환기 장소 등에 안전버스가 직접 방문해 휴식공간과 아이스박스‧생수‧영양제 등을 제공한다. 현대제철도 고열이 나오는 작업 장소 출입을 강화하고, 투입 전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냉방제품 수요 급증에 대비하기도 한다. 가전 업계도 ‘생산 비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LG전자는 현재 경남 창원 공장의 에어컨과 제습기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폭염에 습도까지 높아지면 불쾌지수가 올라가게 마련인데, 이에 따른 제습기 수요도 급증하고 있어 현재 수요가 공급을 못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비스 예비 인력을 확충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6~8월 에어컨 서비스 요청이 몰리는 극성수기에는 사무직 근무자 중 수리 가능 인원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19일 충북 영동군 양산면에서 농민들이 수박 출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영동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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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 업계는 신선식품 품질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역 상품 기획자(로컬MD)’를 통해 기온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태현 롯데마트 로컬MD는 지난주 경남 통영과 경북 포항의 주요 포구를 돌며 오징어·가자미 등 신선도를 확인했다. 날씨가 더울수록 조업량이 줄어들고 원물 신선도의 편차가 커서다. 그는 포장 작업에도 직접 참여해 평소보다 얼음 포장량을 최대 30% 늘리고, 아이스팩을 두 배 더 넣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고온에 취약한 초밥·김밥 등 즉석식품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폭염에 지난달부터 ‘온도 관리’에 물류의 초점을 맞췄다. 박현규 이마트 초밥 바이어는 “제조사에서 이마트 물류센터, 점포에 이르기까지 적정 온도인 10도 이하가 유지되는지 테스트했다”며 “점포와 협력업체 대상 위생 점검 횟수와 점검 항목도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늘렸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예년보다 이르게 무더위가 덮치면서 기업들은 직원 건강과 생산성, 고객 서비스 확대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김민상‧박해리‧최선을‧김수민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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