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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자영업자 대출액 사상 최고 1033조, 연체율은 8년 내 최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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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올해 1분기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1033조 원을 넘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와중에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8년 내 최고치로 치솟았다. 대출 부실 사태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26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1분기까지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현재 국내 자영업자의 총 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1019조8000억 원) 대비 1.4% 증가한 역대 최고 기록이다. 분기별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작년 3분기(1014조2000억 원) 1000조 원을 넘어선 후 4분기(1019조8000억 원)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1000조 원을 웃돌았다.

자영업자 대출잔액 사상 최고… 연체율도 8년來 최고

올 1분기 대출 잔액을 세부적으로 뜯어 보면 사업자대출 680조2000억 원, 가계대출 353조5000억 원이었다. 한은은 전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에서 개인사업자대출을 포함한 차주 전원을 자영업자로 가정해 이들이 보유한 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합산해 자영업자대출 전액으로 추정했다.

자영업자의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도 올라갔다. 2018년 이후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대체로 1퍼센트 아래를 유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으로 추정되는 영향에 힘입어 자영업자 연체율은 2020년 1분기 0.87%를 정점으로 하향 안정화했다.

그러나 작년 3분기(0.53%)를 기점으로 다시 상승세를 보여 4분기 0.65%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1.0%로 불쑥 치솟았다.

이는 2015년 1분기(1.13%) 이후 8년 만에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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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도 급증했다. 올 1분기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은 6조3000억 원으로 작년 4분기(4조1000억 원) 대비 53.7% 증가했다.

자영업자 소득별로 대출 잔액과 연체율을 나눠보면,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저소득층의 연체율 급등 현상이다.

올해 1분기 저소득층(소득 구간 하위 30%)의 연체율은 전분기(1.2%) 대비 0.4%포인트 오른 1.6%를 기록해 2019년 3분기(1.7%) 이후 약 3년 반 만에 가장 컸다.

중소득층(소득 30~70%)의 연체율은 작년 4분기 1.3%에서 0.5%포인트 오른 1.8%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1분기(1.9%)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수준이었다.

고소득층(소득 상위 30%)의 연체율은 작년 4분기 0.7%에서 올 1분기 0.9%로 올라갔다. 이 역시 2019년 2분기(1.0%)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전 소득 구간의 대출액은 일제히 증가했다. 저소득층 대출잔액은 작년 4분기 119조9000억 원에서 올 1분기 123조 원으로 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득층 대출잔액은 186조 원에서 187조2000억 원으로, 고소득층은 713조9000억 원에서 723조6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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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별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 및 연체율.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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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2금융권 대출 상황 심각

자영업자 연체율을 금융기관별로 나눠 보면, 특히 비은행권 연체율 증가 현황이 심각했다.

올 1분기 자영업자의 비은행권 연체율은 2.52%로 2020년 2분기(2.59%)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커지면서 내수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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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금융 연체율이 작년 4분기 1.39%에서 올 1분기 2.22%로 올라갔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3.31%에서 5.17%로 치솟았다. 여신전문금융사 연체율은 1.06%에서 1.66%로 올라갔다. 보험사 연체율은 0.69%로 비교적 낮았으나 작년 4분기(0.33%)에 비해서는 두 배가량 뛰었다.

올 1분기 은행 연체율은 0.37%였다. 작년 4분기 0.26%에서 0.11%포인트 올라갔다. 비은행 연체율에 비해서는 다소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으나 올 1분기 은행 연체율은 2019년 1분기(0.38%) 이후 4년 만에 가장 컸다.

소득별로 각 금융기관별 대출 잔액 증가 현황을 보면, 저소득층의 상호저축 대출 증가율이 심상치 않았다. 작년 4분기 2조7000억 원이던 저소득층의 상호저축 대출잔액은 올 1분기 2조9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증가율이 7.4%에 이르렀다.

저소득층의 대출 증가율은 상호금융 4.0%, 여신전문 6.7%, 기타(대부업 등) 8.6%를 각각 기록해 보험(5.9%, 고소득층 12.6%)을 제외한 비은행 전체에서 전 소득구간 중 가장 컸다.

저소득층의 은행 대출액은 작년 4분기 71조9000억 원에서 올 1분기 72조7000억 원으로 늘어나 증가율 1.1%를 기록했다.

대출금리 오르면 더 부담… "원금상환 시작 시 대규모 부실 우려"

올 1분기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중 66.8%는 변동금리 대출이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부담이 더 커지는 구조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더 오르면 자영업자 전체의 이자부담액 증가분이 1조8000억 원 늘어나고, 이는 자영업자 1인당 58만 원을 더 부담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대출금리 인상폭이 0.50%포인트에 이르면 이자부담액은 3조6000억 원 증가하고 1인당 부담액은 116만 원으로 늘어났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0.50%포인트 더 올릴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현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를 유지한다면 이 같은 부담이 더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이 나온다.

다중채무(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수 합이 3개 이상)를 진 자영업자 비중도 커졌다.

올 1분기말 현재 다중채무를 진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737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720조3000억 원) 대비 2.4% 증가했다.

다중채무자의 대출잔액은 전체 자영업자 대출(1033조7000억 원)에서 71.3%를 차지했다. 자영업자 대출 대부분이 다중채무였다.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다중채무자들의 1인 평균 대출액은 4억2000만 원이었다. 이들은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1조3000억 원의 부담을 더 지게 됐다. 1인 평균 이자부담 증가액은 74만 원이었다. 0.50%포인트 오르면 각 2조6000억 원, 147만 원의 이자부담을 더 지는 것으로 예상됐다.

양 의원실은 자영업자들이 "그간 은행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대거 돈을 끌어 쓴 결과 자영업자 연체율이 2금융권을 중심으로 뛰고 있다"며 특히 이 같은 대출 현황 악화가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등의 금융 지원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된 만큼, 앞으로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우려했다.

양 의원은 올해 9월말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 종료가 예정된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원금상환이 시작되면 대규모 부실이 현실화할 수 있고 이는 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며 "정부와 금융권이 만기 연장 등 금융 지원을 늘려 선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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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가계 대출 상품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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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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